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부터 CAPS·TRAPS·FMF 등 3가지 유형서 건강보험 적용
자가주사 1일→8주 간격…"여행 꿈도 못꿨던 가족에게 일상 선물"
발열 원인 찾느라 여러과 전전…정대철 교수 "질환 인식제고 총력"
허가된 치료 옵션이 없거나 제한적이어서 적절한 치료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유전성재발열증후군에 유일한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일라리스(성분명 카나키누맙)'가 8월 1일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됨에 따라 그동안 힘겹게 지내왔던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8일 유전성재발열증후군 치료제 ‘일라리스’가 1일부터 3가지 적응증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됨에 따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라리스 급여 의미와 소외된 극희귀질환인 유전성재발열증후군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별한 이유없이 발열과 발진이 반복되는 유전 질환
유전성재발열증후군은 주로 출생 직후나 유아기에 발견되는 전신의 만성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자가염증 희귀질환'으로, 전신에 이유 없는 발열, 발진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유전자 이상으로 인체 면역체계가 인터루킨-1베타(IL-1β)라는 물질을 과다 생성함으로써 근골격계 이상, 아밀로이드증, 청력 상실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상 유전자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반복적인 열과 함께 염증 소견이 동반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진단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열이 날 때, 얼마나 자주 있고, 얼마나 지속되는지, 복통이나 관절통을 동반하는지, 또는 백신을 맞은 다음 증상이 악화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평생 질환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유전성재발열증후군은 치료는 원인인 IL-1β를 차단하는 치료제를 사용해 염증 발생을 막아 증상을 조절한다. 이외 증상 완화를 위해 콜키식, 단기 클루코코르티코이드 혹은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 등을 사용하게 된다.
일라리스는 IL-1β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인간 단클론항체로 IL-1β 수용체와 IL-1β의 상호작용을 차단하고 IL-1β유도 유전자 활성화 및 염증 매개체 형성을 방지한다.
만 2세 이상 소아 및 성인에서의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가족성 지중해 열(FMF)을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식품의약국(FDA) 및 유럽의약품청(EMA) 모두에서 허가를 받았다.
일라리스, CAPS·TRAPS·FMF 등 유전성재발열증후군에 급여
국내에서는 2015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허가 9년만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이번에 급여 적용을 받게 된 유전성재발열증후군의 하위 유형은 ▲CAPS ▲TRAPS ▲FMF 3가지다.
이들 질환은 공통적으로 발열, 발진 증상이 나타나지만 세부 증상은 조금씩 다르다.
CAPS는 우리 몸에서 염증 반응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NLRP 단백질의 이상으로 염증성 물질 'IL-1β'이 과다 분비되는 질환으로, 국내 환자 수가 20명에 불과하다.
낮은 온도에서 증상이 짧은 시간 나타나거나 두드러기 모양의 발진, 청력 상실 등이 특징적으로 확인되며, 국내 정식으로 허가 받은 대체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컸다.
TRAPS는 심한 발진과 눈이 아픈 증상이 일주일 이상 오래 지속된다. TRAPS의 경우 최근까지 질병코드조차 없었다가 2022년 12월, 질병코드가 처음 만들어졌다.
FMF의 경우 홍반과 복통, 가슴 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이 12~72시간으로 짧게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현재 국내 환자는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류마티스학회와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는 2021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CAPS 치료에 일라리스를 권고하고 있다.
일라리스, 유전성 재발열 환자 삶의 질 개선 확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대철 교수가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미충족 수요와 최신 관리 전략’에 대해 발표하며, 유전성재발열증후군으로 인한 환자들의 삶의 질 저하에 대해 설명했다.
정대철 교수는 “이번에 급여 적용을 받은 3가지 적응증은 모두 극희귀질환으로,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진단 방랑을 겪었다. 또한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라 의료진으로서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며, “환자들은 물론이고 의료진들도 오랫동안 일라리스 급여 적용을 기다리고 있었던 만큼 9년 만에 급여 적용 소식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지금까지 유전성재발열증후군 치료제로 사용돼 왔던 IL-1 억제제 '키너렛(성분명 아나킨라)'과 일라리스를 비교했을 때 8주라는 투여 기간이 주는 장점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키너렛의 경우 매일 피하주사를 맞아야 하기에 아이들이나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보호자들조차 고통이었고 여행을 가거나 일상생활을 계획하는데 있어서도 제약이 따랐다"며 "하지만 일라리스의 경우 8주에 한번 주사하기 때문에 여행을 가거나 일상생활을 하는데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어 환자나 가족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만큼 유전성재발열증후군에 대한 인식제고를 통해 진단조차 받지 못했던 환자들까지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정 교수는 "한 환자의 경우 3살 때까지 10개 병원을 돌아다녔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의사들조차 쉽게 진단하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 이 질환에 대해 인식을 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소아의 경우 어떠한 감염 없이도 39℃ 이상 발열에 다양한 형태의 발진, 염증수치 상승, 근육통, 관절통 등을 호소한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성인에서 진단되는 경우에는 많은 의사들도 이를 경험해보거나 치료해보지 않았기에 빠른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앞으로 학회에서는 류마티스내과 등 타과 의료진들과의 조인트 심포지엄 등을 통해 유전성재발열증후군에 대한 인식개선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전성재발열증후군에 대한 일라리스 5가지 적응증 중 이번에 급여 대상이 되지 못한 고면역글로불린 D 증후군과 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HIDS)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정 교수는 “일라리스 급여 소식을 전해들은 타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치료하고 있는 HIDS 환자가 있는데 이번에 급여적용 대상에서 빠져 안타깝다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앞으로 HIDS를 포함한 더 많은 질환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바티스 면역사업부 박혜윤 전무는 “HIDS가 이번 급여 적용에서 제외된 것은 (HIDS가)현재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고, 활동성 전신성 소아 특발성 관절염(SJIA)은 대체 약제가 있기 때문에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한국노바티스는 유전성재발열증후군 환자들이 더 이상 진단 방랑 없이 빠른 진단과 표준 치료 혜택을 받으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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