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신체‧정신‧사회 문제 일으켜…발작 재발 막는 치료 중요
‘뇌전증’ 발병에는 여러 원인과 복합적인 과정이 작용한다. 일정 영역의 뇌세포에서 과흥분이 동시에 발생하고,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신경계 질환이다. 뇌전증 발작은 모든 나이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와 노인에서 가장 많다. 뇌전증 발작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지만, 항발작약물 치료 환자의 80%는 발작이 없는 생활이 가능하다.
뇌전증, 뇌세포 과흥분된 전기신호로 경련·감각이상·의식소실 발생
우리 몸 뇌는 뇌세포에서 주고받는 다양한 전기적 신호로 행동이나 생각을 조절한다. 전기적 신호가 다양한 원인과 복합적인 발병 과정으로 과흥분, 경련이나 감각 이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뇌전증’이라 한다.
발작 형태는 다양하다. 발작은 전신 또는 부분적으로 불수의적인 운동 증상과 감각 이상, 의식 소실 등 형태로 나타난다. 심하게 나타나는 대발작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전신이 뻣뻣해지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입술과 몸에 청색증이 나타나고, 입에 다량의 침이나 구토가 발생하기도 한다. 소발작은 5~10초 이내로 짧은 의식 손상과 함께 행동을 멈추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눈이나 얼굴이 떨릴 수 있고, 증상이 멈추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뇌 기형과 유전‧손상‧뇌종양 영향으로 발생 가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보면, 2023년 뇌전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찾은 모두 15만 933명이었다. 이 가운데 20세 미만 ‘소아뇌전증’ 환자는 3만 703명으로 전체 뇌전증 환자의 20%를 차지했다.
소아뇌전증은 선천적인 뇌 기형과 손상, 유전‧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후 뇌 손상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원인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발작 재발을 막는 것이 소아뇌전증 치료 목표
뇌전증은 유발요인이 없는 비유발성 발작이 24시간 이상 간격으로 2회 이상 발생했을 때 또는 1회만 있어도 발작 재발 확률이 60% 이상, 뇌전증 증후군으로 진단될 수 있는 발작이 있을 때 진단한다. 첫 비유발성 발작 이후 2~3년 내 재발 가능성은 20~80%까지 다양하다. 재발 후 세 번째 발작 가능성은 79~90%로 높다. 발작이 두 차례 이상 재발해 뇌전증으로 진단받으면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우선 항발작약물치료를 한다. 발작 재발을 막아 발작 관련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발작은 발작 자체로 다양한 신체 또는 정신‧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신체 손상과 교통사고, 2차 뇌손상이 생길 수 있고, 사회생활이 위축될 수 있어 적극 치료가 필요하다.
뇌전증 발작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발작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다. 치료 가능한 원인이 있다면 원인을 해결해야 발작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과거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원인에 따른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최근 유전자 검사 발전으로 원인을 확인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항발작약물치료를 받는 환자 가운데 80% 정도는 발작 없이 생활한다. 뇌전증 환자의 20~30%는 뇌전증이 평생 지속한다. 소아 뇌전증에서 약물 중단은 발작 시작 나이와 뇌전증 종류, 또는 뇌전증 원인에 따라 다르다. 대개 2년 이상 발작이 없는 완화 상태가 유지될 때 중단을 고려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송이 교수는 “항발작약물을 중단하기 전 발작 완화 상태가 길수록 재발 위험성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약물은 급격히 중단할 때 재발 위험이 있어 3~6개월 이상 경과를 보면서 서서히 감량해 중단한다”며 “약물치료를 중단한 환자 가운데 20%에서 재발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약물치료 중단은 뇌전증 전문의와 긴밀한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 환자 보호자는 발작에 대한 응급 대처법을 숙지해야 한다.
발작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환자의 몸이나 고개를 옆으로 돌려 호흡을 안정시킨다. 혀를 깨물고 있다면 손수건이나 손을 입에 물려 손상을 방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대로 둔다. 수분 이내 발작이 멈추지 않는다면 119 신고로 병원 응급실을 빨리 찾아야 한다.
2. 수영‧등산‧자전거 등 사고 위험이 큰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일반에 비해 뇌전증 환자는 손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 하지만, 그 정도는 대부분 경미하다. 하지만 익사 같은 사고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뇌전증 관련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영은 혼자 하지 않게 하고, 등산 같이 높은 곳에 오르거나 교통사고 위험이 생길 수 있는 자전거 또는 기계를 이용한 작업은 피한다.
3. 규칙적인 수면이 중요하다.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4. 학습‧운동(사고 위험이 큰 운동 제외)과 단체 생활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운동은 발작을 오히려 줄이고, 뇌파를 호전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 놓는 것이 좋다.
관련기사
- 뇌전증협회, 뇌전증 인식 개선 대학생 서포터즈 18기 출범
- 지난해 한국인 1,991만명 의료용 마약 처방…처방 사유 49% '항불안제'
- 고열+경련, 모두 열성경련?…'이땐' 희귀뇌전증 '드라베증후군'일수도
- SK바이오팜, AI 신약개발 플랫폼·디지털헬스케어사업 가속화
- [기고] '세노바메이트' 국내 도입 지연에 대한 어느 의사의 유감
- 국내 입원비율 1위, 추락·낙상 등 손상…암환자 보다 여전히 더 많아
- 뇌전증 일본신약 '조니사미드'와 국산신약 '세노바메이트'의 큰 차이
- 국내 뇌전증 진료표준 확립되나…이달 뇌전증 표준화가이드 발표
- 국산신약도 '코리아패싱'?…뇌전증학회, 도입 늦는 '세노바메이트' 성토
- 한국인 뇌전증 유발 유전자 단서 찾았다…환자별 맞춤 치료 가능
- 뇌전증 전문 교수들, 집단휴진에 ‘불참’…"치료 중단 시 사망률 높아"
- [헬스로그 명의] 뇌전증, 모두 난치병?…최대 80% 환자, 약물로 조절돼
- '뇌의 감기' 뇌전증, 사회적 차별 여전…"뇌전증관리지원법 제정돼야"
- 시야 점차 좁아지다 실명에 이르는 ‘녹내장’…30대도 늘고 있어 ‘비상’
- 뇌수막종 환자 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국내 첫 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