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센터학회, 뇌전증 국제기자간담회서 국내 치료 환경 조명
약물난치성뇌전증, 수술 필요한데…길병원, 수가 탓에 수술 못해
뇌전증 환자 많은 TOP4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엔 수술로봇 없어
뇌전증전문상담지원, 일본 28곳 있는데 국내에는 1곳만 존재해
국내도 내년엔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지정돼 치료환경 개선해야

저수가 탓에 약물난치성뇌전증에 꼭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는 국내 병원들이 사라지고, 많은 뇌전증 환자들이 치료하는 국내 뇌전증 TOP4 병원조차 활발한 뇌전증수술을 위해 필요한 수술로봇 도입에 소극적이며, 포괄적 치료 접근이 요구되는 뇌전증에 전문 상담지원을 하는 곳이 국내 한 곳에 불과할만큼 뇌전증 치료·관리 환경이 국내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1일 대한뇌전증센터학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제1회 뇌전증 국제기자회견'에서 조명된 국내 뇌전증 치료·관리의 현실이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40만명이며 이 가운데 30%의 환자는 여러 약물을 투여해도 뇌전증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난치성뇌전증 환자이다. 현재 약물난치성뇌전증 치료 대안은 뇌전증 수술인데, 국내는 뇌전증 수술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제1회 뇌전증 국제기자회견 모습
제1회 뇌전증 국제기자회견 모습
홍승봉 회장
홍승봉 회장

이날 뇌전증센터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 안에 전극을 삽입하는 뇌전증 수술이 현재 가능한 국내 병원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해운대백병원 6곳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뇌전증 수술은 고난도 술기가 필요한 치료법이지만, 이는 국내 뇌전증 전문 의료진의 술기가 부족해 치료 가능한 병원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대한뇌전증학회 신동진 회장(길병원 신경과 교수)은 "과거 길병원도 뇌전증 수술이 가능했지만 수가 때문에 이제 하지 못한다"며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뇌전증 수술이 낮은 수가 때문에 병원에서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는 현실을 지목했다. 

또 홍 회장은 국내 뇌전증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뇌전증 TOP4 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에만 활발한 뇌전증 수술을 위해 필요한 SEEG 삼차원뇌파 수술 치료기인 수술로봇이 없는 현실을 짚었다. 

뇌에 20여개의 전극을 박는 뇌전증 수술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수술로봇이 국내 약물난치성뇌전증 환자의 활발한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로봇수술기는 삼성서울병원에 2대, 세브란스병원에 1대, 서울대어린이병원에 1대가 현재 국내 도입돼 있을뿐이다. 

더 큰 문제는 포괄적 뇌전증 치료(Comprehensive Epilepsy Care) 접근이 거의 어려운 국내 환경이다. 뇌전증 환자는 약물치료나 수술치료만이 아니라 여러 정신사회적 문제를 겪기 때문에 포괄적 뇌전증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미 선진국에서는 뇌전증 전문 상담 지원이 가능한 곳을 운영 중인데, 가까운 일본에는 28곳, 미국에는 260곳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2020년 8월 문을 연 한국뇌전증지원센터의 '뇌전증도움전화' 단 1곳에서만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뇌전증 기본치료인 약물치료에 대한 접근도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떨어진다. 국산신약 '세노바메이트'조차 미국에서는 2020년 5월부터 뇌전증 환자에게 실제 처방되고 있는데, 국내에서 세노바메이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아직 허가 신청조차 돼있지 않다. 

신동진 회장은 "우리나라가 개발한 약인데, 이 약을 외국에서 1상, 2상, 3상까지 하고 우리나라에 역으로 들어오는지 회사측(SK바이오팜)에 굉장히 서운한 점이 있고 또 국내에서 론칭할 때 우리나라가 개발한 약이니까 여러 가지 제도를 좀 패스트트랙으로 해서 정부가 좀 도와줄 수도 있는데 그걸 손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 뇌전증 신약 '조니사미드'와 국산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큰 차이라고 신 회장은 짚었다. 조니사미드를 일본 의사들은 활발히 쓸 수 있는 환경인데, 세노바메이트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신동진 회장은 "일본에도 일본에서 개발한 조니사마이드라는 약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일본 의사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다"며 "그것이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라고 성토했다. 

이같은 국내 열악한 뇌전증 치료·관리 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뇌전증센터학회는 내년부터 18곳의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이 지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1곳 당 연간 예산 7,500만원을 지원해 뇌전증 전문 코디네이터를 두고 뇌전증 환자들이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홍승봉 회장은 "우리나라도 뇌전증 환자들이 질병에 대한 포괄적 치료, 관리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며 3~5분에 불과한 짧은 진료 시간이라는 치료 장벽과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정신사회적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지정사업이 내년에는 국내에서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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