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암 환자의 삶의 질·자기 관리 능력·대처 능력 증가시켜
조기 통합완화의료 10회 이상 받은 환자 '2년 생존율' 상승
말기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로 조명돼온 '완화의료'가 진행암 환자의 생존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면서 완화의료가 표준 암치료의 일환으로 조기에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임상종양학회는 진행암 환자에게 조기에 완화의료를 제공할 것을 권하고 있다. 조기완화의료는 말기 이전부터 항암치료 과정에서도 통증이나 증상을 조절하고 심리·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완화의료서비스로, 기존 연구에서는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단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를 보여줬지만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했다.
서울대병원은 이 병원 암통합케어센터 윤영호 교수와 국립암센터 강은교 교수, 경상대병원 강정훈 교수 연구팀이 12개 병원의 진행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대조군과 중재군으로 나눠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개발한 ‘조기 통합 완화의료 시스템(Early Palliative Care, EPC)’이 진행암 환자의 장기적인 삶의 질과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연구에서 조기완화의료가 진행암 환자의 생존율 상승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국의 12개 병원에서 표준화학요법에 실패했지만 말기 상태는 아닌 진행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비맹검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73명의 대조군(통상 암 치료)과 71명의 중재군(통상 암 치료+EPC)으로 나뉘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건강경영 전략(Smart Management Strategy for Health, SMASH)’에 기반한 체계적 프로토콜에 따라 중재군은 구조화된 EPC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는 ▲증상과 우울에 대한 주기적 평가 ▲완화의료팀 회의를 통한 케어 계획 수립 ▲완화의료팀에 의한 구조화된 상담 제공 ▲건강 코치에 의한 완화의료 텔레코칭 ▲자가 학습 자료 제공 등이 포함됐다.
완화의료팀은 종양내과 의사와 임상 경력 3년 이상의 간호사로 구성된 건강 코치로 이뤄졌으며, 건강 코치는 23시간의 오프라인 강의와 14시간의 텔레 클래스를 통한 코칭 실습 교육을 받았다. 전화 코칭은 처음 12주 동안 주 1회, 이후 연구 종료 시까지 2주 간격으로 진행됐다.
대조군은 통상적인 종양학적 관리를 받았으며, 필요 시 통상적인 완화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모든 대조군은 암 통증 조절에 관한 비디오와 책자를 제공받았다.
연구 결과, EPC를 받은 중재군은 18주 후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삶의 질’ 점수가 대조군에 비해 11.00포인트(100점 만점) 높았다.
또한, 중재군은 24주 동안 ‘자기 관리 및 대처 능력’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중재군의 자기 관리 및 대처 능력 점수는 대조군에 비해 20.51포인트(100점 만점) 더 높았다.
생존율은 EPC 개입 횟수에 따라 달라졌다. 특히 중재군 내에서 ‘10회 이상의 EPC 개입’을 받은 환자들의 2년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집중적인 개입과 높은 순응도가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강은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체계적인 EPC 제공과 환자의 높은 순응도가 생존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윤영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기 통합 완화 치료가 진행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정신적·사회적·존재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완화치료의 체계적인 제공과 개입 횟수 증가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조기완화의료가 표준 암 치료의 일환으로 조기에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