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희승 의원,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전원 현황 분석
올해 7월까지 전원 병원 ‘미선정’ 475건…진료불가 6만6122건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최종 치료 문젠데 엉뚱한 곳 긁어"

의료대란으로 응급환자들이 진료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응급환자 10명 중 1명은 전원 병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의료대란으로 응급환자들이 진료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응급환자 10명 중 1명은 전원 병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의료대란으로 응급환자들이 진료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관리 가능하다"고 강조하지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서도 응급환자 10명 중 1명은 전원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중증응급환자의 신속한 병원 이송과 병원 간 전원을 위해 만들어진 컨트롤타워다. 보건복지부는 비상진료 상황 대응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수도권에서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운영을 시작해 7월에는 6개 권역으로 확대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전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전원 요청 건수는 5,306건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접수된 2,656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전원 병원을 찾지 못한 ‘미선정’ 건수는 7월 말 기준 9.0%(475건)로 지난해 4.2%(112건) 대비 2.2배 이상 높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 통한 전원 현황. 자료 제공=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 통한 전원 현황. 자료 제공=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실

진료를 제한하는 응급실도 늘고 있다. 6일 기준 종합상환판에 표출된 ‘진료 불가’ 메시지는 총 6만6,12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만5,622건의 87.4%에 달하는 수준으로 연말까지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는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2월 6,750건에서 7월 8,952건, 8월 9,607건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9월은 6일 만에 진료제한 메시지가 4,217건이나 됐다.

지역별로는 전체 진료제한 메시지 6만6,122건 중 16.7%인 1만1,065건이 서울 소재 응급실이었으며 부산 9,835건(14.9%), 경기 8,675건(13.1%), 대구 8,104건(12.3%) 순으로 많았다.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는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에 응급의료기관이 응급실 메시지 또는 질환별 메시지를 등록할 경우 종합상황판에 표출된다. 주로 인력 부재 등 응급의료기관 사정으로 진료가 불가한 경우 구급대원은 응급환자 이송 시 참고한다.

지역별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 수. 자료 제공=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실
지역별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 수. 자료 제공=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실

박 의원은 “응급실을 제때 찾지 못한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며 “공중보건의사, 군의관을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빠져나간 전공의의 역할을 온전히 채울 수는 없어 배후 진료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응급실 문을 열어 두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모두가 한계상황인데 정부가 더는 한가한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종치료 불가한데 돈 더 준다고 해결되겠나"

의료 현장에서도 전공의 없이 처음 맞는 명절 연휴에 긴장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 정부는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응급실 뺑뺑이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10년 넘게 주장을 했는데 정부가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번 (의정갈등) 사태 이후 응급실 수용 불가라고 하는 부분이 더 심각해졌다”며 “(정부가) 어떤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책임 회피성 발언 이상은 아닐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없는 상태에서 처음 맞는 추석 연휴가 고비라고 했다.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석 연휴 응급실 내원환자가 증가할 경우 하루 1만여명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지금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데 (추석 연휴) 늘어난 환자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 것이냐 이 부분이 제일 걱정”이라며 “최대 하루 1만명 정도가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은 결국 병원의 최종 치료 능력이다. 중증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종 치료가 제대로 제공되는 게 매우 중요한데 의원을 더 많이 연다고 최종 치료 능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추석 연휴 기간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3.5배 인상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돈을 더 주면 해결될 거라는 짧은 인식이 너무 안타깝다”며 “결국 최종 치료가 제대로 제공되는 게 문제인데 엉뚱한 곳을 긁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