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실 외 배액관 삽입부터 제거까지 전 과정의 감염관리번들 도입
새 프로토콜 적용 후 뇌실 외 배액관 관련 감염률 10% 이상 감소
뇌실 내 출혈이나 급성 수두증으로 두개강 내압이 상승했을 때, 뇌척수액을 체외로 배액 시켜주는 ‘뇌실 외 배액관’과 관련된 감염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새로운 감염관리 프로토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를 적용하면 뇌실 외 배액관 관련 감염률을 10%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은 이 병원 중환자의학과 하은진 교수·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추윤희 교수 공동 연구팀이 새로운 뇌실 외 배액관 감염관리 프로토콜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뇌실 외 배액관(EVD, External Ventricular Drain)은 신경외과에서 뇌출혈, 수두증, 뇌압 치료 등에 사용하는 중요한 도구다.
‘뇌실 외 배액관 관련 감염’은 가장 위험한 합병증 중 하나로 여겨지며, 추정 감염률은 EVD 카테터 사용 일수 1000일당 5~20건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감염이 뇌실염으로 진행되면 치명률이 30%에 이르며, 의식저하·인지장애·간질발작·신경학적 장애와 같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서 이를 미리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감염을 예방·관리할 수 있는 표준 프로토콜이 없었다. 이에 공동 연구팀과 서울대병원 감염관리팀은 중심정맥관 관련 혈류감염(CLABSI)과 뇌실 외 배액관 감염의 기전이 동일하다는 점에 착안해, 기존에 존재하는 중심정맥관 관련 혈류감염 관리 번들(카테터 삽입부터 제거까지 모든 행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기반으로 국내 적합한 새 뇌실 외 배액관 감염관리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새로운 감염관리 프로토콜은 크게 EVD 배치, 드레싱, 조작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이 프로토콜에서는 카테터 삽입뿐만 아니라 드레싱, 유지, 제거에 걸친 모든 단계에서의 철저한 손 위생과 매일 삽입 부위 및 관 전체 관찰을 강조한다. 또한 피부 소독에 포비돈요오드 대신 클로르헥시딘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샘플링 및 무균 공간의 개방을 최소화하는 것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이 프로토콜을 의사뿐만 아니라 담당 간호사 및 감염 관리팀 등 뇌실 외 배액관 삽입·관리·제거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진에게 교육하고, 체크리스트를 통해 행위를 개선할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했다.
추가로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프로토콜의 적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2016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프로토콜 미적용군(84명)과 적용군(99명)으로 나눠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프로토콜 도입 전 뇌실 외 배액관 감염률이 16.7%(EVD 카테터 사용 일수 1000일당 14.35건)에서 도입 후 4.0%(EVD 카테터 사용 일수 1000일당 3.21건)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로토콜이 도입된 후의 환자들은 뇌실 외 배액관을 더 오랜 기간 사용했으며, 주기적인 교체나 지속적인 항생제 사용 없이 약물 주입을 더 자주 진행했음에도 감염률이 크게 줄었다.
이는 새로운 프로토콜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결과로 볼 수 있으며, 감염관리 프로토콜의 부재가 뇌실 외 배액관 관련 감염의 주요 위험 요인이었음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하은진 교수는 “새로운 감염관리 프로토콜의 효과를 통해 뇌실 외 배액관 관련 감염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신경외과 중환자 전문의, 감염관리팀, 중환자 간호팀의 밀접한 협력 덕분에 프로토콜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계기로 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감염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다학제적인 관리 프로토콜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