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내과 한승민 교수
혈액 응고인자가 부족해 출혈을 유발하는 희귀질환 '혈우병'의 치료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과거 수혈로 치료하던 것에서 응고인자 약제의 등판으로 응고인자를 넣어주는 치료로 진화한데 이어 최근에는 비응고 인자 약제가 국내 급여 치료옵션으로 나왔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전자치료제까지 등장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내과 한승민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에서 "혈우병 치료의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수혈을 통해 응고를 유발하던 시절이 있었다. 수혈 부작용이 많고 감염 이슈 등이 많아서 결국 응고인자 약제들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응고인자 약제를 정기적으로 예방요법을 하는 것이 표준치료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출혈을 조절하기 위해 적정한 응고인자 농축 약제를 정기적으로 투약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응고인자 농도를 유지하는 예방치료(유지요법, Prophylaxis therapy)'와 실제 출혈이 생겼을 때의 '출혈 시 보충요법(On-demand replacement therapy)'이 혈우병 치료법으로 쓰인다.
또한 응고인자 약제에 대한 이상작용으로 '항체'가 만들어져 기존 응고인자 약제로 치료가 어려웠던 혈우병 '항체 환자'를 위한 치료제도 등장했다. 노보세븐알티, 훼이바 등과 같은 우회치료제가 대표적이다.
한승민 교수는 "항체 환자들은 기존 응고인자 농축 약제에 효과가 없는 환자들이기 때문에 다른 약제가 필요한데, 이때 주로 사용하는 약제가 활성화 프로트롬빈 복합체 농축제제(aPPC) 혹은 7번 응고인자 농축 약제(rFVIIa)"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제의 단점이 있다. 출혈을 짧은 기간 조절해줄 수는 있지만, 약의 반감기 역시 짧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크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이런 약제들은 단기간에 출혈을 조절해줄 수는 있지만 반감기가 매우 짧기 때문에 예방요법으로 하기에는 항체 환자들에게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어서 항체 환자들의 출혈 조절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치료법도 나와 있다. 한승민 교수는 "항체 환자를 치료하는 요법에는 응고인자를 장기간 자주 투약해서 우리 몸에 관용을 유도하는 방법을 통해 항체를 제거하는 면역관용요법이라는 치료법도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현재의 약제보다 반감기가 긴 응고 인자 약제와 더불어,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와 같은 비응고 인자 약제 개발도 활발하다.
한 교수는 "기존 응고인자 약제들의 경우 정맥주사를 자주 맞아야 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체내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반감기가 긴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다"며 "응고인자 약제 외에 환자들의 출혈을 돕고 지혈을 유도할 수 있는 비응고 인자 약제들의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체가 없는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높인 반감기가 긴 약제도 현재 나와 있다. 한승민 교수는 "항체가 없는 환자들의 경우 농축된 8번이나 9번 응고인자를 투약받게 되는데, 예방요법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8번 응고인자를 일주일에 2~3회 정도 정맥주사로 투약하게 된다"며 "최근에 개발된 반감기가 긴 응고인자 약제들의 경우 일주일에 2번 투약만으로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초의 비응고 인자 약제도 현재 국내 시판돼 쓰이고 있다. 바로 8번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한 '혈우병A' 항체 환자에게 급여까지 이뤄지고 있는 에미시주맙이 그것이다.
한승민 교수는 "에미시주맙은 우리 몸에서 8번 응고인자가 하는 역할과 비슷한 역할을 하도록 설계가 된 이중항체구조를 갖고 있는 약제"라며 "8번 응고인자는 체내에서 9번 응고인자와 10번 응고인자를 끌어당겨서 마치 우리 몸에서 8번 응고인자가 작용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응고반응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에미시주맙은 기존 혈우병 치료제들보다 높은 편의성을 갖는 신약으로 꼽힌다. 한 교수는 "기존 약제들이 정맥주사만 가능했던 것에 비해 피하주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또한 에미시주맙은 반감기가 길어서 최대 4주 1회로 투약 간격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치료 편의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혈우병 치료에서 현재 가장 유망한 치료로 꼽히는 것은 유전자치료이다. 한승민 교수는 "응고인자 8번이나 9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를 넣어주는 치료들이 현재 개발되고 있고 임상시험 진행 중에 있다"며 최근 미국, 유럽 등에서 중증 혈우병A 유전자치료제 록타비안(Roctavian)이 허가되며 혈우병 치료 환경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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