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F V600E 변이 있으면 예후 나쁘고 기존 치료제 반응 저조
전이성 직결장암에 급여되는 최초이자 유일한 표적치료제
'세툭시맙+비라토비' 병용 시 OS 연장… 60% 후속 치료 가능
BRAF V600E 변이로 기존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 예후가 좋지 않고 재발이 잦았던 전이성 직결장암에 효과가 좋은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가 건강보험 적용되면서 미충족 수요가 높았던 대장암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BRAF V600E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MAPK 신호전달경로가 과활성화 돼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성장·증식한다. 비라토비는 BRAF V600E 변이를 표적해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BRAF 저해제로, 국내에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에 허가 및 급여 승인을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표적치료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는 지난 10일 한국오노약품공업이 비라토비 급여 등재를 기념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BRAF V600E 변이가 있으면 기존 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 종양 크기나 복막전이가 증가하는 등 BRAF V600E 음성 환자보다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인다"면서 “비라토비는 이같은 허들이 있었던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비라토비는 이전 치료 경험이 있고 BRAF V600E 변이가 확인된 전이성 직결장암 성인 환자의 치료에 세툭시맙과의 병용요법으로 지난 2021년 8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3상 임상시험을 통해 기존에 널리 사용되고 있던 '이리노테칸/FOLFIRI+세툭시맙' 병용요법 대비 생존 혜택을 입증하며 세계 유수의 가이드라인에서 BRAF V600E 변이 대장암 치료에 우선 권고된 유일한 약제이기도 하다.
김승태 교수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는 1차 치료 이후 질병 진행이 음성 환자에 비해 최대 두 배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그간 치료 옵션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1차 치료 실패 후 후속 치료의 효과가 미미했고, 환자 열 명 중 아홉 명은 3차 치료를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적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은 11.4개월로(95% CI 9.4-13.5), BRAF 음성 환자 43개월(95% CI 30.7-62.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유럽종양학회(ESMO)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BRAF V600E 변이를 전이성 직결장암의 불량한 예후 인자로 지목하고, 전이성 직결장암으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에게 BRAF 변이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의 4.7%에서 BRAF V600E 변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김 교수는 “비라토비를 쓰기 위해서는 BRAF V600E 변이 여부를 알기 위한 차세대 염기분석(NGS) 검사를 해야 하는데 작년까지 50%였던 본인부담률이 올해부터는 80%로 인상됐다”라며 “몇십만원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선에서는 NGS 검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2차 치료보다 3차 이상에서 사용할 때보다 더 우수
세툭시맙 출시 이후 약 15년만에 등장한 비라토비는 BEACON CRC 임상연구를 통해 BRAF V600E 변이 환자 치료에서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했다.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차용준 교수는 이날 BEACON CRC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의 치료 환경에 변화를 가져온 비라토비의 임상적 가치를 설명했다.
BEACON CRC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대규모 3상 임상연구다. 연구 결과,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median Overall Survival)은 9.3개월로 대조군인 이리노테칸과 세툭시맙 기반 병용군의 5.9개월 대비 유의하게 연장됐으며, 사망 위험은 39% 감소했다.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군의 객관적반응률(ORR, Object Response Rate) 역시 대조군에 비해 10배 더 높았으며,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 Free Survival) 또한 약 3배 연장하며 질병이 진행되거나 사망할 위험을 56% 줄였다.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군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으며,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은 대조군보다 더 낮았다.
차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절반가량이 우측 직결장암이나 간 전이, 세 곳 이상의 장기로 전이가 확인된 치료가 어려운 환자군이었음에도,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요법은 OS를 비롯한 주요 평가변수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며 “특히 2차 치료로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요법을 받을 경우 3차 이상에서 사용할 때보다 더욱 우수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질병이 진행되더라도 환자군의 60% 이상이 후속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차 교수는 “비라토비는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된 치료 옵션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 환자에게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급여 등재로 국내 환자에게도 국제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최신 치료 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오노약품공업 최호진 대표는 “이번 급여 등재를 계기로 국내에서 비라토비가 BRAF V600E 전이성 직결장암의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앞으로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데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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