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박준성 교수에게 듣는 소아응급질환 '크룹'
6개월~3세 다발 '감기' 일종…자정쯤 특징적으로 악화돼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스테로이드 치료 필요"
아이가 저녁부터 개 짖는 소리처럼 '컹컹' 소리를 내며 기침하다가 잠 들었는데 자정이나 새벽 쯤 컹컹 거리는 기침이 더 악화되고 숨까지 꺽꺽 댄다면 바로 119를 불러서 응급실로 가야 한다. 호흡부전으로 사망할 위험을 내포한 소아응급질환 '크룹(Croup)'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실 박준성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에서 크룹을 "아이들이 감기기운이 있을 때, 특히 요즘처럼 여러 감기바이러스나 세균이 유행할 때 주의해야할 질환"이라며 "자정, 새벽즈음 증상이 심해지고 '컹컹'거리는 기침소리가 난다면 '크룹'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룹은 개 짖는 소리처럼 보통 '컹컹' 대는 기침 소리를 특징으로 한 특이한 감기(급성 후두염)를 모두 통칭한다. 감기, 독감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사실 부모가 크룹을 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크룹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은 감기, 독감 등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세균도 같다.
박 교수는 "크룹을 호발하는 바이러스는 요새 굉장히 많이 유행하고 있는 독감, 코로나19, 그리고 파라 인플루엔자라고 하는 바이러스가 있고, 마이크로플라즈마도 대표적으로 크룹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또는 세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컹컹 대는 기침 외에 크룹의 특징이 있다.
박준성 교수는 "보통 컹컹거리는 기침이 특징이고 기침을 한 다음에 숨을 들이마실 때 끄윽끄윽 거리는 식으로 숨을 잘 못 들이마시는 증상이 있다"며 "특징적으로 새벽, 자정 즈음에 증상이 많이 나타나서 자다가 갑자기 애가 숨을 못 쉬고 컹컹거린다고 하면 거의 백발백중 크룹"이라고 말했다.
크룹의 호발 연령은 6개월에서 3세 정도이다. 박 교수는 "그 나이대 애들은 기관지 자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조금만 부어도 크룹 증상이 나타난다"며 "똑같이 크룹이 와도 기관지가 커지는 큰 애들이나 어른 같은 경우에는 목소리만 확 쉬는 감기로 오는데 작은 애들은 그게 크룹으로 온다"고 설명했다.
감기 기운이 있고 기침 소리만 안 좋을 때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크룹이 와서 기도가 좁아지다가 숨을 마시기 힘들어질 정도로 기도가 막히면 호흡부전에 빠지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을 때 '크룹'의 특징을 제대로 대처해는 것이 중요하다.
박준성 교수는 "크룹은 상기도에 감염이 생기면 다 올 수 있다. 기관염이 생겨도 올 수가 있고 성대 근처가 붓거나 인두가 많이 부어도 다 크룹이 올 수 있다"며 "보통 증상이 발현한 첫날이나 둘째 날 밤에 가장 심하다"며 "하루 이틀 지나면 그냥 일반 감기로 바뀌어 그때부터는 위험도가 조금 낮아진다"고 말했다.
감기에서 크룹으로 넘어갈 지 예측하는 방법은 현재 없다. 박 교수는 "낮에 기침을 하는데 밤에 크룹으로 넘어갈 거냐 안 넘어갈 거냐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근데 저녁부터 애가 컹컹거리는 기침을 한다면 밤에 100% 나빠진다"며 "자려고 누우면 우리 몸에 있는 체액이 다리로 깔려 있던 게 머리쪽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 전부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일단 잘 잠들었는데 아기가 자다가 갑자기 숨을 꺽꺽거리고 숨 쉬기 힘들어하고 일어나서 계속 발작적으로 기침하면 보호자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119에 신고해 빨리 소아응급실로 와서 아이가 지금 위험한 상태인지 아닌지를 평가받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또 크룹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도 크룹에 대한 예방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박준성 교수는 "크룹에 사용되는 치료약을 미리부터 먹일 수 없는데, 그게 스테로이드이기 때문"이라며 "또 크룹이 아닌 애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걔네들을 다 선제적인 크룹 치료를 할 수는 없다. 증상이 생겼을 때 빨리 치료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크룹일 때 소아응급실에 오면 어떤 처치를 받게 될까. 박 교수는 "소아응급실에 내원하면 중증도에 따라 치료하게 되는데, 대부분 아이들이 찬바람을 맞으면서 병원까지 오는 동안 집에서보다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 정도인 경우는 스테로이드주사를 맞고 호흡기치료를 하고 귀가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박준성 교수는 "찬바람을 쐬고 왔는데도 안정 시에도 호흡이 너무 안 좋고 치료를 적절하게 했는데도 계속 숨소리가 거칠게 들리고 숨쉬기 힘들어하면 그때부터는 입원을 고려하게 된다"며 "기관지확장제나 의원에서 처방하는 흡입치료제는 대부분 치료 효과가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입원치료 뒤 귀가했다고 해서 100% 안심해도 안 된다. 박 교수는 "입원치료를 하고 귀가해도 어쨌든 병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기 때문에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경우가 10% 정도 있다"며 "그래서 치료를 잘 받고 집에 데려갔을 때도 하루 정도는 잘 보다가 다시 나빠지면 응급실로 다시 데리고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컹컹' 기침을 하는 아이와 부모는 같은 공간에서 자야 한다. 박준성 교수는 "크룹은 자다가 갑자기 생기는 증상이고 치료를 제때 안 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병이기 때문"이라며 "애가 이미 콧물이나 기침 증상이 있으면 언제든 크룹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분리수면을 하지 말고 곁에서 아기 상태를 좀 주의 깊게 볼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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