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의료진, 70% 치료에 반응…강박증상 호전 보여
강박장애 발병 연령 높고 병 지속 기간 짧은 환자에 효과적
벗어나기 힘든 강박장애를 앓는 환자에게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을 해서 뇌 특정 부위를 없애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신경외과 백선하·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이 2017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난치성 강박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시행한 후 치료 반응과 부작용을 평가한 결과에서 이같이 확인됐다고 26일 발표했다.
강박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흔히 발생하는 정신과적 질환으로, 평생 유병률은 최대 3%에 달한다. 이 질환은 일반적으로 어린 나이에 발병하며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고 재발이 빈번하다.
강박장애 환자들의 1차 치료법으로 주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하지만, 약 20%의 환자는 이러한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아 새로운 대체 치료법이 필요하다.
최근 신경외과적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정신질환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열리고 있으며, 그중 하나로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은 고강도 감마선을 사용해 뇌의 특정 부위를 최소침습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으로, 강박 증상을 유발하는 신경 회로를 차단한다. 이 수술은 주변 건강한 조직에 대한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강박증의 신경 회로를 조절할 수 있어 안전하고, 병변 부위를 영구적으로 파괴하여 증상을 완화시킨다.
실제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을 받은 강박증 환자의 임상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으며 특히 어떤 강박증 환자군이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에 잘 반응하는지에 대한 예측에 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강박 증상의 변화를 ‘예일-브라운 강박증 척도(YBOCS, Yale-Brown Obsessive Compulsive Scale,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의 빈도와 심각도를 측정해 환자의 증상 평가하며 매우 중증(32~40점), 중증(24~31점), 중등도(16~23점), 경도(8~15점), 정상 또는 경미(0~7점)로 구분)’를 통해 평가하고,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에 대한 반응이 좋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간의 특징을 비교했다.
그 결과, 연구에 참여한 10명의 난치성 강박증 환자 중 50%가 완전 반응(치료 후 35% 이상의 YBOCS 점수 감소)을 보였으며, 20%는 부분 반응(치료 후 20~35%의 YBOCS 점수 감소)을 보였다.
완전 반응은 환자의 강박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어 일상생활에 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을 의미하고, 부분 반응은 환자의 강박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됐지만 일부 증상이 남아 있음을 뜻한다.
연구팀은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 후 10명 중 7명의 환자가 강박 증상이 호전된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완전 반응을 보인 환자들 중 한 명은 마지막 추적 관찰에서 YBOCS 점수가 0으로 완전 관해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평균 YBOCS 점수는 치료 전 26.2에서 치료 후 16.9로 크게 낮아져 증상 개선이 확인됐다. 이는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이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제시했다.
또한 연구팀이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에 대한 반응이 좋은 환자들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평균 발병 연령이 높음(20.2세) ▲병의 지속 기간이 짧음(10년 미만) ▲입원 횟수가 적음 ▲주요 우울 장애(MDD)를 동반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에 반응이 좋지 않은 환자들은 ▲평균 발병 연령이 낮음(14세) ▲병의 지속 기간이 김(20년 이상) ▲입원 횟수가 많음 ▲자살 시도 이력이 있다는 특성을 보였다. 이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 외에도 추가적인 치료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피로 및 수면 증가 등 경미한 부작용을 겪었으나, 대체로 일시적 증상으로 지속적인 기능 장애를 유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권준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에 효과적인 난치성 강박증 환자의 특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환자의 특정 특성이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의 효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혀내 향후 환자 선별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선하 교수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강박증과 같은 난치성 정신질환에 대해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이 증상의 큰 호전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