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어린이병원 피지훈 교수에게 듣는 '소아청소년 뇌종양'
소아 다발암 '뇌종양', 매년 양성·악성 합쳐 300여건 국내 발생
두통에 흔히 구토 동반…악화될수록 빈도 잦아지고 강도 세져
유전성 뇌종양, 성인보다 소아에 많아…유전적 소인 확인 중요
소아청소년 뇌종양, 전반적으로 성인 뇌종양보다 치료율 좋아

소아청소년에게 뇌종양은 백혈병 다음으로 흔한 암이다. 뇌종양은 성인 다발암에 들어있지 않지만, 소아청소년에는 다발암 2위에 랭크돼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소아암의 약 11%를 소아 뇌종양이 차지하고 있다. 흔히 뇌종양이라고 하면 예후가 굉장히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 성인 뇌종양과 비교했을 때 소아 뇌종양의 치료성적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도 충분하다. 

60~70종에 달하는 소아 뇌종양은 하나하나 따지면 모두 희귀 고형암인데, 정밀의료의 발전과 더불어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소아고형암 정밀의료사업 'STREAM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최근 국내 소아 뇌종양의 진단과 치료 환경에 진일보가 이뤄지고 있다. 그 중심에서 국내 소아 뇌종양의 진단과 치료에 변화를 이끌고 있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를 만나 '소아청소년 뇌종양'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

- 성인과 다른 소아청소년 뇌종양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이고, 최근 국내 소아청소년 뇌종양의 발생 추이는 어떤지 궁금하다.  

소아청소년 뇌종양은 성인의 뇌종양과 많이 다르다. 뇌종양은 하나의 종양이 아니라 같은 병이라고 하기 어려울만큼 아주 성격이 다른 수십가지 종양들이 있는데, 소아청소년과 성인 뇌종양의 분포는 다르다. 성인에 많이 생기는 뇌종양과 소아에 많이 생기는 뇌종양 자체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대표적으로 수모세포종, 상의세포종, 신경교종 중 저등급교종이 소아에게 많이 생긴다. 성인에게도 가끔 보이지만, 소아 뇌종양이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3개 종양은 대표적인 소아 다발 뇌종양이다. 

소아 뇌종양은 최근 출생아가 줄면서 확실히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인구 대비 소아 뇌종양 발생률이 줄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최근에는 양성과 악성 뇌종양을 다 합쳐서 한 해 300여명의 새로운 환아가 국내 발생하고 있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의 원인은 무엇인가?

명확히는 모른다. 뇌종양의 외적 요인으로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방사선 외에는 없다. 방사선은 DNA를 파괴해서 뇌종양만이 아니라 모든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 외에 폐암에서의 담배나 대장암에서의 가공육과 같은 수준의 소아 뇌종양 외적 유발요인으로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현재 뇌종양은 유전 변이가 일어나서 저절로 생긴다고 알고 있는데, 왜 이 사람만 생기고 다른 사람은 안 생기는지 모른다. 소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소아는 외적 요인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는 초기 발생과 발달 과정에서 유전자에 무엇인가 문제가 생기면서 뇌종양이 생긴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전성 뇌종양'이 전체 뇌종양의 5%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성 뇌종양은 소아와 성인 모두에 생길 수 있는데, 소아 뇌종양에 조금 더 많다. 소아 뇌종양 환아에게 혈액을 통해 유전자검사를 해보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유전적 소인을 타고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수모세포종은 적어도 5~10%는 무조건 유전자에 문제가 있고, 뇌종양 타입에 따라서 30%까지 갖고 있는 것도 알려져 있다. 

유전성 뇌종양은 소아에 훨씬 중요해 요즘은 소아 뇌종양 환아에게 소인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많이 한다. 유전성 뇌종양의 원인 유전자는 100년 전부터 알려진 것도 있을만큼 많이 밝혀져 있지만, 아직 숨어 있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최근에도 계속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을 세부적으로 보면 종류가 꽤 많은데, 현재 어느 정도 되나?

소아청소년 뇌종양은 20년 전에는 20여개밖에 분류가 안 됐는데, 지금은 60~70개는 된다. 유전자검사가 발달해 기존의 병과 다른 병이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계속 나눠지고, 이름이 바뀌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은 청소년보다 소아에 더 많은 것으로 안다. 왜 그런가? 

특이한 일은 아니다. 청소년은 13~18세, 더 길게 보면 10~20세인데 모든 병의 발병률이 이 나이대에 적다. 삶에서 제일 건강한 때가 청소년시기이다. 그보다 어릴 때는 미성숙하기 때문에 병이 생길 위험이 높다. 또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선천적 질환들이 드러나서 고생할 수도 있다. 청소년시기는 성인병이 시작되기 전이다. 

나이로 보면 암 발생률은 J자 커브를 그리는데, 어릴 때 오히려 암 발생률이 조금 높고 청소년기에 0에 가깝고, 그 이후부터 나이가 들면서 쭉 올라간다. 물론 청소년기에도 백혈병이 생길 수 있고, 뇌종양 중에서는 사춘기와 관련된 '생식세포종양'이 잘 발생할 때다. 이 뇌종양은 국내 전체 뇌종양의 약 10%에 달하는데, 주로 10~15세에 생긴다.

- 성인의 뇌종양 중에는 전이성 뇌종양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또 소아청소년 뇌종에는 거의 전이성 뇌종양이 없는 것으로 안다. 

거의 없다. 가끔 뱃속에 생긴 암이 뇌로 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아주 드물다. 1년에 한 명 정도가 내 진료실을 찾아올 만큼 적다. 소아 전이성 뇌종양은 굉장히 드물지만, 다른 문제 하나가 있다. 바로 전이성 뇌종양이 덩어리로 생기지 않고 뇌척수액을 따라 쫙 퍼지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성인에서도 그런 경우가 없지 않지만, 소아에 훨씬 많다.

뇌척수액 주위로 파종한 것처럼 퍼진 뇌종양은 백혈병이나 림프종의 말기증상이기도 한데, 폐암이나 대장암의 뇌전이와는 모양이 많이 다른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이 안 된다. 고강도항암치료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데, 예후가 나쁘다. 생존율이 20% 이내에 불과하다.  

- 일반적으로 뇌종양하면 치료가 어려운 병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소아청소년 뇌종양은 모두 심각한 상태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성인의 뇌종양보다 전반적으로 치료율도 좋다. 같은 암도 성인보다 치료율이 좋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악성 교모세포종은 성인의 대표적 뇌암인데, 성인에서 5년 생존율은 5~10% 이내인데, 소아에서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생존율이 약 30%이고, 20~30년 장기 생존한다.  

그런 것을 보면 소아 악성 교모세포종은 성인의 병과 이름은 같지만, 서로 다른 병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근거도 있는데, 유전자 변이가 사실 좀 다르다. 포장이 똑같기 때문에 소아에도 악성 교모세포종이라고 하는 것이지, 성인과 소아에서 범주가 다른 병이 아닐까 생각한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에서 양성암과 악성암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또 양성암과 악성암의 치료성적을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양성 뇌종양이 전체 뇌종양의 50~60%로 악성 뇌종양보다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안다. 양성 뇌종양도 떼지 못하는 위치에서 계속 자라면 굉장히 위험하고, 환아가 사망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양성과 악성 뇌종양 모두 암의 위치가 치료성적을 결정하는 것 같다. 뇌 가운데 있으면 도려내기 어려워 문제를 막을 수 없다. 

수술적 접근이 용이하면 고생을 해도 양성 뇌종양이 자라 마비가 오고 시력을 잃는 일은 안 생기지만, 수술을 못 하면 못 막는다. 또 악성 뇌종양도 수술을 못하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합병증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악성암 때문에 사망한다기 보다 폐렴 등 치료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양성 뇌종양은 떼어내면 완치인데, 뇌종양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양성과 악성의 경계에 놓인 경우의 암이 뇌종양에는 꽤 있는 것이다. 병리학자가 양성과 악성을 나누는 기준 중 중요한 하나가 '결과'인데, 조직검사에서 현미경으로 봤을 때는 양성었지만 결과적으로 악성암처럼 재발하고 퍼져나가는 경우가 10~20% 정도는 된다.   

- 악성 뇌종양은 양성 뇌종양보다 더 위험한 게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악성 뇌종양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가만 두면 퍼지고 전이되기 때문에 아무 치료도 안 하면 대부분 사망한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뇌종양 중 가장 많은 악성 뇌종양이 '수모세포종'인데, 수모세포종은 치료성적이 꽤 좋다. 장기생존율이 75% 정도는 된다. 

물론 1년 내 100% 사망하는 악성 소아 뇌종양도 있다. 미만성 뇌간교종(Diffuse Midline Glioma, DMG)이 가장 악질인 악성 뇌종양인데, 이 암도 지금은 희망적인 것이 조금 있다. 미만성 뇌간교종은 평균 생존기간이 11개월인데, 코로나19 팬데믹 전 한 환아가 미국에서 신약을 시도해 26개월 정도 살았다. 결국 사망했지만, 평균 11개월이 생존기간인 암을 앓는 환아가 2배 이상을 살았다. 지금은 과거보다 무엇을 시도해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비정형유기형 간상종양(Atypical Teratoid Rhaboid Tumor, ATRT)도 과거에 100% 사망하는 악성 뇌종양이었는데, 지금은 미만성 뇌간교종 보다 조금은 덜한 90% 사망하는 악성 뇌종양으로 바뀌었다. 골수를 다 죽일만큼의 초고강도 항암치료를 통해 5년 이상 사는 환아가 10% 정도 된다. 

- 국내에서 미만성 뇌간교종은 현재 어떻게 치료하고 있나? 

미만성 뇌간교종은 뇌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뇌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인 뇌간에 생기며, 덩어리의 암이 아니라 파종한 것처럼 암이 뿌려진 형태로 있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하다. 뇌간은 뇌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핵심물류지다. 뇌의 정보가 뇌간에 가서 척수신경과 연결돼 얼굴, 팔다리 등으로 가서 우리가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가 수술로 인해 셧다운되면 숨도 못 쉬고, 밥도 못 먹고, 누워서 꼼짝도 못 한다. 눈만 깜빡이고 있어야 한다. 만약이 암이 파종 형태가 아니라 덩어리로 있고 위치가 좋으면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하다. 

또 미만성 뇌간교종은 항암제도 하나도 안 듣기 때문에 현재 방사선치료를 하는데, 그것도 일시적 효과밖에 없다. 조금만 미만성 뇌간교종이 커지면 뇌간이 눌리면서 환아가 확 나빠진다. 걷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 환자는 현재 어떤 상태로 진단되나?

대개는 두통이 생길만큼 조금 뇌종양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된다. 특히 말 못하는 2세 이전의 아이들은 늘어질만큼 꽤 진행된 상태로 온다.

하지만 가끔 초기 소아 뇌종양을 진단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CT와 MRI 보급율이 굉장히 높은 나라이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거나 화장대에 머리를 부딪혔을 때도 아이가 두통을 호소하면 CT를 찍는 상황인 까닭에, 무증상인 초기 뇌종양일 때 발견되기도 한다. 다른 나라도 이런 경우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꽤 많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의 대표적 증상인 '두통'의 특징적 양상이 있다면?

소아 뇌종양일 때 아침에 두통이 심한 경향이 있는데, 오후에 심해지는 경우도 꽤 있어서 패턴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아팠다가 안 아팠다가 하는 증상이 지속되는데, 점차 빈도가 잦아지고 두통 강도가 세진다. 특히 두통과 함께 구토를 많이 동반한다. 성인은 구토를 동반할 정도되면 죽기 직전인데, 소아는 초기부터 구토하는 경우가 많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을 조기 진단할 방안은 없나?

지금도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좋아 사실 많이 걸러진다. 물론 구토와 두통 증상을 보이는 소아 뇌종양을 장염, 감기와 같은 흔한 질환들과 감별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전 세계 공통의 문제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구토와 두통 증상이 있는 아이 모두에게 불필요한 CT를 찍는 것은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도 권하기 어렵다. 

다만 10살 정도 지난 청소년에 주로 생기는 뇌종양 중 서서히 팔, 다리가 굳어지면서 마비가 조금씩 진행하는 '생식세포종양'이 있는데, 생식세포종양 환아들이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며 1~2년 지내다 아주 심해져서 오는 경우가 있다. 고착화된 마비가 보이면 근골격계 문제가 아닌 신경계 문제이다. 

때문에 이때는 신경과 진찰을 권한다. MRI만 찍으면 거의 다 진단이 가능하다. 생식세포종양은 서양에서는 뇌종양 전체의 1~2%밖에 안 되는데, 한국과 일본 등에 많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생식세포종양은 뇌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고 몸에도 생기는데, 국내 뇌종양의 약 10%는 된다.

- 국내 소아청소년 뇌종양의 진단은 최근 크게 진일보한 것으로 안다.

스트림(STREAM) 프로그램에서 진단 정확도에 대해 현존하는 기술의 끝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더 진단 정확도를 더 높일만한 것이 별로 없다. 현존하는 기술에서 거의 적용 가능한 진단기술을 모두 넣었다. 이젠 수술하는 의사가 정확한 조직진단이 나올만한 부위를 잘 준비해 병리과 의사에게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이 단계에서 뭔가가 잘못되면 검사들이 다 꽝으로 나오는 경우들이 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중심부에서 조직을 채취해야 하는데, 뇌종양은 위치에 따라 그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내시경이나 로봇을 이용해 조직을 떼어내는 방법이 많이 도입됐고, 서울대어린이병원도 올해 초 조직검사를 위한 로봇을 도입했다.   

사실 암은 무조건 조직검사를 해야 하지만, 미만성 뇌간교종은 뇌의 중심부에 있어 조직을 떼어내다 피라도 나면 환아가 갑자기 확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의학교과서에도 이 암은 조직검사를 하지 말라고 돼있다. MRI를 보고 미만성 뇌간교종이라고 진단했는데, 이렇게 하면 표적치료 등 어떤 것도 해볼 수 없어 진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로봇을 이용해 뇌종양 조직을 떼어내면 위험을 줄여 안전하게 조직을 확보할 수 있다. 이전에는 네비게이션 장비를 활용해 내시경으로 꽤 뇌종양 조직을 떼어냈는데, 이 방법이 로봇 보다는 정밀도가 떨어진다. 앞으로는 로봇을 활용해서라도 모든 뇌종양을 일괄적으로 다 조직검사를 하려고 한다.  

- 스트림 프로그램을 통해 뇌종양을 포함한 소아 고형암에 최신의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WGS, Whole Genome Sequencing) 검사를 하고 병리위원회를 만들어 집단지성을 통해 가장 정확한 분자병리학적 진단을 제공하고 있지만, 뇌종양 치료 방침을 정하기 위해서는 유전자검사와 조직검사 이외에 다른 검사도 필요할 것 같다. 

MRI가 기장 기본검사이고, 필요에 따라 CT나 PET(양전자단층촬영, 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을 추가로 찍기도 한다. 또 소아 뇌종양은 소두증(머리가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경우)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뇌압이 높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뇌압이 올라갔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소아는 눈과 관계된 종양이 성인보다 많기 때문에 안과검진도 대부분 필수로 하게 된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

- 유전성 뇌종양은 다른 뇌종양과 치료법이 다른가?

접근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유전성 뇌종양의 경우, 대개는 종양 억제 유전자가 결핍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했을 때 2차 암이 잘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암에 이미 취약한 몸을 갖고 있는데, 뇌종양을 치료한다고 해도 또 다른 곳에 암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실질적 문제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치료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 현재는 유전성 뇌종양의 경우에는 항암제나 방사선 양을 정해진 용량에서 감량을 많이 해 치료한다. 또 각 유전성 뇌종양마다 치료 접근이 다르게 돼야 한다. 유전적 소인에 따라 어떤 뇌종양은 좀 지켜보기만 하는 경우도 있는 등 접근이 다르기 때문에, 유전적 소인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 같은 뇌종양인데, 나이에 따라 다른 치료 접근을 하는 경우도 있나?

3세 이하는 방사선치료를 안 한다. 수술과 방사선치료가 표준치료로 정해진 뇌종양이지만, 3세 이하라면 방사선치료를 빼는 것이다. 그 이유가 3세 이하 아이가 방사선을 쐬면 뇌가 망가져 정신지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기 때문이다. 방사선치료 대신 그 환아는 항암치료를 길게 끌고 가다가 나이가 됐을 때 방사선치료를 할지 결정한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종양세포를 제거하고 선택적으로 보관해 뒀다가 환자에게 다시 되돌려주는 치료)은 성인보다 소아에게 많이 한다. 성인은 자기 피를 뽑아서 다시 넣을만한 것이 별로 없어 제한이 많고 노인의 거의 안 된다고 보는데, 소아는 상당히 조혈모세포가 많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 

또 수술도 소아의 경우에는 조금 더 과감하게 할 수 있다. 성인은 소아처럼 떼어내는 수술을 하면 반신불수가 돼 평생 못 걸어다닌다고 하는데, 소아는 걷는 경우가 되게 많다. 또 수술 후 회복력도 소아가 좋기 때문에 암을 공격적으로 없애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마비가 올 텐데도 조금 더 제거한다. 

- 뇌간 등 뇌중심부에 암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수술이 불가능한 뇌종양이 있나?

뇌종양이 퍼져 있지 않고, 종양이 덩어리로 있으면 수술적 접근이 가능하다. 뇌종양이 5~6개 정도 덩어리로 따로 떨어져 있다고 해도 반드시 수술이 불가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때는 치료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뭔가 치료 하나를 더할 때마다 환자가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경섬유종증은 유전성희귀질환 중 굉장히 다발하는 질환인데, 피부에도 종양이 생기지만 뇌종양도 잘 생긴다. 뇌에 6개의 신경섬유종 덩어리가 있더라도, 그것이 모두 양성이라면 정말 환자에게 위협이 되는 부위에 있는 것만 수술로 제거한다. 이것을 기계적으로 접근해 모두 제거하려고 하면 망하게 돼있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 수술 환자의 치료 성적은 뇌종양의 종류 별로 다를 테지만, 평균적으로 완치율이나 수술 뒤 합병증 발생률은 어떤가?

뇌종양 종류마다 다르다. 우선 양성 뇌종양은 수술만으로 빨리 좋아지는 경우가 꽤 많지만, 악성 뇌종양은 수술만으로 완치되지 않는다. 수술하고 그냥 두면 100% 사망한다. 수술 합병증은 수술 부위마다 달라서 일괄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히 성인에 비해 수술 뒤 회복력이 좋아 '저런 수술을 했는데, 멀쩡히 걸어다니네'라는 말이 나오는 게 소아청소년 뇌종양 수술의 특징이다.

수술 뒤 장애가 생겼을 때도 소아는 성인에 비해 극복하는 능력이 훨씬 좋다. 성인은 뇌종양 수술 뒤 청력을 잃으면 그것 때문에 심리적 타격이 크지만, 소아도 심리적 타격이 있지만 잘 적응한다. 성인에 비해 회복탄력성이 훨씬 좋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의 일부는 표적치료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 표적치료제가 소아청소년 뇌종양에 어떻게 쓰이고 있고, 효과는 어떤가?

우리가 일종의 양성종양이라고 생각하는 '저등급 교종'은 뇌간이나 시신경 쪽에 생겨서 수술이 곤란한 경우가 꽤 있다. 수술로 제거가 어려운데, 가만 놔두면 죽고 사는 문제가 된다. 환자의 삶이 질이 떨어지고, 시력을 잃게 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등급 교종은 일반항암제도 잘 안 들었는데, 저등급 교종에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고 그 변이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쓰면서 치료 효과를 보는 환아들이 꽤 많아졌다. 

반면 수모세포종 같은 악성종양에서는 이상하게 표적치료제가 많이 실패했다. 똑같이 표적에 맞춰 치료제를 썼으면 악성종양에서도 듣는 척이라도 해야 되는데, 악성종양에서는 성과가 별로 안 나오고 있고 양성종양에서 더 치료 성과가 좋다. 또 성인에 비해 표적치료제 성적이 소아청소년 뇌종양에서 조금 더 안 좋다. 또 소아청소년은 표적 자체가 성인보다 적다. 성인의 10분의 1 정도밖에 표적이 없다. 

성인의 암은 소아의 암보다 단일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암이 많고, 암이 많으니까 그 유전자에 대한 약이 없을 수 있다. 또 있는데 안 듣기도 한다. 근데 소아는 유전자 변이가 적으니까 1번 변이에 대한 약을 써보고 안 들으면 2번 변이에 대한 약을 쓰고, 두 개의 약을 섞어서도 써보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는 등 여지가 많다. 또 소아청소년 뇌종양에 표적치료가 조금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다방면의 치료옵션이 필요하다고 본다.  

- 과거보다 소아청소년 뇌종양 수술에 있어서 진보를 꼽는다면?

뇌종양 수술 중 감시기법(수술 중 떼어낼 조직을 제거할지를 근전도검사 등의 신호를 보고 결정하는 것으로, 자극을 줬을 때 신호가 나오면 그 뇌 부위가 환자의 주요 기능 부위이므로 제거를 피함)을 성인에게 많이 쓰는데, 소아는 감시기법을 해도 신호가 잘 안 나온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소아에서 감시기법이 많이 발전해 성인의 뇌종양 수술에서만큼 쓸 수 있게 됐다. 

소아 마취 기술도 많이 좋아졌다. 소아는 피가 적기 때문에 수술 중 피가 확 쏟아지면 혈압이 안 잡혀 그냥 그 자리에서 사망할 수도 있는데, 우리 병원만 봐도 10~20년 전보다 훨씬 안전하게 혈압 등이 조절돼 수술을 조금 더 과감하게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 앞으로 소아청소년 뇌종양의 치료 전략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나?

10년 전부터 광범위한 유전체 검사를 통해 표적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전반적인 치료 트렌드였다. 앞으로는 좀 더 심화된 유전체 분석이 새로운 소아청소년 뇌종양 치료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직은 구현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분석들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현미경을 통해 보면 전혀 다른 것을 보는 것처럼, 새로운 분석 틀을 통해 기존의 치료 문제를 찾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영상과 결합된 치료 기술이 발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2~3년 전부터 각광받는 분야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치료 'Therapy'와 진단 'Diagnosis'의 합성어로 진단과 동시에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테라노스틱스는 주사로 약제를 넣은 뒤 영상을 찍어서 발광인자를 확인해 어떤 유전자가 많이 발현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 기술과 함께 그에 맞는 약제를 주입하는 기술이다.

최근에 개발된 테라노스틱스가 실전에 조금씩 등장하고 있고, 현재 벤처기업에서 테라노스틱스를 많이 개발하고 있다. 미래엔 진단 약제에다 치료 약제까지 붙여서 진단과 치료도 같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약을 나중에 주는 것도 하지 말고, 어떤 리간드(ligand, 수용체 같은 큰 분자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에 발광인자와 치료 약제를 같이 붙여서 한꺼번에 진단과 치료를 하는 기술이다.       

- 이같은 맞춤치료기술이 발달하면 뇌종양 수술의 역할은 어떤 방식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보는가?

지금처럼 한 아이의 인생을 걸고 해야 하는 뇌종양 수술은 줄어들 것이고, 이것은 줄어드는 것이 마땅하다. 대신 맞춤치료 뒤 남겨진 찌꺼기 같은 뇌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변할 것이라고 본다. 또 뇌종양 조직을 떼내기 어려워 명확히 진단이 안 됐던 뇌종양을 진단하는 방향으로 수술이 진화될 것이라고 본다.

- 표적치료제가 소아 대상으로 임상연구가 거의 되어있지 않아 똑같은 표적인데 성인과 달리 소아 환자에게 치료제를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이 바뀌어 소아청소년 뇌종양 치료에도 빠르게 표적치료가 이뤄지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치료성적이 지금보다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지금은 환아들이 세포독성항암제를 4가지 맞아야 하는데, 하나만 맞는다면 환아들이 치료제 부작용으로 인한 고생도 크게 덜 것이다.   

- 소아청소년 뇌종양 수술 뒤 응급상황이나 주의할 점이 있다면?

뇌종양 수술 중 션트 수술(션트라는 튜브를 집어넣어 뇌척수액을 우리 몸의 다른 부위로 흡수하게 해 뇌압을 낮추는 수술)을 하는데, 션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꽤 있다. 갑자기 아이가 늘어지는데, 이때는 바로 응급실에 와야 한다. 또 뇌 중심부에  종양을 제거한 다음에 호르몬제제를 매일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것을 제때 먹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항경련제를 주기도 하는데, 이런 약도 챙겨먹지 않으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수술 뒤 병원에서 처방한 약은 잊지 말고 제때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소아청소년 뇌종양 환아와 부모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악성종양은 말할 것도 없고 양성종양으로 뇌수술을 받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닌 것을 안다. 하지만 소아 뇌종양은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치료환경이 10~20년 전보다 분명 많이 좋아졌고, 실제 치료성적도 한두 개의 뇌종양을 제외하고는 1년에 1%라도 좋아지고 있다.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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