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학회, 시범사업 전 환자분류체계 변경 요청
“뇌졸중, 일반진료질병군→전문진료질병군 바꿔야”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이 ‘급성 뇌졸중 치료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인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바꾸지 않은 채 구조 전환이 진행되면 급성 뇌졸중 환자의 80%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5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 뇌졸중의 환자분류체계(Korean Diagnosis Related Group, KDRG)부터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학회는 일반 병상을 최대 15% 줄이고 중환자 비율은 50% 이상 늘리는 구조 전환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현재 ‘경증’으로 분류된 뇌졸중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기 힘들다고 했다.
뇌졸중학회는 “급성 뇌졸중 중 80%는 초급성기 정맥혈전용해술이나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를 받지만 현재 두통,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과 같이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중환자 진료 비율을 50%까지 늘린다면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인 뇌졸중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뇌졸중학회는 현재 연간 11만명 이상인 급성 뇌졸중 환자가 오는 2050년 연간 32만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며 “진료군 개선이 없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기준을 높이는 것은 뇌졸중 골든타임 내 치료를 위한 안전망 구축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최근 주요병원 뇌졸중 치료 의사 이탈도 이런 문제가 지속됐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전문질환군 환자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는 뇌졸중 환자 진료를 더 줄이고 포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정책이사는 “대형병원들이 그동안 왜 권역응급의료센터 설치를 기피해 왔겠느냐. 바로 급성중증 뇌경색 등 응급심뇌질환이 전문진료군도 아니고 수가도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 왜곡된 질병분류체계는 현재 부족한 거점병원의 필수의료 인력을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차재관 부이사장(동아의대 신경과)은 “현재 질병군 분류가 유지된다면 최종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뇌졸중 진료가 제한돼 관련 진료 인력과 인프라 구축도 어려워진다”며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수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회는 정부가 진행하는 필수 중증의료 진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