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환자 늘고 있어…원인 명확치 않고 증상 조절로 일상생활 가능
위염은 위에 생기는 염증이다. 대장에 생기는 암은 대장암이다. 대개 병명을 보면 유추되는 질환이 있다. 한편 병명을 들어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질환도 있다. 이름마저 생소한 ‘크론병’이 있다. 크론병은 식도부터 항문까지 전체 소화관 어디든 염증이 생길 수 있는 희귀 난치성질환이다. 한번 발병하면 완치도 힘들다.
발병 원인은 아직 미궁…환경 인자‧서구 식습관 영향 추정
크론병이라는 병명은 1932년 이 병을 처음 발견한 미국 의사였던 ‘버나드 크론’(Bernard Crohn) 박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크론병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입에서부터 식도‧위‧십이지장‧소장‧대장‧항문까지 음식물이 지나가는 소화관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크론병은 여러 원인으로 발병한다고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유전 소인이 있고, 특정 환경적 인자가 자극됐을 때 몸에서는 자연스러운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크론병은 면역 반응이 생길 때 면역계 교란이 발생하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인자로 미세먼지와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우선 손에 꼽힌다. 이마저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식생활 서구화로 10~20대 젊은 환자 증가 추세
불과 몇 년 전까지 크론병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최근 한 유명인의 크론병 투병 고백과 의학 드라마 속 사례로 크론병이 언급되면서 크론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양 질병으로만 알려졌던 크론병이 국내에 등장했던 것이 1990년대였다.
이후 크론병 환자들은 계속 증가해 현재 국내에는 2만~2만 5천 명 정도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 규모로 보면 적은 수는 아니다. 크론병은 완치가 어렵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유병률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크론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3만 3,238명이다. 2019년 2만 4,133명에 비해 27% 이상 늘었다.
보통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는 연령대로 50~60대를 손에 꼽는다. 이에 비해 크론병은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청년 환자들이 주로 많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서구화된 식습관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인스턴트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시기는 학업 또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때다.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청소년기에 크론병이 생기면 음식을 잘 먹더라도 장에 염증이 있어서 복통‧설사로 신체 성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크론병이 발병하면 단체나 조직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복통‧설사한다고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혼동 주의
복통이나 설사 등 크론병 증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혼동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크론병 증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잦은 복통과 설사로 두 질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크론병은 소화관 외 다른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눈에 이상이 있다든지 피부 발진과 관절통을 동반하는 등 장관 외 증상이 있으면 크론병을 의심해야 한다.
정확한 크론병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환자 병력 청취와 내시경과 조직 검사, 또 내시경으로 보기 어려운 소장에 대해서는 CT‧MRI 같은 영상 검사를 한다. 크론병은 어느 검사 결과 하나만 가지고 확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임상소견과 혈액 검사, 내시경 소견, 영상 검사 등을 모두 종합해야 한다. 일부 검사만으로 크론병을 확진할 수 없어 염증성장질환진료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와 동고동락, 평생 함께 가는 의료진…생활 습관 관리 중요
크론병은 다양한 내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염증에 효과가 있는 항염증제를 먼저 사용한다. 급성 악화기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스테로이드를 중단했을 때 유지 약물로 사용한다.
최근 생물학적제제가 널리 사용되면서 증상이 급성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협착이 생기거나 천공, 또는 암이 생긴다면 결국 외과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크론병은 내과 치료는 물론 외과적인 치료도 중요하다.
크론병은 발생 기전이 명확하지 않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인스턴트 음식 섭취를 최소화하고, 한식 위주 밥상을 가까이한다면 크론병 위험에서 조금은 멀어질 수 있다. 여기에 적당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는 만병을 예방할 수 있다.
크론병은 발병하면 장기간 또는 평생 완치가 어려운 난치병이다. 환자들에게 크론병은 평생 동고동락하는 대상이고, 크론병 전문의는 평생 진료를 이어가는 의료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크론병으로 치료받던 환자들이 대학을 가고, 취직하고 결혼해서 아이와 함께 병원을 오는 것을 본다. 크론병 치료는 환자들의 인생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며 “어떤 병이든 오래 지속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관리하고 치료한다면 여러 가지 합병증은 물론 불필요한 치료도 피할 수 있다.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지체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