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에 한번 주사 두고 매일 아이몸에 주사해야 하는 것 잔인"
"빠른 시일 내 급여화" 심평원장 발언에도 감감무소식 '답답'
이영배 씨, 심평원장 면담 요청…"마지막 끄나풀이라도 잠는 심정"
"매일매일 부모가 아이 몸에 직접 주사를 해야하는 일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너무 잔인합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70세까지 이 주사를 맞는다고 한다면 약 2만3,000개가 넘는 주사를 아이 몸에 꽂아야 합니다. 이것 만큼 잔인한 일이 없습니다."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이라는 유전성재발열증후군(Hereditary recurrent fever syndromes)을 앓고 있는 환아의 부모인 이영배 씨의 하소연이다.
유전성재발열증후군은 유전자 이상으로 인체 면역체계가 인터루킨-1베타(IL-1β)라는 물질을 과다 생성함으로써 뇌, 눈, 관절 등에 영구적 손상 같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CAPS는 2020년 기준 국내 환자 수가 총 14명에 불과한 질환으로 이영배씨의 아들 A군은 CAPS 중에서도 가장 중증도가 높은 만성영아신경피부관절증후군(CINCA) 진단을 받았다.
유전성재발열증후군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한국노바티스의 '일라리스'가 유일하다. 하지만 일라리스는 2015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 판정을 받고 2022년 말 노바티스가 급여 신청을 철회하며 워낙 가격이 비싸 국내에서는 사실상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환자들은 임시방편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IL-1β의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대체약제 키너렛(성분명 아나킨라)으로 치료하고 있다.
이영배씨는 12일 코리아헬스로그에 보낸 편지를 통해 "CAPS 진단 이후 유전성재발열증후군 치료제 '일라리스' 보험급여 등재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해 국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원을 남기기도 하고, 심평원에 문의 전화나 민원도 넣어보았다"며 "국회 청원이 관심을 받으면서 작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서게 되었고, 국회의원님들과 심평원 원장님 등 앞에서 저희 아들을 포함한 CAPS 환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영배 씨는 "기사로 보니 당시 국정감사에서 심평원 강중구 원장님이 '새로 나온 일라리스주는 8주에 한 번 주사하고, 효과도 좋다. 9월에 급여 기준을 심의했으니 빠른 시일 내에 급여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심평원장님이 직접 잘 챙기겠다고 말씀까지 하신 일라리스 급여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CINCA인 환아들은 ‘키너렛’이라는 주사를 부모가 용량을 조절해가며 놓고 있다. 이 약제는 심지어 우리나라 식약처에 정식으로 허가된 약제가 아니고 희귀질환의약품센터를 통해 도입되고 있다"면서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공급이 불안정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에서 약제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가 없다보니 부작용이나 이런것들이 생기더라도 다른 약제처럼 추적이 되거나 하지도 않는다더라"라며 "심평원장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직접 챙기겠다고 하면 수월하게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더욱이 그는 "키너렛은 무엇보다 매일매일 부모가 직접, ‘집’이라는 환경에서 아이 몸에 직접 주사를 해야한다"면서 "매일 주사하는 일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너무 잔인하다. 만약 우리 아이가 70세까지 이 주사를 맞는다고 한다면 약 2만3,000개가 넘는 주사를 아이 몸에 꽂아야 한다. 이것 만큼 잔인한 일은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그는 "마지막 끄나풀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심평원장님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환자 한명 한명을 만나주실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라리스는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HIDS/MKD) ▲콜키신이 금기이거나, 내약성이 없거나, 또는 최고 내약 용량의 콜키신에도 적절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가족성 지중해 열(FMF)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특히 오프라벨 약제인 키너렛과 달리 8주에 한번만 맞아도 된다.
일라리스는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면서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CAPS 치료에 권고하는 IL-1 억제제이자 국내와 미국, 유럽에서 유일하게 허가된 CAPS치료제다. 실제 임상연구에서 일라리스를 투여한 CAPS 환자의 35명 중 34명(97%)은 1회 투여로 8주 이내 면역반응이 조절된 완전관해를 달성했다. 특히 미국, 일본 , 유럽 등 총 30여개 국가에서 급여 적용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노바티스는 "현재 심평원에 급여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며 소아희귀질환 약제로 경제성평가면제를 신청했지만 수용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희귀질환의 경우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 3년만에 극희귀질환 병명 찾았지만…8주 치료에 약값만 2000만원
- 허가약 있지만 오프라벨약 써야하는 '유전재발열증후군' 치료 현실
- 희귀질환 극복 위해 의사-제약사-정부 ‘원팀’ 강조하는 노바티스
- 저녁부터 '컹컹' 기침하던 아이, 자다 숨 '꺽꺽' 댄다?…"이땐 바로 119를"
-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편두통'…한 달 8회 넘으면 '만성 두통' 위험 신호
- 노년층 치아 교정에 부쩍 관심 늘어…당뇨병‧골다공증 있으면 주의해야
- 강릉아산병원, 최신형 'PET-CT' 장비 교체 도입…"암 진단 능력 강화"
- 새해 ‘몸짱’ 의욕 앞서다 오히려 근육 녹는 ‘횡문근융해증’ 올수도
- '소아과 오픈런', 월요일 가장 심각…“휴일 진료 강화 등 대책 필요”
- “지역 종합병원 살려야 지역 필수의료 산다”
- 국내 의료진, 항생제 없이 피부 상처 빠르게 치유하는 기술 개발
- 재발한 폐 점액성 선암, 국소치료 하면 생존율 높이는데 효과적
- 신약 급여 지연 뭇매에 심평원 "제약사 완결성 있는 자료제출 필요"
- 환자들의 호소 통했나…엔허투·일라리스, 약평위 통과
- 치료환경개선 첫걸음 뗀 '유전성재발열증후군'…일라리스, 9년만에 급여
- 국내 첫 MEFV 변이 확인…유전성재발열증후군 진단 전환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