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마켓 리더⑤] 입센코리아 희귀질환 사업부 심정환 상무
항암, 희귀간질환, 신경과학 분야 혁신적 치료제 개발…100년 역사
‘허가-평가-협상 연계제도 시범사업’ 1호 PFIC, 건강보험 급여 숙제
원발성담즙성담관염·골화성섬유이형성증·신경교종 약 허가 준비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 장으로 이동한다. 재흡수 과정을 거쳐 다시 간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데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담즙 배출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순환이 안돼 간에 담즙이 쌓여 간을 망가뜨리게 된다. 이 질환이 바로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PFIC)이다.
PFIC은 전 세계적 유병률이 10만 명당 1명꼴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내 50여명 정도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극희귀질환이다. 극심한 가려움으로 인해 수면장애와 성장지연을 초래하며, 치료가 안돼 지속적으로 간기능이 저하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도 ‘허가-평가-협상 연계제도 시범사업’ 1호 약제로 PFIC 치료제인 '빌베이(성분명 오데빅시바트)'를 선정하고 지난 8월 허가했다. 지난해 10월 신청이 들어간 것을 고려하면 10개월만이다. 신약들이 허가되기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놀랄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신화를 써 내려온 건 대형 제약사가 아니다. 중형 제약사(a leading mid-sized global biopharmaceutical company)임을 자처하는 '입센코리아'가 주인공이다. ‘적은 수의 환자라도 소외되지 않고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희귀간질환 분야 치료제를 중심으로 한국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낸 입센코리아. 지난 5월 설립된 희귀질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심정환 상무를 만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입센코리아의 도전기, 그리고 향후 청사진을 들었다.
- 입센코리아 희귀질환 사업부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린다.
입센코리아 희귀질환 사업부는 희귀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로 하는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5월 설립됐다. 기존 항암제 사업부에 희귀질환 사업부가 추가돼 정식 명칭은 ‘Oncology & Rare Disease Business Unit’이다. 입센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도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입센코리아의 목표는 적은 수의 환자라도 소외되지 않고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현재 도입됐거나 도입될 치료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입센코리아가 현재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분야는 희귀간질환이다. 지난 8월 23일 희귀질환 치료제 ‘빌베이’를 허가 받았다. 빌베이는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 또는 PFIC이라고 부르는 희귀 유전질환의 소양증 치료제로 생후 3개월 이상 영아부터 사용하도록 허가됐다. 국내 PFIC 환자는 50여명 수준으로 극희귀질환에 속한다.
‘빌베이’는 PFIC 이외에도 알라질증후군, 담도폐쇄증 등 3개 담즙 정체성 간질환에 적응증을 갖고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적응증 확대를 위해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희귀간질환인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rimary Biliary Cirrhosis/Cholangitis, PBC) 치료제 엘라피브라노(elafibranor)의 허가도 준비 중이다. 엘라피브라노는 지난 6월 국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국내 PBC 유병환자수는 2009~2019년 PBC 역학연구에서 4,230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PBC는 간 내부에서 담관이 갈수록 파괴가 되는 특징이 있어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망 위험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치료에 반응이 좋고 간경변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예후가 좋은 편이나 UDCA 치료에 반응이 없고 간경변이 진행되면 간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UDCA에 반응하지 않는 PBC에 국내에서 허가 받은 치료제는 아직 없다.
이외에도 진행성 골화성 섬유 이형성증(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 FOP) 질환 치료제를 출시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소아 저등급 신경교종 치료를 위한 ‘토보라페닙’이라는 약물의 판권을 다른 회사로부터 획득했고 마찬가지로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이다. 신경교종은 뇌암의 일종인데, 최근 탤런트 김정화 씨 남편이 저등급 신경교종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 빌베이는 어떠한 치료제인지 궁금하다.
빌베이는 회장 담즙산 운반 억제제(ileal bile acid transporter(IBAT) inhibitors) 기전으로 간 내에 담즙이 쌓이지 않고 배출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물이다. 어릴 때 적절하게 치료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간의 섬유화로 인한 간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너무 심해 간경변이나 간암까지 갈 것 같으면 태어난 지 1년 미만의 신생아도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 아이가 간이식 수술을 받을 적당한 나이가 될 때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의료진들의 심정이다. 그래서 의료진들의 기대감도 높은 편이다.
- PFIC 질환의 발병 시기는.
가장 흔한 아형인 PFIC Type 1, 2는 영유아기에 주로 발현이 되지만 일부 흔하지 않은 아형에서는 청소년기 혹은 성인 때 발현되기도 한다. 이 질환의 증상은 극심한 가려움증이다. 피가 나도록 긁는다. 아토피와 헷갈릴 수 있을 정도로 아이도 부모도 잠을 설치기 일쑤다. 그래서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간이 계속 망가지기 때문에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 전세계적으로 PFIC 환자는 어느 정도 되나.
다른 희귀질환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환자수 파악이 어렵다. PFIC의 정확한 유병률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극소수에게만 나타난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5만~10만명 중 1명 꼴로 추정된다.
- 빌베이가 출시된 지는 얼마나 됐나.
빌베이는 입센이 지난 2023년도에 인수한 ‘알비레오’(Albireo)라는 제약회사가 개발한 약이다. 2021년에 미국, 유럽 등에서 허가를 받았다. 3년 만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니 늦은 것은 절대 아니다. ‘허가-평가-협상 연계제도 시범사업’ 덕분에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허가 받은 약물이 됐다.
- 희귀간질환과 신경교종 치료제 말고 도입(허가)을 고려하고 있는 치료제는 무엇이 있나.
이미 출시한 제품들에서 지속적인 글로벌 임상을 통해 적응증도 늘리고 있다. 예를 들어 ‘카보메틱스’라는 항암제는 신장암에 주로 쓰이지만 간암, 갑상선암에도 적응증이 있으며, 신경내분비종양에도 허가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 ESMO에서 3상 결과가 나와 환우회에서도 보고 연락을 줬다.
-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 분야를 공략하는 게 오히려 입센의 비즈니스 전략인 것 같다.
입센은 본사 홈페이지부터 ‘시장을 선도하는 중형 제약사’임을 강조한다(a leading mid-sized global biopharmaceutical company). 대형 빅파마들처럼 환자수가 많은 질환 위주로 치료제를 개발하기보다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으면 소수라 할지라도 그들을 위해 혁신적인 치료제를 공급하자는 게 입센의 지향점이자 전략이다.
- 희귀질환 신약들이 국내에 도입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 신약을 도입하는데 허가에만 1년, 급여를 받기까지 평균 2년 등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각의 과정에 있어 안전성, 유효성, 품질, GMP 그리고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등 중요하고 까다로운 항목에 대한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신약 접근 속도의 문제점을 인지,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입센의 빌베이가 첫 시범사업 대상이 되어 평가 받고 있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부분이다 보니 각각의 과정에 어려움도 생기고 고민되는 점도 있지만, 이러한 행정 과정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환자의 접근 속도를 개선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널리 확장되면 좋을 것 같다. 입센에서도 그간 소외 받았던 PFIC 환자에게 첫 치료제를 빠르게 제공하고자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 특별히 허가나 급여 준비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입센뿐만 아니라 다른 제약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희귀질환 사업부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결국 신약 접근성이다. 특히 PFIC처럼 국내 수십명 정도의 환자밖에 없는 극희귀질환의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도 없고, 임상시험에 등록된 환자수도 많지 않으며, 다양한 리얼월드 데이터나 하위분석 같은 임상 근거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희귀질환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일반 약제와 동일한 기준으로 적응증이나 급여기준이 평가된다면 희귀질환자 중에서도 더 극소수 케이스들은 지속적으로 신약의 환자 접근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희귀질환의 경우 그 특수성에 맞춘 적응증이나 급여기준 평가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 입센에 희귀질환 사업부를 맡게 되면서 보람이 있다면.
보람이라고 한다면 입센이 지난해 알비레오(Albireo)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도입한 빌베이를 올해 8월 아시아 최초로 허가를 받은 것이다. 대형 제약회사가 아님에도 그렇게 빠르게 허가를 받으려면 구성원들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빠르게 일을 추진 할 수 있었던 것은 민첩성인 것 같다.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이고 회사의 비전이나 철학 자체가 ‘리딩 미드 사이즈 컴퍼니(Leading mid-sized company)가 되자’로 명확한 방향성이 있다 보니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빠르게 실행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희귀질환자들과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큰 보람을 느낀다. 같은 마음을 가진 우리 부서원들과 함께 사명감을 가지고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제약사들이 CSR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입센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제 시작해야 하는 단계다. 특히 PFIC의 경우 워낙 극희귀질환이고 치료제가 없다 보니 환우회가 없다. 현재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KORD)와도 긴밀하게 협업을 하고 있는데, 만약에 PFIC 환우회가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질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지,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특히 PFIC이나 알라질증후군,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환자들은 어디에 무엇을 물어봐야 될지 명확한 채널이 없다. KORD를 중심으로 서포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 입센이 주력하고 있는 질환, 그리고 앞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타겟 희귀질환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사업부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희귀질환 사업부만 놓고 보면, 희귀간질환 쪽에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미래에 모든 치료제에 대해 환자들이 접근성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구체적인 계획을 공유하기는 어렵지만 유관 학회와 의료진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입센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회사는 아니지만 약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항암, 희귀질환, 신경과학 분야에 다양한 혁신적인 치료제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입센을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희귀간질환에 매우 진심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정부 시범사업을 통해 최대한 빠르게 허가를 받은 만큼 보험 급여도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