젊은의사들, 대화에 대체로 부정적 "정부 좋을 일만 했다"
박 위원장, 대화서 '원점 재논의' 강조했다 후문도
의대생들 "전공의 대화·복귀 상관 없이 동맹휴학 유지할 것"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지만 관련된 세부 내용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월 20일 열린 대전협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청년의사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지만 관련된 세부 내용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월 20일 열린 대전협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청년의사

전공의 사직 사태 후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윤석열 대통령 간 이뤄진 첫 대화의 자리에서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뜻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공의 사회에서는 이번 대화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하다. 또 박단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이 어떤 대화 내용을 나눴는지 등에 대해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오후 2시부터 4시 15분까지 면담을 가졌다.

이후 박 비대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게시물 하나만을 올린 채 구체적인 상황은 밝히지 않아 대화 내용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전협 비대위는 일반 전공의들에게 윤 대통령과의 대화와 관련한 내용을 전달하진 않고 있다.

대전협 대의원인 A씨는 4일 청년의사에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없다. (대화에서) ‘원점 재논의’와 관련된 이야기만 했다고 들었다”며 “합의점과 관련 논의는 없었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전공의 요구안에 대해서만 설명했다는 정도의 의미로 여겨진다”고 했다.

일반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궁금증을 내비치고 있다.

경기도권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다 사직한 전공의 B씨 등은 “특별히 공지된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충청권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C씨도 "여전히 전달 받은 게 없다"면서 대화가 종료된 이후부터 “관련 내용을 뉴스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와 대통령이 대화 테이블에 앉은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특별한 소득 없이 윤 대통령에게만 ‘좋은 그림’을 그려줬다는 의견부터 대화를 추진한 것 자체가 당황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C씨는 앞서 “온라인에서 일부 강경한 사람들은 ‘왜 만나러 갔느냐’, ‘왜 하필 총선 전인가’라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굳이 오늘(4일) 만나러 갈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시기도 부적절하고 성과도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괜히 대통령 쪽에 좋은 그림만 그려주고 온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던 D씨도 “대화 직후부터 어떤 내용을 나눴는지 들리는 이야기조차 없다. 대화에 나가도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그렇게 된 듯 싶다”며 “주변에서도 ‘괜히 대통령에게만 좋은 그림을 그려준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에서는 ‘회의 내용을 신속히 공개하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괜히 꼬투리 잡히지 말고 한 줄로 갈무리하는 게 낫다’는 여론도 있다”며 “그러나 대체로 박 비대위원장의 행동에 대한 전공의 여론은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의대생 사이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화가 동맹휴학 등 단체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상권 의대에 다니는 E씨는 “대화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주변에서도 전체 의견을 수합하는 과정 없이 대화에 나섰다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한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전공의들이 주장하던 바가 의대생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대안 제시 등 이야기가 잘 됐으면 한다”며 “의대생 단체행동에 영향은 없을 것이다. 동맹휴학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충청권 의대에 재학 중인 F씨는 “대화 결과 등에 대해선 전공의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공개하지도 않고 애매한 말만 남긴 만큼 특별한 의견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대전협과 하나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공통된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라 생각한다”며 “전공의 복귀와 상관없이 의대협 지침에 따를 예정이고 의대협 또한 이에 영향 받지 않고 초심을 유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