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마켓 리더②] 한국노바티스 희귀질환사업부 조연진 전무
5월 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졸겐스마 지수 생겨야"
“졸겐스마지수, 재정 대비 혁신적·균형적임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이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를 승인하면서 전세계가 떠들썩했다. 졸겐스마 1회 투입비용이 무려 2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1회 투약만으로 병이 완치될 수 있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결과지만 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우리로서도 고가약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때문에 2021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한국노바티스의 졸겐스마를 허가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졸겐스마는 국내 최초의 고가치료제라는 건강보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약임에 틀림없다. 한국노바티스 심혈관 및 희귀질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조연진 전무도 “각 나라의 통화 가치를 ‘빅맥지수’로 표현하는 것처럼 ‘졸겐스마 지수’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졸겐스마 지수’는 우리나라가 재정 대비 혁신적이고 균형을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바티스는 졸겐스마 이외에도 유전성망막질환(IRD) 최초의 원샷 유전자치료제인 '럭스터나(보레티진네파보벡)'와 유전 재발열 증후군 치료제인 ‘일라리스’를 보유하고 있다. 럭스터나와 일라리스는 국내 허가는 돼 있지만 급여가 되지 않아 고가이다보니 처방이 제한적이다.

이에 5월 23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한국노바티스 희귀질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조연진 전무를 만나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졸겐스마, 럭스터나, 일라리스 등 치료제들의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들었다.

조연진 전무는 2006년 한국화이자제약에 입사, 화이자 혈우병 치료제 PM을 거쳐 희귀질환 사업부 마케팅 헤드를 맡았다. 2021년 한국노바티스에 입사, 안과사업부 및 졸겐스마 Business Franchise Head를 거쳐 지난 2022년부터 심혈관 및 희귀질환사업부 전무를 맡고 있다.

5월 23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한국노바티스 희귀질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조연진 전무를 만나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졸겐스마, 럭스터나, 일라리스 등 치료제들의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들었다.
5월 23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한국노바티스 희귀질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조연진 전무를 만나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졸겐스마, 럭스터나, 일라리스 등 치료제들의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들었다.

- 2017년부터 희귀질환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희귀질환사업부를 맡게 된 계기가 있을지.

제약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항암제와 같은 중증 질환을 담당했다. 잠깐의 휴직 후 2017년 전 직장에서 희귀질환사업부를 신설하는데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막상 시작하니 할 일이 너무 많았다. 2015년에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고, 2017년에 개정됐다. 희귀질환은 치료제에 대한 제약 시장 싸움이 아니다.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안되는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 희귀질환사업부를 담당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을 것 같다.

의료진은 3시간 동안 보통 30~4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예전에 한 교수님께서는 본인의 영역이 별도로 있음에도 새로운 희귀질환 환자가 오면 그 한 명을 위해 새로운 영역을 처음부터 공부하시더라.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치료제를 찾는 중에 만나 뵙게 된 분이었다. 2018년 한 정책토론회에서 그 교수님은 “희귀 환자들 하나하나 귀(貴)하게 생각해 달라”며 눈물을 보이셨다. 그때 큰 무력감을 느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해당하는 치료제의 무상 공급을 진행하게 됐다. 자살 시도까지 했던 환자가 치료제를 받고 보낸 문자를 교수님이 전달해 주셨고 그 날 혼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노바티스에 입사하고 무상 공급에 대한 절차가 잘 정립이 되어 있어 놀랐다. 오래전 글리벡부터 시작해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본사 주도하에 촘촘하고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 이를 통해 졸겐스마는 6명, 럭스터나는 2명에게 무상 공급됐다.

한국노바티스는 국내 환자들의 혁신 신약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기관, 의료기관, 그리고 보험급여 지급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허가 등록 전에는 약제접근성관리프로그램(Managed Access Program), 허가 이후 자사 제품의 처방환자를 대상으로 약제 부담금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환자지원 프로그램(Patient Support Program) 등을 통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혁신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노바티스는 희귀질환에 집중하는 사업부가 따로 있는지.

지난해 말 희귀질환사업부가 독립적으로 신설됐다. 공식 명칭은 유전자 치료제(Gene Therapy)를 의미하는 GTx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보면 될 것 같다.

- 현재 노바티스에서 주력하고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가 있다. 또한 세계 최초의 유전성 망막 질환 유전자 치료제인 럭스터나가 있다. 럭스터나 또한 단 1번의 투여만으로 유전성 망막 질환 환자의 시기능을 개선시킨다. 이외 유전 재발열 증후군 치료제인 일라리스가 있다.

SMA 환자 조기발견 위해 ‘신생아 스크리닝’ 필요

- 졸겐스마의 급여 확대를 위해 세워놓은 계획이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신생아 스크리닝을 통해 조기 발견율을 높이고자 한다. 졸겐스마는 빨리 투여될 수록 효과가 좋다. 즉, 증상이 없는 아이들을 빠르게 진단해 졸겐스마를 투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증상이 없음에도 유전자의 복제수가 3개인 아이들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에 졸겐스마의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가고자 한다. 다만 적용 범위 확대의 경우 임상연구 결과가 있어야 한다. 2024년 말 또는 2025년에 21kg 이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가 나올 예정이다.

졸겐스마는 MN1(Survival motor neuron 1) 유전자에 이중대립형질 돌연변이가 있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 중 ①5q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 ②SMA 1형의 임상적인 진단이 있거나, 증상 발현 전 환아라도 SMN2 증상 발현 전이라도 유전자의 복제수가 2개 이하 ③투여시점 기준 생후 9개월 미만의 환아 등이다. 다만, 생후 9개월 이상에서 생후 12개월까지 환아에서는 환자상태 등을 고려해 이득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한다.

또 졸겐스마는 현재 정맥(IV)으로 투약하고 있는데 척수강 내 주사를 출시하기 위해 현재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연구 결과가 2026년에 나올 예정인데 결과가 나오면 척수강 내 주사가 급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척수강 내 주사가 급여화 되면 고연령 아이들도 투여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SMA의 조기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생각해 놓은 방안이 있나.

저변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환자를 역추적 해봤더니 여전히 진단방랑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빠르게 SMA를 진단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확대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임신부들의 대략 8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마미톡’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생아 희귀질환에 대해 알리고, 신생아 백신 접종 때도 움직임 체크나 병원에서 질문해야 할 것들 등에 대해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 졸겐스마의 경우 원샷 치료제인데 사후관리가 필요한지.

베이스라인이 아이들마다 다르다 보니 모두 개별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더 일찍 신생아 스크리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어느 정도 악화가 된 아이들이나 아니면 이미 호흡이 어려운 아이들은 호흡기를 떼는 것만으로도 사실 기적이다. 더불어 다른 근육들이 계속 살아날 수 있게끔 그 유전자가 회복될 수 있게끔 계속 도와주는 관리가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도 살펴봤을 때 빨리 맞을수록 빠르게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이번에 24개월 넘어서 맞은 아이가 있었다. 누워서 호흡기로 생활하던 아이였는데 졸겐스마 투약 후 보행기를 끌고 다닌다. 그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콜센터를 운영하며, 졸겐스마 투약 후 아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재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부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럭스터나, 생명과 삶의 질 좌우…급여에 조금만 속도 내줬으면

- 졸겐스마처럼 노바티스의 또다른 유전자 치료제인 럭스터나의 경우 약평위에서 몇차례 고배를 마셨다. 실명을 앞둔 환자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망막 세포가 죽으면 럭스터나는 시술을 할 수 없다. 빠른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많은 유전자 치료제가 나올 텐데 대부분의 치료제는 질환의 증상이 좋아지는 약제가 아닌 질환 진행을 멈춰주는 약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진행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이다.

럭스터나의 경우 (보험 급여는)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부로서는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희귀 중증 질환 그리고 아이들의 생명과 삶의 질에 관련된 치료제인 만큼 속도를 조금 더 내 치료접근성을 넓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럭스터나가 해외에서는 급여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국내에서 럭스터나를 투약한 환자의 효과는 어떤지.

유럽은 공공보험으로 급여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무상공급 프로그램으로 두 분이 투약했다. 빛 조감도로 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하는데 한 분은 아예 밤에 나갈 수가 없는 상태였는데 투약 후 지금은 밤에도 외출을 한다. 한 환자는 한 쪽만 투약했는데 노을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동생은 망막세포가 죽어 럭스터나를 투약하지 못했는데 “누나, 노을이 어때?”, “하늘이 어때?”라고 묻는 질문에 너무 미안했다고 이야기 하더라.

"한 명도 없던 환자가 전문가가 생기니 600명까지 진단"

- 졸겐스마나 럭스터나의 경우 그나마 많이 알려진 희귀질환의 치료제들이다. 그러나 유전 재발열 증후군이라는 이름은 정말 생소하다. 이 질환은 국내 환자수가 얼마나 되는 질환인가.

유전 재발열 증후군은 희귀질환 중에서도 극희귀질환에 속한다. 국내에는 약 100명 정도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일라리스는 유전 재발열 증후군과 같은 자가 염증 질환을 억제하고자 개발된 치료제다. 인터루킨-1베타가 수용체에 붙으면 염증을 일으키는데 일라리스는 해당 작용을 저해하는 저해제다. 일라리스는 적응증만 5개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아이가 이유 없는 발열을 3~4일마다 지속하다 낫기를 반복한다. 또는 관절이 붓거나 청력이 소실되기도 한다. 신생아 발열이 너무 심하면 뇌가 축소되어 지적 장애를 겪거나 사망할 수 있다. 증상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보니 아토피 피부염으로 착각해 피부과를 다니거나 걷지 못하니 정형외과만 다니는 경우도 있다. ‘이유 없이 고열이 반복된다’거나 ‘두드러기가 있다’, ‘근육통이 있다’고 할 경우 한번쯤 의심해볼 수 있다 이야기 하지만 예상이 맞지 않을 때가 많아 쉽지 않다.

더욱이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족성 지중해성 열(FMF) 같은 경우 국내에는 거의 환자가 없다. 그런데 일본에는 약 600명 정도가 있다. 10년 전에는 일본에도 한 명도 없었지만 전문가가 생기니 600명까지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FMF의 부작용이 아밀로이드증인데 우리나라에 원인 불명의 아밀로이드증이 굉장히 많다. 연관성에 대해서는 좀 더 규명이 필요하지만 FMF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많아지면 우리도 일본처럼 유병률 등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국내에 일라리스로 치료하고 있는 환자는 몇 명이나 되나.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ryopyrin-Associated Periodic Syndromes, CAPS)만 20명이고 나머지 질환으로는 1~2명 있다. 가족성 지중해 열(Familial Mediterranean Fever, FMF)는 10명 정도 있다. 환자 수는 여러가지 리얼월드 데이터 등으로 추산을 했을 때 100여명 정도로 보고 있다.

- 일라리스는 무상 공급 계획이 없나.

(환자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나 이미 오래된 약이다보니 쉽지는 않다. 우선 급여를 받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 해외에서는 급여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국내에서 일라리스를 투약한 환자의 효과는 어떤지.

일라리스의 경우 다른 나라는 보험 급여가 거의 다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이나 떨어져 세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약의 경우 경제성 평가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이번에 다행히 이 안에 넣어주겠다고 해서 해당 루트로 신청한 상태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라리스를 맞는 동안에는 완전 관해가 되는 것으로 나왔다. 인터루킨이 완전히 저해된다는 뜻으로, 치료제를 맞는 동안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 희귀질환 치료제들의 경우 개발에만 수십년이 걸리지만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개발비 또한 적지 않게 투자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바티스가 희귀질환분야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희귀질환 치료제는 조금 더 길게 봐야하는 면은 있지만 막대한 수익을 얻기란 힘든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졸겐스마도 고가약이지만 환자 위험분담제를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노바티스 희귀질환사업부는 ‘Reimagine Medicine’이라는 회사의 비전에 맞게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특히 글로벌 노바티스에서는 스파크 같은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아데노 백신 바이러스를 근간으로 한 최첨단 치료 플랫폼들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을 확장해가다 보면 좀 더 많은 치료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진단과 접근성 좋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있으면 머지않은 미래 치료제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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