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장 다수 “무응답 사직은 결정 보류”
상급종합병원협의회도 수용 여부 두고 논의
일부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임용 유지” 안내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복귀·사직 여부를 응답하지 않은 전공의들과의 관계를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사직서 수리를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상급종합병원들도 수련병원협의회 방침을 따를지를 두고 논의 중이다.
수련병원협의회는 15일 열린 회의에서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무응답 전공의도 일괄 사직 처리한다는 입장에서 ‘임용 유지’로 바뀐 것이다.
수련병원협의회는 사직 수리 시점을 2월 29일로 정했지만 정부가 ‘6월 4일’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예상보다 많은 전공의가 15일까지 복귀나 사직 여부를 답해 달라는 수련병원 요청에 ‘무응답’으로 대응하고 있기도 하다. 수련병원들은 이날 정오(낮 12시)까지 복귀·사직 여부를 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전공의 대부분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응답 시간을 이날 자정(밤 12시)까지로 연기하기도 했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도 수련병원협의회 결정을 수용할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시작했다.
상급종합병원인 A대학병원 원장은 수련병원협의회 방침에 공감했다. 그는 “딜레마다. 사직 전공의 명단을 정부에 제출하는 순간 그 전공의들은 우리 병원에서 떨어져 나간다. 혈연관계가 끊어져 버리는 셈”이라며 “우리 병원은 제출했는데 다른 병원은 하지 않으면 우리 입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을 나갈 때 사직서에 서명하지 않은 전공의들도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처리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사직서를 수리하고 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신청하지 않으면 내년 정원을 감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반감을 보였다. 그는 “정부는 수련병원에 페널티를 주겠다고 하지만 어차피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페널티가 무슨 소용이냐”며 “전공의들은 어차피 안 돌아온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 전공의 TO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병원장은 없다”고 했다.
의대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공의들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금 전공의들은 지난 2020년 때 의대생이었다. 그때 먼저 복귀한 전공의들을 보면서 큰 배신감을 느꼈다”며 “당시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그래서 이번에 의대생 관련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의대생 수업권 보장 등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수련병원은 수련병원협의회 방침에 따라 전공의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응답하지 않으면 사직서 수리가 보류된다고 안내했다.
B대학병원 교육수련팀은 “무응답 전공의에 대해 수련병원협의회 의견을 준용해 처리할 예정”이라며 수련병원협의회 내 다수 의견이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결정을 보류(임용 유지)한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수련병원협의회가 의견을 변경하면 결정 사항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규모가 작은 수련병원들은 ‘빅5병원’ 등 대학병원 결정에 따라갈 모양새다. 이에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전공의들이 있어도 사직서 수리 시점을 수련병원 대부분 ‘데드라인’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수련병원들이 무응답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를 보류하면 오는 9월 하반기 모집은 소규모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이날까지 소속 전공의 복귀·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한 뒤 오는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 하반기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했다. 모집 대상은 인턴과 레지던트 1~4년차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