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청원24에 키너렛·일라리스 급여 지정 청원 올라와
극희귀질환인 유전재발열증후군(Hereditary recurrent fever syndromes) 치료제로 쓰이는 비허가 급여 신약 키너렛(성분명 아나킨라)과 허가 비급여 신약 '일라리스(성분명 카나키누맙)'의 성인과 소아 환자 대상 급여 지정 청원이 오늘(26일) 청원24에 게시되면서 유전재발열증후군 성인 환우의 힘겨운 치료 현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전재발열증후군은 유전자의 이상으로 체내 면역물질이 과다 생성돼 불필요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극희귀질환이다. 면역물질 과다 생성과 관련된 원인 유전자에 따라서 유전재발열증후군은 현재 수십 가지 세부 질환으로 나뉘는데, 청원인 A씨의 아내 B씨는 NLRP3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을 진단받았다.
유전재발열증후군은 주로 생후 10년 이내 주로 발병하지만, 늦은 나이에 발병하기도 하는데 B씨는 48세에 이 병이 처음 발병했다. 지난 2021년 5월 눈 주변이 붓는 것으로 첫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B씨는 동네 안과와 피부과를 전전하며 치료했지만 어떤 치료에도 차도가 없었다.
그 사이 점점 더 눈 주변이 부어오르자 피부과 의사는 소견서를 써주면 큰 병원을 권유했다. B씨는 그간 대학병원 2곳을 다녔지만, 병명을 찾지 못하고 불명열(不明熱)이라는 증상 진단으로 2년 넘는 시간을 보냈다.
A씨는 "계속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과 두통, 전신에 이르러 발현하는 관절통 그리고 근육통, 부종들로 편히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연속되었다"며 "1년 중 3분의 2가 병원 입원이었고 통원치료와 그나마 퇴원해서 집에서 지내다가도 수시로 발생되는 응급상황으로 응급실에 달려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A씨는 아내의 진단명만 알면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 7월 B씨의 병명이 유전재발열증후군의 하나인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은 뒤, 치료제가 있지만 성인 환자의 경우에는 소아보다 더 치료가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고 했다.
A씨는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이 유일하게 키너렛인데 매일 1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그 약이 소아 환자에겐 건강보험이 적용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성인에겐 그마저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에 8만원 정도가 전액 본인부담이다. 전액 본인부담 약제는 산정특례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소아보다 열악한 성인 유전재발열증후군 환자의 치료 현실을 짚었다.
B씨는 키너렛 주사치료를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약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A씨는 "그 약이 아내에게 맞지 않았는지 부작용이 너무 심하게 생겼고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해 시도해 봤지만 그 또한 실패였다"며 "이 약제는 응급 시에만 사용하기로 하고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B씨에게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유전재발열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고가 신약인 일라리스가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일라리스는 비급여 약제로 전액 본인이 약값을 부담해야 하는데, 8주에 1회 투여하는 주사제 하나의 가격이 2,000만원 정도다.
A씨는 "해외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급여 대상으로 선정돼 사용 중이며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이며 한 제약회사에서 지속적으로 급여 항목으로 선정해 줄 것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청하고 있지만 매번 극소수 환자이며 타 약제(키너렛) 대비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은 물론 보호자들이 기약 없는 치료에서 맞이하는 절망감과 우울감은 어떠한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없으며 치료에 따르는 비용으로 많은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희귀질환 환우들의 현실"이라며 "저의 아내는 오늘도 통증과 밀려오는 서러움 때문에 눈물로 보내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 몇몇의 힘으로는 감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키너렛과 일라리스가 소아나 성인 희귀질환 환자 치료에 급여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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