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에게 듣는 '피부암'
"ABCDE 규칙 통해 크기·모양·비대칭 등 변화 체크를"
한 달 넘게 지속되는 피부병, 피부과 전문의 진료 필요
조기 발견 시 비수술치료 가능…늦으면 뇌 등으로 전이
3기 흑색종, 면역치료·표적치료 효과…4기에만 급여돼
피부암, 정기검진 중요…태닝은 피부암 위험 높여 금물

국내 피부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피부암 환자 수는 2016년 1만9,236명에서 2021년 2만9,459명으로 크게 늘었다.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피부암은 흑색종이지만, 실제 국내 다발하는 피부암은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이다. 또한 지난 20년간 국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피부암도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이다. 

대한피부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기저세포암 환자는 1999년 488명에서 2019년 3,908명으로 8.0배, 편평세포암 환자는 같은 기간 373명에서 2,003명으로 5.4배, 악성흑색종과 상피내흑색종 환자는 같은 기간 203명에서 761명으로 3.8배 늘었다. 국내 이같이 피부암이 늘어난 이유와 함께 암 중에서도 관심도가 낮은 피부암에 대한 모든 것을 피부암 명의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 최근 피부암 발생이 국내 크게 늘어났다. 그 이유가 무엇이고, 이같은 증가 추이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지 궁금하다.

국내 피부암 발생 증가는 노령 인구 증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증가 추이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노화와 암은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가 더 오래 살수록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피부암은 자외선 때문에 제일 큰 영향을 받지만 그 외에 여러 발암물질들이 쌓이면서 유전자 손상이 축적돼 피부암 발생 위험도 올라갈 것이라고 추정된다.

실제 노인에게 많이 생기는 암인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이 국내 급격히 늘었다. 악성흑색종 발생이 완만한 것에 비해 자외선 노출 부위에 흔한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 발생 기울기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 실제 피부암의 대표적 위험 요인은 자외선으로, 피부암의 약 80%가 자외선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자외선을 발암물질로 규정했는데, 자외선이 피부에 안 좋은 이유는 무엇이며, 노화와 자외선 이외에 피부암을 유발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자외선은 A와 B가 있는데, 발암 효과는 자외선A보다 자외선B가 더 강력하다. 자외선B는 직접적으로 피부세포의 DNA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자외선A는 주로 피부 노화에 관련돼 있다. 자외선은 악성흑색종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악성흑색종 환자 중에서는 자외선과 상관 없는 부위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서양인의 악성흑색종은 몸통이나 팔다리에 많은데, 그것은 자외선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악성흑색종이 발바닥에 가장 많이 생긴다. 발바닥은 자외선과 상관 없고, 압력과 관계 있다. 실제 서양인 악성흑색종 환자와 국내 악성흑색종 환자의 유전자 문제는 다르다.

세브란스병원과 카이스트가 작년에 같이 연구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국내 환자는 유전자 이상보다 유전자의 불안정성, 즉 유전자의 구조적 이상이 문제였다. 이것은 걷는 것과 같은 행동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걷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 피부암으로 변하는 대표적인 점이 선천멜라닌세포모반인 것으로 안다. 특히 20cm 이상일 때 악성흑색종이 될 위험이 높다고 하는데, 20cm 이하의 선천멜라닌세포모반은 괜찮은 것인지 궁금하다. 

선천멜라닌세포모반은 보통 2cm까지를 작은 크기, 2~20cm는 중간 크기로 분류하는데 중간 크기도 악성흑색종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2cm 이하 선천멜라닌세포모반은 악성흑색종으로 변하지 않는다'가 의학교과서에 실려있고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실질적으로는 2cm 이하 선천멜라닌세포모반도 악성흑색종이 생길 수 있다. 흑색종은 처음에는 점처럼 생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작은 점은 흑색종은 아니지만, 흑색종 조직검사를 해보면 점세포가 같이 보이는 경우들이 있다. 즉, 점에서 시작이 됐는데 그게 흑색종으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 악성흑색종으로 변화될 수 있는 선천멜라닌세포모반을 어떻게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하나?

작은 선천멜라닌세포모반은 환자 스스로 크기, 모양, 대칭, 색 등의 변화를 체크할 수 있다. 때문에 1년에 한 번 스스로 피부암 조기 발견을 위해 ABCDE 규칙을 체크해보길 권한다. A는 비대칭성(Asymmetry)으로 양성 점들은 대칭적으로 생겼는데, 비대칭으로 변하면 악성흑색종일 가능성이 있다.

B는 경계(Border)인데, 명확했던 점의 경계가 불명확해지면 악성 피부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C는 점의 색(Color)을 말하는데, 색이 균일하면 괜찮은데 불균일할 때 피부암 위험도가 올라간다. D는 점의 직경(Diameter)을 보는 것으로, 6mm(0.6cm) 이상 커지면 피부암일 확률이 더 높아진다.

제일 중요한 것이 E, 즉 진전(Evolution)이다. 악성흑색종은 모양이 변하기 때문에, 점을 봤을 때 모양이나 색, 크기 등에 변화가 있으면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변화만 정기적으로 스스로 관찰한다면 작은 점을 가진 사람은 굳이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큰 선천멜라닌세포모반은 워낙 범위가 넓어서 환자 스스로 변화가 있어도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큰 선천멜라닌세포모반이 있는 사람은 1년에 한 번 피부과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서 이전과 비교해보고, 이상 조짐이 보이면 그 부분을 조직검사해 피부암 여부를 확인하길 바란다. 

- 선천멜라닌세포모반과 같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점 중에 주의해서 봐야 될 점이 또 있나?  

피지모반이 있다. 피지모반의 10% 정도에서 피부암이 생길 수 있다. 주로 머리에 생기고 그 부위에 머리카락이 안 나는 특징이 있다. 현재 피지모반은 사춘기 이후 성장이 멈춘 다음 수술로 제거한다. 어릴 때는 피부는 얇아서 잘 찢어지는데다 국소마취로 수술이 어려워 사춘기 이후 국소마취로 수술이 가능할 때 제거하기를 권한다. 

- 레이저로 피부에 생긴 점을 없애는 사람들이 많은데, 레이저로 없앤 뒤 점이 다시 생기는 것이 반복되면 점이 아닌 피부암일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뿌리가 깊은 점은 레이저 한 번으로 빼기 어렵기 때문에 두세 번 정도 나눠서 완벽히 제거한다. 한 번에 깊게 레이저로 점을 빼버리면 흉터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이저로 점을 없애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 중 피부암인 경우가 있다. 간혹 피부과 전문의도 피부암에 대해 간과하고 계속 레이저치료를 하기도 한다.  

점이 재발하는 모양과 피부암이 재발하는 모양은 조금 다르다. 10배 확대해 피부의 표피와 함께 그 아래 진피까지 관찰 가능한 더모스코피로 보면, 피부암은 모양이 불규칙하다. 점은 동그랗고 대칭적인데, 피부암은 그렇지 않다. 현재는 이런 것을 잘 살펴보지 않고 계속 레이저치료만 반복해 암이 진행돼 오는 환자들이 꽤 있다. 

- 이외에 피부암인줄 모르고 다른 피부질환으로 오인하고 잘못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나? 또 이런 일을 막고 피부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악성흑색종인데 노년층에 흔한 검버섯으로 알고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성형외과에서 레이저를 7번가량 반복하다가 검버섯이 더 커지고 색깔이 불규칙해져서야 이상함을 느끼고 온 환자가 있다. 또 좀 드문 암인 융기성 피부섬유육종이 있는데, 켈로이드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을 암인줄 모르고 대학병원에서 1년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켈로이드치료를 하다가 온 경우도 있다. 

성기·항문·겨드랑이 같은 아포크린 한선(땀샘) 부위에 생기는 유방외파제트병은 좀 드문 피부암인데, 한 환자는 처음 성기 부분에 뻘겋게 습진이 생긴 것처럼 보여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2년간 치료하다가 왔다. 때문에 피부에 문제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 다른 과가 아닌 피부과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조직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조직검사를 하면 암인지 확인할 수 있다. 

-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혈액암 환자와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는 환자 등 면역억제 상태가 지속되는 환자에게도 피부암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안다. 

그렇다. 모든 암이 처음 생길 때 우리 면역세포들이 그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데, 면역이 억제되면 그 기능이 떨어지고 피부 노화도 빨리 오기 때문이다. 또 우리 주변에 제일 흔한 발암요인이 자외선인데, 면역이 억제된 환자는 특히 자외선에 취약해진다. 이식 뒤 면역억제 치료 환자 등에게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의료진이 현재 피부암 스크리닝을 할만큼 면역억제 환자에게 피부암 위험이 높다. 

이 경우 편평상피암, 기저세포암 등 여러 암이 생길 수 있는데, 그 중 편평상피암이 가장 많다. 편평상피암은 얼굴 등 자외선을 많이 받는 부위에 생기며 암으로 진행하기 전 광선각화증 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모낭염 같은 것이 없어지질 않고 만졌을 때 매끈하지 않고 거칠거칠하면서 약간 뻘겋게 되는 광선각화증이 흔히 나타난다. 한 달 내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해야 된다. 광선각화증은 암 전구증상으로, 이 단계에서 치료하면 다 좋아진다. 

- 피부암 위험이 높은 사람이 또 있나?

점이 유난히 많은 경우다. 서양인에게는 좀 많이 있는데, 한국인에게는 흔하지 않다. 실제 몸에 점이 총 100개 이상이면 흑색종이 생길 위험이 조금 올라간다. 몸에 점이 유난히 많은 사람 중 피부암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피부암 가족력이 있고, 몸의 점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좀 유난히 많은 사람은 1년에 한 번 ABCDE 규칙을 통해 스스로 점검해보길 권한다.

피부암은 고령자에게 더 많지만 젊은 사람에게도 생긴다. 또 여성에게 더 많지만 남성에게도 생긴다. 피부암은 여러 종류가 있고, 각 종류마다 여러 다른 특징을 보인다. 실제 기저세포암은 고령에 많이 생기는 피부암으로 알려져있지만, 10대에도 생길 수 있다. 때문에 나이, 성별 등으로 배제하면 피부암을 놓칠 수 있다. 나이와 성별 등에 상관 없이 피부에 문제가 한 달 넘게 지속된다면 피부암과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 다른 나라와 다른 국내 피부암 환자의 특징이 있다면?

기저세포암은 색소형인지 아닌지 타입을 구분하는데, 유색인은 백인에 비해 색소형이 많다. 실제 국내 약 70%의 기저세포암 환자가 색소형 타입이다. 이런 경우에는 멜라닌 색소의 영향으로 초기에 흑색종과 감별 진단이 잘 안 될 수 있다. 대신 수술할 때 색소로 인해 암의 경계가 잘 보이기 때문에 치료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 피부암은 피부 표면에 드러나는데도 통증 등과 같은 명확한 이상 증상이 없어서 생각보다 조기 진단이 잘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현실은 어떤가?

개인 차가 크지만, 보통은 여러 과를 전전하며 치료를 해보고 안 될 때 피부과를 갔다가 조직검사에서 피부암으로 진단되는 상황이다. 심각하게는 겉으로 확연히 문제가 악화되는 게 보이는 데도 엉뚱한 치료를 지속하다가 늦게 오는 피부암 환자도 있다. 실제 얼굴에 생긴 기저세포암 환자인데, 한의원에서 2년간 치료를 받다가 코 부위 연골과 뼈까지 암세포가 파고들어 뼈에 구멍이 뚫린 경우도 있었다.

기저세포암은 예후가 나쁜 암은 아니어서 전이가 흔하지 않은데, 그 환자는 눈까지 퍼져서 윗 입술 일부부터 얼굴 정중앙 부위의 뼈 위까지 모조리 긁어내 얼굴의 피부 결손 부위가 굉장히 넓었고, 수술 뒤 방사선치료까지 했다. 때문에 피부에 문제가 있으면 먼저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고, 이상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 조직검사를 하길 권한다. 

- 피부암이 조기 발견된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하는 것 말고도 연고제 타입의 항암제를 바르거나 영하 190도에 얼려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냉동치료나, 특정 빛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광감각제를 이용해 표적 부위만 특정 파장의 광선을 조사하는 광역동요법 등도 적용한다. 어느 정도 단계일 때 가능하고, 실제 효과는 어떤가. 

보엔병이나 제자리암(상피내암) 등과 같이 표피 내에 국한된 피부암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광역동요법도 표비 바로 아래의 진피로 내려가면 못한다. 항암제 타입의 연고를 바르거나 광역동요법 등으로 치료하면 완치율이 70% 정도는 된다. 이런 치를 받은 환자의 약 30%는 재발하는데, 재발해도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 

- 피부암은 암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치료가 주를 이룬다. 크게 광역절제술이 있고, 정상조직의 절제를 최소화한 모즈미세도식수술(모즈수술)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치료이고 현재 어떻게 치료가 이뤄지나?

흑색종의 경우엔 광역절제술을 할 때 암의 침투 깊이에 따라 암 주변 부위를 얼만큼 떼어내야 하는지 국제적으로 권고되는 수술법이 있다. 보통 암조직 주변의 0.5~2cm를 떼어내는데, 세이프티 마진(Safety Margin)을 2cm 두면 사실 피부 결손 부위가 굉장히 커진다. 어떤 부위에 암이 생겼느냐에 따라서 2cm의 세이프티 마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경우들도 많다. 

이럴 때는 세이프티 마진이 최대 1cm, 보통은 2mm 정도인 모즈수술을 한다. 원래 흑색종에는 모즈수술을 안 했는데, 세브란스병원 연구 논문을 통해 초기 흑색종일 때 광역절제술을 했을 때 재발율이 약 10%, 모즈수술을 하면 재발율이 약 3%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모즈수술을 적용하고 있다.   

정기양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정기양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 더 넓은 부위를 떼어내는 광역절제술을 할 때 더 치료 성적이 좋을 것 같은데, 오히려 최소절제를 하는 모즈수술의 치료 성적이 더 좋다. 어떤 점 때문에 모즈수술에서 피부암 재발률이 더 적은 것인가?

광역절제술 시 암덩어리를 떼어내 병리검사를 할 때 암 조직을 두툼한 빵을 자르는 듯한 방식으로 냉동절편을 만들어서 검사한다. 이 냉동절편을 통해 암 조직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떼어낸 전체 암덩어리 조직의 1% 정도밖에 못 본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마진의 중간 부분'에 있는 암을 놓칠 수 있다. 

반면 모즈수술은 적게 세이프티 마진을 두는 대신 반구 모양으로 암을 떼어낸 다음 맵핑해 냉동절편을 만들어서 반구를 다 살펴본다. 병리검사에서 암이 확인되면 맵핑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서 추가로 절제하고, 그 부위를 냉동절편으로 만들어 병리검사를 다시 해서 암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제거하는 방식을 반복한다. 암조직을 따라가면서 절제하기 때문에 악성흑생종 치료에 도움이 된 것이다.  

그런데 모든 피부암 수술에서 모즈수술의 치료 성적이 광역절제술보다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실제 비교를 해보며 재발률이나 생존율에서 차이가 없는 피부암도 있다. 이때의 모즈수술 장점은 상처가 훨씬 적다는 것뿐이다.

피부암은 암 종류에 따라 자라는 방식이 다른데, 동그랗게 덩어리로 자라는 피부암은 광역절제술을 하면 된다. 하지만 나무뿌리처럼 자라는 암은 생각보다 굉장히 깊게 암세포가 침투해 있기 때문에 모즈수술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암의 조직학적 타입에 따라서 고위험 암종으로 분류되는 피부암에 모즈수술을 하는 것이 맞다.  

- 얼굴과 같은 부위에 생긴 피부암은 정상 피부조직을 최소한으로 떼어내는 모즈수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얼굴 부위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곳이라고 해서 꼭 모즈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얼굴에 생긴 피부암도 광역절제술을 한다. 하지만 요즘은 모즈수술 대상 고위험 피부암 환자가 아닌, 심지어 암 크기가 작은 환자 중 모즈수술을 해달라하고 하는 경우도 있다. 모즈수술은 기술적으로 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 하기 쉬운 수술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피부과 의사가 병리조직에 대한 사인 아웃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병리과 의사가 해야 한다. 즉, 모즈미세도식수술을 하려면 병리과 의사가 협조해줘야 하는데, 국내에서 이것이 쉽지 않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국내 피부암 전문 의료진 중 모즈수술을 배워간 사람이 지금까지 40명은 되는데, 병리과에서 협조를 안 해줘서 못하는 대학병원이 있다. 

협조를 구하기 힘든 것이 모즈수술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몇 번에 걸쳐 수술하므로 병리검사를 해야 하는 냉동절편이 많다. 현재 냉동절편에 대한 병리검사는 11개까지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가면 검사를 해도 병리과에서 의료행위에 따른 수가를 못 받는다. 모즈수술 시 냉동절편 수는 1차 수술에만도 보통 30~40개이고 피부암 크기가 클수록 그 수는 는다. 그런데 이 검사 때문에 다른 검사를 못해 일은 쌓이고 급여에 묶여서 비용도 받지 못하니 병리과 협조가 어려운 것이다. 

- 피부암 수술로 눈에 띄는 피부 부위에 상처가 남기 때문에 미용적인 면에서 고안한 치료법도 있을 것 같다. 

수술 부위 피부의 좌우 대칭을 최대한 맞추고 상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상처 부위 기능·모양 등의 측면에서 제일 좋은 방법을 고안해 치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발바닥에 생긴 흑색종으로 피부 결손이 생기면 과거에는 종아리 피부에서 피부 조직(유리피판)을 떼어내서 발바닥 결손 부위에 생착하게 하고, 종아리 부위 피부의 결손은 허벅지 피부에서 떼어서 상처가 3개가 생겼는데, 지금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요즘은 바로 허벅지에서 피부조직을 떼어내 붙이는데, 그것도 과거보다 크기를 줄였다. 발바닥과 허벅지 피부조직이 다르고 피부이식 부위가 도드라져서 걷기 힘들기 때문에 치료방법을 바꾼 것이다. 이때는 바닥에 닿은 상처 부위에 한땀씩 채취하듯 정상피부를 이식하고 그곳에 음압을 걸어서 혈액 등이 나오게 해 육아조직이 빠르게 차오르게 하는 펀치이식을 하고, 그 외 상처 부위에만 허벅지 피부조직을 이식한다. 

이렇게 하면 다른 피부조직을 이식해 피부톤이 달라지는 것이나 흉터가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또 피부이식 뒤 발뒤꿈치 피부조직과 이식한 피부가 달라서 이식 부위 발바닥이 튀어올라서 보행이 힘들었던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 피부암도 암조직 주변에 림프절 전이가 되거나 뇌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는 것으로 안다. 이런 치료를 할 때 현재의 치료 환경은 어떤지 궁금하다.  

대표적으로 3기 흑색증 환자는 림프절에 전이가 되면 면역치료와 표적치료를 해야 한다. 그래야 치료 성적이 확실히 좋다. 그런데 3기 흑색종은 현재 이런 치료에 대해 보험 급여가 안 된다. 현재는 4기 흑색종일 때, 즉 내부 장기 전이가 있을 때 이런 약제에 보험 급여가 된다. 

이런 약이 없었을 때는 세포독성항암제 하나만 가지고 치료하기도 했는데, 이때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가 안 됐다. 그런데 지금 이런 치료를 하면 5년 생존율이 50% 이상이다. 때문에 반드시 써야 하는 약인데, 급여가 안 돼 환자들이 비급여로 부담해 치료하고 있다. 최근엔 흑색종 2기 b나 c 단계에서도 이런 치료가 확실히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데, 모두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 피부암 환자는 다른 암 환자와 달리 치료 뒤 정기검진을 좀 간과한다고 들었다. 실제 정기검진을 생략해 병원에 오지 않다가 뇌전이로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오는 피부암 환자도 있다고 하던데, 실제 다른 암과 달리 정기검진을 잘 안 받는 편인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흑색종 환자 같은 경우 2~3년만에 전이돼 병원에 오기도 한다. 피부암 중 기저세포암은 수술 뒤 재발해도 전이까지는 잘 안 되기 때문에 별 문제 안 된다. 그런데, 흑색종 등의 피부암은 심각하다. 때문에 피부암 치료 의료진의 권유에 맞춰 피부암도 정기검진을 잘 받아야 한다. 

- 국내 피부암 5년 생존율은 기저세포암 약 100%, 편평세포암 약 90%, 악성흑색종 약 65% 등으로 암종 별로 크게 차이가 있는데, 일부 낮은 국내 피부암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치료 시기에 따라 피부암은 치료 성적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그런데, 불행히도 피부암 환자가 국내 많지 않다보니 피부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치료를 제대로 하는 곳이 별로 없다.

또한 피부과 의원에서 피부암을 감별할 수 있는 조직검사를 잘 하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피부에 이상이 지속되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가고, 그래도 이상이 지속되면 환자가 조직검사를 해달라고 피부과 전문의에게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 피부암 예방을 위해 방법을 조언한다면?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어릴 때부터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일상에서 선크림을 잘 발랐으면 좋겠다. 또 일부러 태닝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피부암 예방을 위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라고 말해주고 싶다. 

- 마지막으로 피부암 환자나 가족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엉뚱한 치료를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은 새로운 약도 많이 나와서 10년 전하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료 성적도 좋아졌고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도 치료 결과가 좋다. 기운 내서 치료를 잘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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