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최연호 교수에게 듣는 '소아 크론병'
장 증세와 함께 체중 줄면 혈액 내 염증수치 검사를
바뀐 치료 전략 통해 소아 크론병 치료 성적 올라가
염증성장질환인 크론병은 과거 보기 드문 희귀질환이었지만 최근 계속 늘어나면서 국내 약 2만5,00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소아 크론병이 전체 약 20%를 차지하며 국내 약 5,000명의 환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성장기에 있는 소아 크론병 환아는 성인 크론병과 유사하지만 다른 특징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연호 교수는 유튜브 채널 '나는 의사다'에서 크론병은 잦은 복통과 설사가 주요 증상이라면서도 "성인 크론병과 달리 소아 크론병은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갑자기 어느 날 잘 자라던 애가 배 아프고 설사하면서 살이 안 찐다"고 소아 크론병에서 나타나는 성장장애 특징을 설명했다.
과민성대장 증상으로 매일 설사를 하더라도 성장기에 있는 아이는 살이 찌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아 크론병 환자라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최 교수는 "크론병에 걸리면 살이 빠진다. 먹으면 더 설사하니까 그 아이는 못 먹는다. 그래서 키가 안 자라고 갑자기 성장이 멈춰버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잦은 복통과 설사, 성장장애 같은 명확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소아 크론병 진단은 현재 늦다. 염증이 만성화돼 항문에 염증살이 돋고, 이후 항문누공과 항문농양이 생긴 뒤 흔히 병원을 찾고 그 과정에서 크론병으로 진단되기까지 시간이 또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소아 크론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연호 교수는 "장 증세가 있으면서 살이 빠지면 소아 크론병을 의심해야 된다"며 "제일 쉬운 검사가 혈액검사인데, 내 몸의 염증수치가 올라가 있다. 보통 과민성 대장에 의한 설사는 염증수치가 안 오르는데 크론병은 피검사에서 염증수치가 올라가 있다"며 소아 크론병 조기 발견 방안을 제시했다.
소아 크론병 치료는 현재 영양요법과 약물치료를 통해 이뤄지는데, 치료 성적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되고 있다. 최 교수는 "소아청소년기는 배타적 영양요법이라고 해서 밥 대신 크론병 환자가 먹는 음식이 따로 있다"며 "우주인들이 먹는 음식처럼 팩으로 나와서 그것을 먹는데, 궤양이 사라지고 성장을 따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타적 영양요법은 완전히 가수분해된 영양식을 하루 세끼 먹는 것인데, 실제 크론병 치료 효과는 있지만 가루를 물에 타서 먹는 것만으로 어린 환우가 삶을 이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과거보다 적극적인 방식의 약물치료를 통해 이를 보완하는 치료법이 이뤄지고 있다. 이같이 치료법이 바뀐 이유가 있다.
소아 크론병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염증으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협착이 오고 누공이 생기며 점점 장이 망가지는데, 환아는 병의 악화를 잘 모르기 쉽다. 또 최근 상태가 악화될 때 쓸 수 있는 크론병 치료제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뒷받침되면서 소아 크론병의 치료전략도 바뀌었다.
크론병은 초기 상태일 때 1단계로 염증치료를 하며 이때 주로 스테로이드를 먼저 사용한다. 2단계는 MTX, 아자치오프린 같은 면역조절제를 쓰고, 3단계로 병이 악화되면 생물학적제제 같은 주사제를 사용하는 스텝업 방식의 치료를 해왔다. 하지만 스텝업 방식으로 병을 끌면 어느날 협착이 오기 쉽다. 성인 크론병 환자의 50% 이상이 수술을 받는 이유이다.
최근에 바뀐 치료 전략은 탑다운(Top-down) 방식의 치료이다. 최연호 교수는 "요즘은 중간쯤 단계 때 미리 차단해서 협착을 막자라고 해서 생물학적제제를 미리 쓴다"며 "(이같은 치료를 통해) 스텝 업에서 스텝 다운으로 내릴 정도로 완치 단계에 있는 환자들이 나오고 있다"며 탑다운치료의 이점을 설명했다.
크론병 치료 목표가 증상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면 1단계의 스테로이드만 써도 좋아지지만 점막 치유를 통해 관해에 이르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 전략이 탑다운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연호 교수는 "10여년의 경험 상 초기 염증 단계에 좋은 약들이 투입되고 협착으로 가는 과정을 미리 막아주니 완치에 가까워지는 쪽으로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바뀐 소아 크론병 치료전략을 통해 치료 성적도 향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 "크론병 환자, 생물학적 제제 치료시 내장지방 증가 주의해야"
- 술 안 마셔도 계속되는 설사‧복통‧혈변…‘염증성장질환’ 의심해야
- 크론병‧궤양성대장염 있으면 ‘대장암’ 더 조심해야
- 10대 아이에게 치질?…염증성장질환 의심해야 하는 이유
- 염증성장질환에 고용량 비타민D 좋다?…'득보다 실'
- [유한욱의 희귀질환 톺아보기] 희귀유전질환과 유전자치료 전략
- [헬스로그 명의] 추위 노출 시 빈혈 악화 '고령자', 한랭응집소병 의심을
- 아직 젊은데 술 취한 듯한 이상 동작·발음?…'유전성 소뇌실조증' 신호탄
- "뇌종양·유방암인줄 알았는데"…류마티스극희귀질환이었다!
- [칼럼] 2만분의 1 극희귀질환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 [유한욱의 희귀질환 톺아보기] 식이요법으로 유전질환을 치료한다?
- 성장통처럼 나타나는 희귀질환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
- [헬스로그 명의] 평생 치료 필요한 '루푸스'…10% 미만, 약 완전히 끊기도
- [칼럼] 몸 속에 ‘인’이 부족하다? ‘저인산혈증’이 가져올 변화들
- '간염'인데 원인 찾을 수 없다?…희귀질환 '자가면역간염' 의심해야
- 하루 30분 햇볕 쬐기로 예방 가능한 '자가면역희귀질환'이 있다!
- 노란 고름 물집, 중증 합병증 위험 높은 '전신농포건선 급성 악화' 신호탄
- 린파자, 난소암 1차치료 급여 2년…PARP저해제 시장점유율 1위 비결
- 이우진 교수, 난치성 뇌전증 중첩증 연구로 SK 젊은 연구자상 수상
- 방광암, 소변 내 단백 바이오마커로 조기진단 가능성 제시돼
- 서울대병원, 기관절개관 환아·가족 위한 공개강좌 개최
- 순천향대부천병원, 내달 1일 '순천향 재난의학센터' 개소
- 강다현 교수, 폐암 '면역항암제 치료 예후' 연구로 우수초록상 수상
- 담관폐쇄환자에 ERCP 전 ‘항생제’ 투여하니 합병증↓
- 의사 수 늘리면 문제 해결된다는 ‘환상’…“이대로면 의료붕괴”
- 민주당 "요양병원 간병 질 높인다…간병비 건보 추진”
- 서울의대 홍창의 명예교수, 서재필의학상 수상
- "가명화 의료정보 활용도 여전히 불안감 커…상업적 악용 우려"
- 요양병원 간병비 시범사업으로 '간병비 급여' 첫 발 뗄까
- 건국대병원, 최신형 4세대 단일공 로봇 수술 기기 다빈치 SP 도입
- 서울아산병원, 자체 개발 '1호 로봇'으로 심장 스텐트 시술 첫 성공
- 유방암 항암치료 중 손발톱 건강 이상 문제 대처법
- 아이에겐 류마티스관절염 없다?…소아류마티스관절염의 오해와 진실
- 임신 중 태반 떨어지는 '초응급상황' 위험 높을 때 따로 있다!
- 당뇨병·이상지혈증이 부른 피떡?…유전자이상으로 피떡 과형성되기도
- 소아류마티스관절염 3단 치료 접근…3~5년 완전관해율 30% 달해
- 내 아이 키가 100명 중 3명 내 들만큼 작다?…유전자검사 필요할수도
- 새해둥이 첫 선물, 탯줄도장·손발조형보다 1초 컷 '안저 사진' 촬영을
- 수면과 남성호르몬이?!…남성호르몬검사, 오전 10시 전 해야 하는 이유
- 뼈성장에 중요한 '인산' 부족한 병 탓에 인 보충했는데, 병 더 악화…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