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난치성뇌전증 환자 국내 3만명…유일한 치료법은 '수술'
매년 국내 400명 중증난치성뇌전증 환자 수술 못 받아 사망
일본 28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지정…매년 1,200건 수술
국내 수술 83건…뇌전증센터학회장, "국가 지정·관리 시급”

더 늦기 전 국내 뇌전증 의료체계를 정비해 매년 400명 이상 사망하고 있는 국내 중증난치성뇌전증 환우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뇌전증 전문 의학회에서 나와 관심이 주목된다. 

26일 한국뇌전증센터학회는 국내 뇌전증 수술이 시급히 필요한 약 3만명의 중증난치성뇌전증 환자가 의료체계 미비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매년 4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대 신경계 질환인 뇌전증의 국내 환자 수는 약 36만명이며, 약 70%는 약물치료에 의해 잘 조절되지만 2가지 이상의 항뇌전증약을 복용해도 경련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도 약 10만명에 달하며, 발작이 한 달에 1회 이상 발생해 돌연사율도 높다.

현재 중증난치성뇌전증의 유일한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뇌전증 수술은 뇌전증 사망률을 3분의 1로 줄인다. 하지만 한국의 뇌전증 수술 건수는 2012년에 238건에서 2021년 83건으로 크게 줄었다. 현재 뇌전증 수술이 가능한 병원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해운대백병원 6곳에 불과하다.

뇌전증센터학회에 따르면, 뇌전증 수술 건수는 미국이 년 3,500건이고 일본이 년 1,200건이다. 국내도 적어도 1년에 500건 이상의 뇌전증 수술이 필요한데, 5분의 1조차 수술받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뇌종증 환자의 사망 시 평균 나이는 치매 환자와 암 환자보다 낮다. 치매 환자는 84세, 암 환자는 66.8세에 평균 사망하지만, 뇌전증 환자는 평균 49세에 사망한다. 특히 돌연사율이 매우 높은 중증 뇌전증 환자들의 사망시 나이는 20-30대로 추정된다. 0~34세 사망률은 뇌전증이 27.6%로 소아와 젊은층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

또한 중증난치성뇌전증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약 70%(미국신경과학회 자료)로 암 환자의 10년 생존율 67.5%(국립암정보센터 자료)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망 시 평균 나이는 암환자에 비해 뇌전증 환자가 훨씬 젊기 때문에 사망시 년수명상실(life year loss: 사망으로 인해 잃는 수명, 평균 수명 – 사망시 나이)은 뇌전증 환자가 암 환자, 치매 환자 보다 훨씬 더 길다.

뇌전증센터학회는 중증난치성뇌전증 환자들의 상황은 암 환자나 치매 환자 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이 중증난치성뇌전증 의료체계의 정부 관리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뇌전증 수술은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신경심리사, 신경영상의학과, 신경핵의학과로 이뤄진 전문팀이 필요하며, 수술 준비에 엉청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수술시간이 4~6시간이라면 수술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150~200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대부분 병원의 의료진들은 뇌전증 수술을 회피하고 병원도 특별한 관심이 없다. 뇌전증 수술 가능 병원의 수는 20년 전 16개에서 현재 6개로 크게 줄었다. 때문에 뇌전증 수술은 정부의 제도적인 관리와 병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어려운 환경으로 최근 대표적인 뇌전증 수술병원들의 뇌전증 수술 건수가 크게 줄고 있다"며 "전국에 6개밖에 없는 level-4 중증 뇌전증 치료센터의 국가 지정과 관리 및 병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승봉 회장은 "지금도 뇌전증 돌연사로 하루에 1명 이상의 젊은 뇌전증 환자들이 귀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며 "정부는 중증 난치성 뇌전증 담당부서를 두고 희귀난치병에 준하는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일본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노동후생성이 일본 전역에 28개의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지정하고 전국 어디서나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포함한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더 늦기 전에 한국도 빨리 6개의 level-4 중증 뇌전증 치료센터(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해운대백병원)를 지정해 관리하고, 일본과 같이 점진적으로 확대해 중증난치성뇌전증 환자들의 수술 건수를 500건으로 높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 난치성뇌전증 수술은 사라지게 되고, 중국, 일본에 가서 수술받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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