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아산병원 이성구 교수 "고위험군, 전문가 진료로 추적 검사를"
췌장암은 전체 암 발생률 중 3.2%로 빈도수가 낮은 암이지만 특이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단 시에는 이미 주변 장기로 침윤돼 절제 가능성 또한 낮은 암이다. 또 수술을 했더라도 수술 부위뿐 아니라 이외의 장기에도 재발이 흔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완치율)이 16%도 되지 않는 이유이다.
췌장암은 진행이 꽤 이뤄진 뒤에야 통증이 나타나는데, 환자의 90%가 질환 경과 중 통증을 경험한다. 통증은 복부, 등 또는 양쪽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눕거나 식사를 하면 더 심해진다. 복통, 황달, 체중감소는 췌장암 환자의 가장 흔한 증상이지만 이들이 모두 나타나면 이미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또한 췌장암 증상은 암이 생겨난 부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췌장의 꼬리 부분인 췌미부암의 경우에는 증상을 느끼기 힘들어 통증이 나타날 시엔 이미 대부분 암이 진행된 상태이다. 반면 췌장의 머리 부분인 췌두부암은 비교적 황달이 초기에 생기므로 일찍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췌장에 암이 생기면 췌장이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로 인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우리 몸에서 췌장은 크게 2가지 역할을 한다.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데 필요한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글루카곤 등의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내분비 기능'이 그것이다.
외분비 기능과 내분비 기능을 하는 췌장에 암이 생기게 되면 췌장의 소화 기능과 혈당 조절 역할이 저하된다. 더불어 췌장암 위치에 따라 담즙 흐름의 장애가 생겨 간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황달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췌장암은 왜 생기는 것일까? 아직 췌장암의 정확한 발생 기전은 밝혀진 게 없다. 다만, 흡연, 비만, 음주, 식이, 만성췌장염, 당뇨병, 유전 등 여러 위험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중 가장 위험한 요인은 흡연으로 췌장암 발생이 2~5배 높아진다.
현재까지 췌장암의 가장 위험한 원인은 흡연이기 때문에 췌장암에서 멀어지기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다. 더불어 과도한 음주도 만성췌장염을 일으키므로 술을 줄이고 과일과 채소 등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을 섭취하는 것이 추천된다.
췌장암의 고위험군이 있는데, 갑자기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 55세 이상에서 가족력 없이 당뇨병을 진단받은 사람, 직계가족 중 50세 이전에 췌장암이 발병했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췌장암 환자가 2명 이상 있는 경우다. 췌장암 고위험군은 정기적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외의 사람에게는 췌장암에 대한 선별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선별검사에서 췌장암이라고 진단된 환자 100명 중 1명만이 실제 췌장암이며 나머지 99명은 위양성(음성인데 양성으로 잘못 나온 경우)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췌장암 고위험군은 전문 의료진에 의한 정기 추적 검사가 권장된다. 강릉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이성구 교수는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치료가 이뤄질 수 있어 고위험군 환자는 전문가의 진료를 통한 추적 검사가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간혹 건강검진 중 간암의 선별검사로 시행하는 복부초음파 검사로 췌장암도 스크리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복부초음파 검사로는 간과 담낭 관찰은 가능하나 췌장의 경우는 다르다.
췌장은 간과 담낭과 가까이 있지만, 복부초음파 검사로는 전체적인 확인이 제한적인 까닭이다. 이 교수는 “장 내 가스에 의해 췌장 일부가 관찰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췌장 문제의 1차 검사로는 복부 CT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췌장암 진단을 위한 검사 중 복부초음파와 복부 CT는 종괴, 췌관 또는 담관의 확장, 림프절이 커지는 등의 증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 외에 췌담도내시경, 자가공명영상(MRI), 초음파내시경 검사, 혈액을 채취해 암의 유무를 확인하는 종양표지자도 췌장암 진단에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췌장에 생긴 종양에 대해 조직검사가 요구될 시 수술이 필요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초음파내시경으로 위나 십이지장을 통해 바늘을 삽입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의 조직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췌장의 이상 부위뿐 아니라 전이가 의심되는 림프절도 가능하다.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완화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이성구 교수는 “췌장암은 빈도가 높은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걱정보다는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 합리적인 진단으로 경과를 관찰하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