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성윤경 교수에게 듣는 '전신홍반루푸스'
면역체계 고장으로 면역 세포·물질, 전신 어디든 공격해 증상 다양
가임기 여성에 다발…10대 후반~20대 초반일 때 증상 가장 '심각'
자가면역질환 '류마티스관절염'·'쇼그렌증후군'과 구분 쉽지 않아
스테로이드·면역억제제로 치료…신약, 치료 효과 아주 크진 않아
병용치료 시 신약 효과 높고 스테로이드 용량도 분명 감소시켜줘
피임약·자외선·스트레스 피해야…독감·코로나19백신 예방접종을
흔히 루푸스라 불리는 '전신홍반루푸스'는 천의 얼굴을 지닌 희귀자가면역질환이다. 인체 면역시스템 고장으로 면역에 간여하는 세포와 물질들이 피부, 신장, 신경, 심장, 폐, 근골격계, 혈액계, 면역계 등을 공격하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면역 세포와 물질이 어디를 어떻게 선별해 공격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루푸스를 진단하는 일은 최첨단 진단 기술이 발전한 현재도 쉽지 않다.
류마티스질환 진단·치료에 있어서 국내 최고라 꼽히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에서 루푸스 진료를 맡고 있는 성윤경 교수도 루푸스 의심 증상으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 바로 루푸스 진단을 내리는 환자보다 진단을 보류하며 진료하는 환자가 더 많다고 한다. 진단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루푸스를 어떻게 조기 발견해 제대로 치료·관리할 수 있을지 루푸스 명의 성윤경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 최근 국내 루푸스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희귀질환으로 분류된 루푸스 환자는 국내 어느 정도이고, 어떤 이유로 는 것이라 생각하나?
국내 루푸스 환자는 10년 전 약 1만5,000명이었는데, 지금은 약 2만1,000명이 됐다.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루푸스 유병률이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10년 전 국내 루푸스 연구에서는 30~40대 루푸스 환자가 제일 많은 것으로 나왔는데, 그 당시 미국은 50~60대 환자가 가장 많았다. 최근 국내 환자 분석을 다시 해보니 40대 루푸스 환자가 제일 많은 것으로 나왔다. 의료체계가 갖춰진 상황에서 루푸스 예후가 개선돼 발생하는 현상인 것이다.
또 발병률 측면에서 보면 2009년 루푸스에 산정특례가 적용된 뒤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으면서 환자 수가 많이 늘었다. 국내 역학 연구가 국내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보험급여 청구 자료를 가지고 하다보니 늘어난 것으로 나온다고 생각한다. 즉, 진짜 루푸스 환자가 늘어났다기보다는 조기 발견이 이전보다 잘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루푸스 예후가 과거보다 분명히 좋아졌다. 증상이 덜 심한 상황에서 조기 진단돼 치료를 하면서 루푸스가 심해지지 않는 것이다.
- 루푸스 발병 요인으로 유전적 요인이나, 흡연, 자외선, 감염, 외상, 약물, 여성호르몬 등 여러 요인이 꼽힌다. 이런 요인들이 실제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루푸스에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루푸스 환자가 자식에게 유전될까 걱정하는데, 대부분은 유전되지 않는다. 유전적인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는 10~20% 정도다. 자가면역질환이 내가 내 면역에 대해 적대적인 것이어서 나를 잘못 인식하는 ‘자가면역적 성향’이 대물림되는 경향이 보이는 정도이지, 유방암의 BRCA 유전자와 같은 강력한 유전 요인은 아직 루푸스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또 흡연이 강력한 루푸스 요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부분도 회의적이다. 정말 흡연이 강력한 요인이라면 남성 환자가 더 많아야 하는데, 여성 환자가 더 많다. 그래서 나온 가설이 여성이 남성보다 담배에 더 취약하다는 것인데, 여성에서 흡연 경력이 있으면 더 위험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루푸스에서 담배가 폐암 만큼의 위험을 올리지는 않는다고 본다. 실제 진료하는 루푸스 환자의 80%는 흡연력이 없다.
루푸스의 자극 요인으로 자외선과 함께 심각한 감염이나 외상 등이 꼽힌다. 루푸스 환자들은 광과민성이 있어서 햇빛을 쏘이면 발진이 생기거나 면역반응이 항진되면서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자가면역질환의 기본 매커니즘이 내 몸에 정상적인 조직이 파괴되면서 항체가 생겨 멀쩡한 자기 조직도 적으로 인식해 공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몸이 파괴되는 상황’ 즉, 감염이나 외상 등을 흔히 이야기한다.
또 약물유발성루푸스가 있는데 항생제나 종양괴사인자억제제(TNF-알파 억제제), 항경련제 등을 쓰다 보면 전형적인 루푸스 증상이 나오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 개연성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약물 독성 작용으로 루푸스가 되느냐는 명확하지 않다. 제일 독한 약을 쓸 때 세포가 많이 파괴되니 루푸스 위험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매커니즘 등으로 인해 몸 안에서 사이토카인 등에 영향을 주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것을 약물유발성루푸스(drug-induced lupus)라고 본다. 약물유발성루푸스일 때는 특징적으로 항히스톤항체가 나오고, 대부분이 피부 발진이 있는데 전형적으로 얼굴에 나비 모양 발진이 생긴다. 또 관절염이 생긴다든가 뜬금없이 열이 나는 증상이 많다.
또 여성호르몬도 루푸스 위험인자로 보는데, 이 병이 남성에게 드물고 여성에게 많고 폐경 후 여성에게는 증상이 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피임약 같은 여성호르몬제를 투여했을 때 발병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성호르몬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일상적으로 나오는 여성호르몬이 루푸스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심혈관질환이나 유방암에서 여성호르몬이 하는 역할만큼 루푸스에서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루푸스는 젊은 여성에게 다발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진료실에서는 어떤가?
루푸스는 여성과 남성 환자 비율이 8.5대 1.5다. 루푸스는 젊은층에게 주로 생기는데, 이런 통념과 완전히 뒤집어지게 고령에 루푸스가 새롭게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성호르몬 작용이 활발할 때 발생하는 게 루푸스인데, 60세가 넘어서 루푸스가 생기는 남녀가 있는 것이다. 현재 어떤 상황인지 잘 판단은 안 되지만, 고령에 생기는 원인은 또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실제 루푸스는 젊은 사람한테 정말 많이 생기고, 가장 증상이 심한 패턴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그때 발병하는 환자들은 루푸스 신염도 많고, 심장, 폐, 머리 등 주요 장기에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면역이 사실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해서 좀 늦게 완성이 되는데, 15~16세에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완성된다. 근데 루푸스는 정말 빠른 사람들은 면역체계가 완성되기도 전인 10대 초반에도 생긴다.
- 루푸스는 천의 얼굴을 지닌 병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찾나?
병원을 찾는 첫 번째 루프스 환자 유형은 관절이 아프거나 피부 발진, 탈모와 같이 확실한 증상이 있을 때다. 두 번째 유형은 이유를 모르는 발열과 임파선염이 자꾸 생기는 경우다. 세 번째는 갑자기 몸이 부어서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검사를 해봤더니 단백뇨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신장 침범이 있는 경우로, 제일 심한 루푸스 증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외에 혈소판 감소나 백혈구 감소도 주요 소견 중 하나인데 초기에는 증상이 잘 안 나타난다.
과거 루푸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을 때는 혈소판감소증으로 생리가 안 끝나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혈소판 수치가 3만~5만(정상 범위 13만~40만)으로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요즘은 결혼이나 임신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많이 하면서 혈소판·백혈구가 조금 떨어져 있을 때부터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혈전이 잘 생기고 이로 인해 혈소판 파괴가 같이 오게 되는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은 루푸스 진단 기준에도 들어갈만큼 루푸스와 잘 병행하는데, 이때 혈소판 감소가 더 두드러진다.
실제 진료실에서 자주 진료 의뢰를 받는 루푸스 환자 유형은 열이 나서 검사해봤더니 백혈구가 올라가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백혈구나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있는 경우다. 보통 38~39도 정도의 열로 해열제 등을 복용해 열이 떨어졌다가 다시 열이 지속될 때 혈액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확인돼 의뢰를 받는다.
- 루푸스 진단에 그간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진단에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실제 어떤 점이 진단에 가장 어려운 요소로 작용하는지 궁금하다.
루푸스 진단 기준 자체가 증상과 검사결과의 조합이다. 루푸스 증상이 있어서 진료 예약을 했는데 병원 진료 당시에는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고, 검사를 했지만 검사결과에서 루푸스라고 진단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도 있어서 그것들을 조합해서 해석하는 의사 역량이 현재는 진단에서 가장 중요하다.
일부 병원에서 특정 항체가 있으면 루푸스라고 진단하는 경우도 좀 있는데, 그것은 되게 조심해야 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루프스는 암 선고만큼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절망감에 휩싸여 결혼을 포기하는 환자도 있다. 때문에 진단에 대단히 신중해야 되고, 애매한 경우에는 검사를 여러 번 하거나 아니면 증상을 여러 차례 관찰을 하면서 루푸스가 확실할 때까지 진단을 보류하는 것이 좋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루프스 진단 환자보다 루푸스를 의심하지만 진단을 내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환자가 2~3배 더 많다. 증상을 잘 보고 검사를 반복해서 정말로 확실하게 루푸스인지 확인될 때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증상이 확실한 루푸스 환자들은 조기에 진단이 된다. 그런데 애매한 그레이존이 있는 루푸스 환자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루푸스 진단이 쉽지 않다.
- 루푸스가 아니라면 어떤 질환과 헷갈릴 수 있나?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과 쇼그렌증후군(Sjogren's syndrome) 2가지이다. 3개 질환 각각의 평균 발병 연령은 루프스 약 30세, 류마티스관절염 약 49세, 쇼그렌증후군 약 55세로 발병 연령에 차이가 있는데, 루푸스 증상이 관절에 나타날 때 젊은 여성이나 중년 여성한테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또 루푸스 환자의 30% 정도는 류마티스 인자 양성이 나오고, 루푸스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가 거의 비슷해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를 해도 루푸스가 좋아지기 때문에 평생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알고 치료하다가 결국 다른 증상이 나타나 루푸스로 진단되는 환자도 있다.
또 쇼그렌증후군과 루푸스는 발병 기전 등이 비슷하다. 항Ro항체가 루프스 환자한테 한 30~40% 양성이 나오는데, 그게 쇼그렌증후군의 위험 인자다. 초창기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약 50%에서 관절염이 생기고, 백혈구 감소도 되게 흔하다. 그런데 피검사로 하는 자가항체 검사 타입도 똑같다. 그래서 쇼그렌증후군이 루푸스로 진단되는 경우가 꽤 많고, 루푸스로 진단을 받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침샘이나 눈물샘이 마르는 건조증이 확인되면서 쇼그렌증후군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이것을 구별해내려면 세 가지 질환을 다 잘 알아야 한다.
또 루푸스 환자 중 40대 후반이나 50대쯤 되면 루푸스 활성도가 아주 떨어지는데, 항Ro항체를 갖고 있는 30~40%의 루푸스 환자 중에서 쇼그렌증후군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꽤 많다.
- 루푸스 치료는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심장, 폐, 머리, 신장 같은 주요 장기를 침범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치료가 다르다. 피부 증상이 있거나 백혈구나 혈소판이 살짝 감소했거나 탈모나 관절염 등은 가벼운 증상으로 분류하는데, 이때는 절대로 고농도 스테로이드를 쓰면 안 된다. 저용량 스테로이드를 쓰다가 빠른 시일 내에 끊는 치료를 한다. 또 주요 장기 침범 증상이 있을 때는 고농도 스테로이드 치료를 우선 한다.
루푸스는 면역반응이 생기는 걸 억제하는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면역억제제 치료가 원칙이다. 면역억제제의 작용이 나타나려면 짧게는 몇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스테로이드가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스테로이드는 끊지만 면역억제제인 항말라리아제는 거의 루푸스 치료에 기본적으로 유지한다. 현재 루푸스 치료에서 항말라리아제가 거의 필수약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최근에는 신약이 나오면서 루푸스 치료도 보다 다양해지고 치료 결과도 개선된 것으로 안다.
예전에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세포독성항암제) 같은 강력한 약을 써서 백혈구를 모두 초토화시켜 항체도 안 만들어내고 염증물질도 안 내보내게 했다. 지금은 여기에 관여하는 특별한 세포만 억제하는 리툭시맙(rituximab, 항체를 생산하는 면역세포인 B세포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표면인자인 CD20에 결합하도록 만들어진 단일클론항체 약물)이나 벨리무맙(belimumab, B세포의 활성인자를 억제해 B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 같은 생물학적제제가 있다.
또 인터페론(interferon, 면역세포에서 생산해내는 단백질)을 억제해서 사이토카인(cytokine, 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된 면역반응 관여 물질)을 억제하는 신약도 개발돼 미국에서 승인됐지만, 국내에선 아직 승인이 안 됐다. 이런 약제들은 표적을 타깃해 만든 약인데, 다만 지금은 효과가 매우 좋다라고 보고 있지 않다. 현재는 신약 하나로 루푸스를 치료할 수 없고, 병용해서 효과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
기존 면역억제제는 보통 한 개를 쓰면 다른 걸 쓸 때 이 약을 끊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를 같이 쓰거나 세 가지를 같이 쓰면 면역 억제가 많이 돼 환자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치료에서 뭔가 조금만 더 썼으면 좋겠다라고 싶을 때, 생물학적제제를 같이 쓴다. 또 고농도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는 사람의 경우 스테로이드를 감량하기 위해서 쓰기도 하고, 저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는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완전히 끊기 위한 용도로도 생각된다.
루프스 신염의 경우도 신약과 다른 면역억제제인 미코페놀산모페틸 등을 병용할 때 효과가 더 좋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신약들이 굉장히 고가의 약이기는 하지만 많은 루푸스 환자들이 스테로이드를 못 끊고 있는데, 이 약들이 스테로이드 감량 효과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또 계속 신약이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루푸스 치료법은 조금 더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오는 신약들은 스테로이드뿐만 아니고 기존의 면역억제제들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최근의 루푸스 치료 성적은 어떤지 궁금하다. 또 루푸스 환자의 약 10%는 약을 중단하고 치료를 종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어떤 때인가?
20년 전에는 루푸스 환자의 10년 생존율이 80% 정도였는데, 지금은 95% 이상으로 많이 좋아졌다. 또 루푸스 환자 중 약을 중단하는 환자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 구별은 꼭 해야 한다.
원래 루푸스가 아닌 사람을 루푸스로 치료했을 수도 있고, 애매한 경계 상태에 있다가 스스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며, 정말 루푸스 환자인데 치료가 잘 돼서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루푸스 환자 중 약을 끊을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빈도는 매우 낮다. 5~10% 이내라고 봐야 될 것 같다.
-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진료 환자 중에서도 약을 끊는 경우가 있나? 있다면 그렇게 심한 환자 중 약을 끊는 과정이 어떻게 되나?
이제껏 진료한 환자 중 루푸스 신염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몇 십명, 몇 백명 밖에 안 되지만 그 가운데 몇 명의 환자가 약을 끊었다. 대개는 임신 시도를 하면서 약을 끊게 되는데, 출산 뒤에도 증상 없이 잘 유지되면서 약을 완전히 끊게 된 경우다.
- 루푸스 환자는 대개 평생 병원을 다니며 질환을 관리해야 하는데, 병원에서의 관리는 정기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나?
처음에 증상이 안 좋을 때는 2주나 한 달 간격으로 진료를 하고, 증상이 안정되면 3개월에 한 번 정도로 진료한다. 매번 병원에 올 때마다 혈액검사로 혈구 상태와 간 기능, 콩팥 기능을 체크하고 항체검사, 보체검사 등도 정기적으로 한다. 또 몇 년에 한번씩 여러 항체검사를 해서 변화를 확인하고, 1년에 한 번은 가슴 엑스레이 촬영이나 심전도 등을 찍는다.
루푸스 환자는 환자마다 증상도 다르고, 심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때 그때 맞춰 진료와 검사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진료 중 심장이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심장초음파도 하고, 심장 CT도 찍으면서 환자에 맞춰 검사와 치료를 진행한다.
- 여성 루푸스 환자의 임신, 출산 성공률도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간 것으로 아는데, 어떤 것들이 개선된 것인가?
루푸스 여성의 임신 성공률은 건강한 여성과 비교해 그렇게 떨어지 않지만 유산 확률이 높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위험 임신을 관리하고 대처하는 치료들이 많이 발달했다.
대표적으로 루푸스 환자가 임신 뒤 악화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임신으로 인한 임신중독증(전자간증,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인지 루푸스 신염인지 헷갈린다. 둘 다 단백뇨가 나오고 보체 활성도가 올라가면서 여러 가지 지표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럴 때 관리하고 대처하는 치료들이 발전했고, 30주가 안 된 상태로 응급 분만해도 신생아 케어가 잘 되므로 출산 성공률이 올라간 것이다.
- 루푸스 환자들에게 흔히 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햇빛을 쐬면 면역반응이 항진되면서 루푸스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햇빛을 잘 차단해야 한다. 또 잠을 못 잔다든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굉장히 피곤한 상황들도 병을 악화시킨다. 이런 요인이 있다면 그냥 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만약 직장이 스트레스 요인이면 부서나 직장을 옮기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또 피임약으로 루푸스가 악화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루푸스 환자들에게는 피임약을 권하지 않고 다른 방법의 피임을 하도록 권한다. 새로운 감염도 몸의 면역을 활성화시켜서 루푸스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독감이나 폐렴, 코로나19 등의 예방접종은 꼭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평소 루푸스 환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루푸스가 내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환우들이 많은데, 질병은 인생의 일부일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루푸스 치료는 의료진이 할 테니, 루푸스로 인해 자신의 인생 계획을 바꾸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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