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학회, 의료진 번아웃에 의료사고 발생 우려 증가
정부 내 중환자전담부서 설치 촉구…"위급 환자 관리해야"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제44회 국제학술대회(KSCCM-ACCC 2024)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청년의사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제44회 국제학술대회(KSCCM-ACCC 2024)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청년의사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이 전공의와 교수 사직 등 의료대란으로 이어지면서 중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 사태가 장기화되면 의료진 번아웃으로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울 뿐더러 중환자 전문의 인력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져 대한민국 의료가 바닥부터 무너질 수 있는 까닭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제44회 국제학술대회(KSCCM-ACCC 2024)' 기자회견에서 의료대란 속 중환자 의료 현장 의료진들의 번아웃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홍석경 기획이사(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직전에도 전공의들과 주 1회 당직을 섰는데 이젠 전공의 없이 3회 당직을 서고 있다. 동료 교수들끼리도 이젠 ‘건강을 지키라’고 안부 인사를 건넨다”고 했다.

서지영 회장(삼성서울병원 교수)은 “중환자를 두고 (병원을) 떠날 수 없어 사직서를 내지 못했다”며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정부와 언론이 의사 집단이 마치 돈이 많은 파렴치한 직군으로 몰아갈 때마다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박치민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사직서를 냈지만 병원에 마지막까지 남을 환자는 중환자이기에 끝까지 남기로 했다”며 “우리가 그만두면 누가 대신할 수 없기에 환자를 위해 근무하고 있다. 현재와 사태 이전의 중환자 진료의 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인력을 갈아넣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철호 홍보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실은 '핵심' 그 자체다. 그러나 요새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도 (진료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놓으면 환자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국민의 응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 홍석경 기획이사, 박치민 총무이사. ⓒ청년의사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 홍석경 기획이사, 박치민 총무이사. ⓒ청년의사

이들은 현재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료진 번아웃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등으로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게다가 사태가 끝나더라도 중환자 전문의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홍 이사는 “의료진 중 누가 먼저 쓰러지나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환자실이 통합 관리될 가능성도 크다. 혼자서 환자 30~40명을 진료한다면 그만큼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진이 번아웃되면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총무이사는 “매년 80~90명의 중환자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다. 올해도 수련을 시작한 인원이 80명 정도였는데 이 사태가 터졌다"며 "내년에 (중환자 전문의가) 몇 명 배출될지 모르겠다. 장기적으로 중환자 진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내 중환자 진료를 전담할 수 있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급한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고 진료할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정부 부처 내 중환자 담당 부서가 있어야 한다. 복지부 내 한방 전담 부서는 있지 않나. 그러나 과연 중환자를 위해 고민하는 공무원은 몇 명이나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이번에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보면 그 어디에도 중환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환자전담 부서가 있어야 위급한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러나 중환자의학이 전문과목이 아니다 보니 중요성에 비해 정부의 관심 밖에 있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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