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은영 교수
男 2명서 MEFV 변이 가족성지중해열 사례 보고
유전자검사로 원인 규명…"다양한 치료 옵션 등장"

"발열이 반복되는 증상을 공통적으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으로 일컫는데, 이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가족성 지중해열(FMF)이다. 이밖에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등이 있는데, 이들 질환은 원인 유전자와 발병 기전이 비교적 알려져 있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Hereditary Recurrent Fever Syndromes, HRFS)은 주기적인 고열과 복통, 관절통, 발진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자가 염증성 질환이다. FMF, CAPS, TRAPS 등이 이에 해당되며, 대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면역 체계가 IL-1β라는 염증 유발 물질을 과다 생성하여 발생하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FMF는 주기적인 발열과 복통을 주요 증상으로 한다. 흔히 중동 지역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이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성인 남성 2명에게서 FMF가 확진됐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는 전장유전체분석(WGS)을 통해 병인 유전자(MEFV) 변이가 국내 최초로 확인돼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은영 교수를 만나 이번 사례가 진단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조기 진단 환경 개선의 중요성을 들었다.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은영 교수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은영 교수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HRFS) 중 FMF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FMF는 MEFV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피린이라는 염증조절 단백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주기적인 발열, 복통, 흉통, 관절통 등이 나타난다.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며, 이름처럼 지중해 인근 지역에서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서 MEFV 병인성 변이를 확인한 사례가 나왔는데, 해당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FMF가 '임상적으로 의심은 되지만 유전적 증거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두 사례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장유전체분석(WGS)을 통해 병인성 MEFV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두 환자 모두 10대부터 발열 증상이 있었지만 진단은 30대, 40대가 되어서야 이뤄졌다. 이처럼 진단이 늦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유전자 기반 진단 체계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가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두 환자의 유전자 변이 규명이 어떻게 이뤄졌나.

수많은 유전자 변이들 중에서 내가 새로운 걸 하나 발견했다고 해도, 그게 정말 이 질환과 연관이 있는 건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점점 그런 것들이 기능적으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우리가 질환의 원인과 유전자 변이를 알고 있으면, 그걸 기반으로 치료에 접근해볼 수 있는 약제들이 한편에서는 조금씩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FMF를 진단했을 당시 마침 치료제 모달리티가 소개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 진단이 더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병원에 있는 임상유전체의학과에서 이런 유전자 기반 진단과 연구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FMF는 주로 소아에서 진단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사례는 성인에서 진단이 이뤄졌다.

두 케이스 중 한 케이스는 성인형 스틸병으로 처음에 진단됐던 환자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틸병의 전형적인 다른 케이스들과는 양상이 달랐다. 특히 열이 나는 패턴이 달랐고, 환자의 다른 가족에게서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게 된 케이스였다.

또 다른 한 명의 환자는 13살부터 정확히 발열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었고, 병원 방문 당시 환자는 40대였는데, 본인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지내왔다고 한다. 열은 반복적으로 났지만, 별다른 장기 이상이나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병원을 다시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내원 당시 '그럼 다시 병원을 찾아오신 데에는 이유가 있으셨을 것 같다. 질환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느끼셨나요'라고 물었더니, 발열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정점을 찍는 체온 온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본인이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혹시 본인에게 유전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알아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결국 병원을 다시 찾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두 케이스를 보고했지만 그 사이에 이집트인 환자도 한 명 있었다. 그 환자는 한국인 친구가 데리고 온 케이스였다. 그 환자는 주기적인 발열이 있다고 했다. 형에게도 똑같은 증상이 있다고 했고, 병력을 들어봤더니, FMF에 굉장히 합당한 증상들이 많이 있었다. 바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그 환자도 동일한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 세 케이스가 1년 사이에 우연히 나에게 찾아왔던 특이한 사례들이었다.

-주기적인 발열이라면 환자 입장에서 일상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실제 증상은 어떤가.

발열은 대부분 갑작스럽게 시작되며, 12시간에서 72시간까지 지속된다. 환자들은 전조증상으로 복통, 근육통 등을 겪으며, '이제 곧 열이 나겠다'는 감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열이 오르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해열제를 써도 일시적으로만 완화될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그만큼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질환이다.

-해당 질환이 진단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첫째는 이 질환이 희귀질환이라는 점이다. 의료진이 FMF라는 질환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둘째는 증상이 감염성 질환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발열이 반복되면 우선은 감염이나 종양, 면역질환 등을 의심하게 된다.

FMF는 특히 성인에서 성인형 스틸병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질환 역시 불명열을 주요 증상으로 한다. 문제는 유전자 검사가 없으면 확진이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FMF 진단을 위해 반드시 MEFV 변이가 확인돼야 보험 급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진단의 접근성도 낮다.

-이번에 규명된 사례 중 한 명은 콜키신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럴 경우 치료 전략은.

콜키신은 FMF의 1차 치료제로 대부분의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부는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복용이 어렵다. 이 경우 IL-1 억제제를 고려하게 된다. 대표적으로는 카나키누맙(제품명 일라리스)이라는 약이 있고, 국내에서는 작년부터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한 환자는 콜키신에도 불구하고 열이 조절되지 않아 결국 IL-1 억제제를 사용했고, 투여 후 반응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이는 진단적 의미로도 큰 가치가 있다.

-급여 적용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아직도 IL-1 억제제 사용이 제한적이라고 들었다. 어떤 제도적 한계가 있나.

일본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 일본은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지 않아도, 임상적으로 FMF가 의심되면 IL-1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MEFV 유전자 변이가 반드시 있어야만 급여가 가능하다.

환자가 치료를 간절히 원해도 변이가 확인되지 않으면 처방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현재는 학회 차원에서 성인극희귀질환연구회를 구성해 유전자 진단 및 미진단 사례 발굴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 장벽이 높은 게 현실이다.

-급여 적용을 위해선 유전자 검사가 그만큼 중요한데, 유전자검사를 위한 기반은 잘 갖춰져 있나.

유전자 검사 비용은 개인 부담 시 100만원에서 120만원 선이다. 현재는 제약사나 연구기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검사가 가능하지만,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또한 유전자 검사는 단순히 검사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석 능력과 결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무 검사나 하는 게 아니라, 목적에 맞는 정확한 타겟이 설정돼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향후 FMF 진단 및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보완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극희귀질환은 질환 특성상 N-of-1 trial(단일 환자 대상 치료 시도)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급여 기준은 너무 경직되어 있고, 연구자 주도 임상조차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의사의 판단과 전문성에 기반한 치료 접근이 가능해져야 하고, 피어리뷰(peer review) 기반의 심사체계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희귀질환 환자에게는 융통성 있는 제도 적용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반복적인 발열이 있을 때, 단순 감염으로 치부하지 말고 의심의 눈초리를 가져야 한다. 특히 발열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감염원이나 종양 등 다른 원인이 배제된다면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 유전자 검사는 생각보다 접근하기 어렵지 않고, 진단이 곧 환자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진단과 치료, 모두에서 환자에게 열려 있는 길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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