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소뇌실조증,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대부분 치료 불가
비타민E 부족·콜레스테롤 대사이상 교정 통해 소수 치료 가능
젊은 성인층에서 술도 먹지 않았는데 술 취한 듯한 동작과 발음이 나올 때 스스로 의심해볼 수 있는 병이 있다. 바로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유전성 소뇌실조증이 그것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신정환 교수는 유튜브 채널 '파킨슨TV'에서 유전성 소뇌실조증 관련 "(우리 몸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여러 가족 일원에게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조증은 조화나 균형을 잃어버린 움직임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는데, 흔히 술에 취한 사람의 동작과 발음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신정환 교수는 "실조증이 있는 사람이 술에 취한 사람과 같다는 오해를 많이 받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의식이 멀쩡하다는 것"이라며 "비록 움직임은 술 취한 사람처럼 조화가 안 되어 있지만 실제로 정신은 또렷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전성 소뇌실조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운동중추인 소뇌와 주변 기관에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어서 인지기능에는 장애가 없다. 대신 운동중추 문제로 특징적 보행이 나타나는데, 바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양발을 넓게 벌리고 걷는 것'이다.
신 교수는 "양발 사이를 좁게 걸으면 넘어지기 쉽고, 균형을 잃었을 때 쉽게 넘어져 다칠 수가 있기 때문에 이같이 걷는다"며 "또 한 줄로 똑바로 걸어보라고 하면 그런 동작을 잘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때의 운동이상은 걷는 것에만 나타나지 않고, 온 몸의 움직에서 나타난다. 신정환 교수는 "손과 팔을 움직일 때도 조화로운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눈이 움직일 때도 겨냥 이상이 생긴다던지 가만 있을 때도 눈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얼굴도 가만히 있을 때 앞뒤로 흔들리는 특징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말하는 과정도 입 주변 근육의 움직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것도 조화롭지 않고 꼬이면서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유전성 소뇌실조증의 원인 유전자는 40여개에 달하며, 이외에 계속해 추가 유전자가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전성 소뇌실조증의 대부분은 상염색체 우성유전자의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우성 유전의 대표적 질환으로 척수 소뇌실조증(Spinocerebellar Ataxia, SCA)이 있다.
신정환 교수는 "척수 소뇌실조증은 유전성 소뇌실조증의 약 90%를 차지한다"며 이외에 "상염색체 열성 유전되는 경우는 약 5~10%이고, 성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실조증도 있다"고 말했다.
유전성 소뇌실조증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질환이다. 원인 유전자가 있어도 발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의 존재가 곧 유전성 소뇌실조증을 의미하지 않지만 이 병의 확진을 위해 유전자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유전자검사 이외에도 유전성 소뇌실조증이 의심될 때 이뤄지는 기본검사가 있다. 신 교수는 "영상 검사를 통해 소뇌 위축과 같은 소견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여기에 혈연관계 친척도 포함하는 가족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유전성소뇌실조증에는 치료법이 없지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척수소뇌실조증에 대한 치료법이다. 이 병은 유전자 이상의 종류가 삼염기 반복이라는 특징을 갖는데, 삼염기 반복으로 축적되는 단백질이 있어서 이를 타깃한 치료제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신정환 교수는 "척수소뇌실조증은 삼염기 반복으로 나오는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뇌에 영향을 주게 돼 생긴다고 알려진 병들이 많다. 삼염기에서 나오는 단백질을 없애는 치료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이론은 쉽지만 신약으로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은 굉장히 험난하고 복잡하다"며 "약물이 아직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 적은 비율이지만 유전성 소뇌실조증 가운데 치료가 가능한 타입도 있다. 신 교수는 "열성유전을 하는 소뇌실조증 중에 하나가 비타민E와 같은 결핍이 유전성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서 비타민E가 부족해지지만 비타민E를 제공하면서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타입도 치료가 가능하다. 신정환 교수는 "굉장히 드물지만 콜레스테롤 대사과정이나 니만-피크병(Niemann-Pick Disease, NPD)과 같은 대사질환도 열성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사질환에 대한 약이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같은 경우에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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