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윤구 교수에게 듣는 당원병
유전성희귀질환 '당원병', 365일 내내 혈당 약 100㎎/dL 유지해야
효소결핍 탓 당저장물 '글리코겐'서 포도당 전환 안 돼 저혈당 초래
혈당 떨어지면 온갖 신체기능 망가뜨리는 '산증' 위험 덩달아 상승
글리코겐 적체물, 간·심장·신장 망가뜨려…간의 혹, '악성암' 되기도
당원병(Glycogen Storage Disease, GSD)은 우리 몸속 당저장물 '글리코겐'을 정작 필요할 때 포도당으로 분해시키지 못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다. 음식 섭취로 우리 몸에 포도당이 필요 이상 많아지면 포도당이 간과 근육 등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은 되는데, 혈당이 떨어져도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지 못한다. 국내 약 25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당원병'의 원인은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전환하는데 관여하는 '효소' 결핍 탓인데, 이 효소 결핍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먼저 글리코겐이 당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몸에 포도당이 고갈될 때마다 당원병 환우는 음식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혈당 70㎎/dL 이하의 '저혈당'이 초래된다. 혈당이 뚝뚝 떨어지면 온갖 장기에 필요한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는데다 몸이 빠르게 산성화되면서 몸의 온갖 기능이 망가져 심각하게는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저혈당을 막기 위해 당원병 환우는 365일 24시간 적어도 2~4시간 간격으로 무엇인가를 꾸준히 먹어야 한다. 이는 숙면이 필요한 밤에도 예외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당원병 환자의 몸에 쌓이는 당저장물 '글리코겐'이다. 당이 필요 이상 몸에 생길 때마다 쌓인 글리코겐은 각종 장기에 적체된다. 이 글리코겐 덩어리는 장기를 망가뜨리고, 암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피하려면 당원병 환우는 늘 혈당 100㎎/dL를 유지하는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미션)'에 성공해야 한다. 이 미션 임파서블을 미션 파서블로 바꾸기 위해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는 당원병 명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윤구 교수를 만나 당원병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 당원병은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다. 어떤 병인가?
음식을 섭취해 우리 몸에 포도당이 많아지면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고, 혈당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글리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전환해 당을 만든다.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만드는 데는 여러 효소들이 관여하는데, 당원병은 이런 효소들에 문제가 나타나는 병이다. 당원병의 원인이 되는 특정 효소가 아예 없으면 저혈당, 산증(몸의 산도가 높아져 전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상태) 등으로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효소가 어느 정도 나오면 사실 놓칠 수도 있는 유전성희귀질환이다.
- 당원병은 여러 타입으로 병이 나뉘어지는 것으로 안다.
현재 밝혀진 당원병 타입은 14가지이다. 당원병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효소 이상이 아주 복잡한 당대사 매커니즘 중 어디에 나타나는지에 따라 당원병 증상이 다르고, 치료도 약간 다르다. 이외에 당원병은 크게 간형, 근육형, 케톤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간형인 당원병 1형은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는 마지막 단계의 효소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간에서 포도당이 저장·분해는 되는데 결국 혈당이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간형은 혈당이 떨어지는 증상이 주요하다.
당원병 2형·5형·7형 등은 근육형인데, 몸에 힘이 없는 형태의 증상이 잘 나타난다. 우리 몸에 혈당이 높아도 갑작스럽게 운동을 하면 '근육이 사용할 수 있는 혈당'을 만들어내지 못해 힘을 낼 수 없어 근육이 축 처지는 특징을 보인다. 10~15초 정도 가만히 있어야 근육의 힘이 다시 돌아온다. 케톤형인 당원병 3형·6형·9형 등은 장점이 있는데, 몸의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 혈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단백질과 지방을 많이 먹으면 케톤형은 혈당이 잘 유지된다.
- 당원병은 당뇨병처럼 혈당관리만 잘 하면 되는 질환인가?
당원병은 혈당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산증'도 같이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당원병은 특정 효소의 문제로 포도당을 만들지 못한다. 그래도 우리 몸은 혈당이 떨어지면 당대사를 통해 포도당을 만드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1-인산 글루코스가 계속 쌓이게 되고 1-인산 글루코스의 당대사를 통해 어느 정도 에너지를 만들기는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세테이트(아세트산)가 쌓이면서 우리 몸에 산증이 발생한다.
사실 산증은 굉장히 큰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혈당이 떨어지는 상황만큼이나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산증이 지속될 때는 우리 몸의 세포가 계속 공격을 당하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때문에 산증이 매일 24시간 계속된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다 가능하다.
- 저혈당과 산증 등의 문제를 겪는 당원병 환아에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얼굴이 인형처럼 동그랗고 배는 빵빵한데 비해 팔다리는 굉장히 가늘다. 성장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에 키는 작다. 또 당원병은 대표적으로 간이 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저혈당이다. 저혈당이 생길 때 아이들은 울거나 근육통이나 근력 약화를 호소하고, 식은땀이 굉장히 많이 나고 심박수가 믾이 올라간다. 또 엄청난 식욕을 보이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심한 설사를 하기도 한다.
- 말 못 하는 어린 당원병 환아를 부모들이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원병 아이들은 분유를 먹은 뒤 1시간도 되지 않아 계속 달라고 보챈다. 배가 빵빵할 정도로 많이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30분 뒤에 또 달라고 운다. 또 혈당이 조절이 안 되면 산증이 오기 때문에 설사를 많이 한다. 아이가 많이 먹었는데 키는 안 크고 배는 빵빵하고 설사를 많이 하면 당원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독 잘 울고 땀을 많이 흘리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당원병을 유발한 효소가 조금 나오면 당원병을 놓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환자들이 당원병을 의심해볼 수 있는 경우라면?
사실 효소가 10% 정도만 나와도 당원병을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꽤 많다. 평소 이상하게 밥만 안 먹으면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이 건강검진을 했을 때 음식도 많이 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지방간이 심하고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많이 나오면 당원병을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 당원병 진단은 어떻게 하나?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혈당과 함께 간기능, 케톤(지방 분해 산물), 젖산 수치와 혈액 내 산성도 등을 파악해 당원병 가능성을 확인한다. 저혈당 증상이 있는데, 산증이 없으면 당원병 가능성은 굉장히 떨어진다. 또 당원병 환자들은 특징적으로 간이 커져 있다. 그래서 복부초음파로 간이 커져있는지 본다. 간 조직검사도 많이 한다. 간 조직검사를 통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당원병 타입을 어느 정도 특정할 수도 있다.
또한 당원병 타입은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에 따라서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보통 식사로 혈당이 유지되는 것은 2~3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식후 3시간 정도 지나면 간에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이 혈당을 올리게 되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근육이나 지방이 분해되면서 혈당을 만들게 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당원병 유형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당원병은 유전자검사로 확진하는데, 유전자검사는 100만원이 넘는 비싼 검사이기 때문에 당원병이라고 생각될 때만 한다. 요즘은 NGS검사(차세대 염기서열 유전자패널검사, Next Generation Sequencing)로 한 달, 늦어도 두 달 안에 당원병 원인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
- 당원병은 현재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옥수수전분이 치료제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혈당은 늘 똑같이 유지되지 않는다.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이 분비되고 혈당이 떨어지면 글루카곤이 분비되면서 혈당이 다시 오르는 것이 우리 몸의 혈당 조절 매커니즘이다. 그런데 당원병은 글루카곤이 분비되도 혈당이 만들어지지 않고, 오히려 글루카곤으로 인해 혈당이 더 떨어지면서 산증이 발생한다. 당원병은 혈당이 너무 떨어져서도 안 되고 혈당이 너무 높아서도 안 된다. 즉 혈당이 100㎎/dL 전후로 찰랑찰랑 거리게 해서 365일 24시간 유지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매일 30분마다 하루 48번씩 소량 음식을 먹으면 해결되지만, 밤새도록 먹을 수 없다. 때문에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옥수수전분이 당원병 환자에게 필요하다. 특히 당원병 환자는 조리하지 않은 형태의 옥수수전분을 먹어야 한다. 현미경으로 옥수수전분을 들여다보면 캡슐 형태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형태가 약해지면 그 안에 있는 성분들이 나오면서 혈당을 올린다. 이 캡슐을 약하게 만드는 게 대표적으로 열과 물이다. 그래서 가열되지 않은 옥수수전분을 찬물에 타서 일정 간격으로 먹게 한다.
- 당원병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옥수수전분은 따로 있다고 들었다.
옥수수전분은 아밀로스 형태와 아밀로펙틴 형태가 있다. 분자 구조를 봤을 때 아밀로펙틴이 좀 더 복잡하기 때문에 혈당이 덜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효소 반응이 일어났을 때 아밀로펙틴은 여러 개가 한 번에 으깨지면서 혈당을 더 빨리 올릴 수 있다. 이에 반해 아밀로스는 한 번에 하나밖에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아밀로스가 더 많을수록 혈당이 덜 오르게 된다.
실제 여러 논문에서도 아밀로스 함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혈당이 덜 오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당원병 환자의 혈당은 천천히 올라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아밀로스'를 27% 함유한 옥수수전분을 조리하지 않고 먹는 게 추천된다.
- 옥수수전분을 어떻게 먹어야 당원병 환자들이 혈당을 100㎎/dL 전후로 꾸준히 유지할 수 있나.
현재까지 모든 당원병 환우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은 없다. 과거에 의학교과서에 나온 공식이 있는데, 사실 그 같은 방법으로 옥수수전분을 주면 아이들이 커나갈수록 과도하게 당이 들어간다. 또 일정하게 옥수수전분을 주는 것만으로 혈당관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식사를 얼마나 하고, 활동량이 얼마나 되고, 지금 성장기인지 성장이 끝났는지 등 혈당에 관여하는 모든 것들에 맞춰서 옥수수전분의 양을 조정해야 한다.
이런 여러 변수를 반영해야 하는 까닭에 현재 카카오 플러스 채널을 통해 환자들과 24시간 상담하면서 증상과 혈당, 키, 체중, 활동량 등을 봐서 옥수수전분의 양을 조절하고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연구를 통해 당원병 환자 맞춤형 혈당관리프로토콜을 지금 개발 중이다. 단순 공식으로 옥수수전분 섭취량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딥러닝 방식으로 제시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연구 중이다.
또 딥러닝을 통해 30분, 1시간 뒤에 당원병 환자의 혈당을 예측해 환자에게 알맞은 전분의 양을 제시해주는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도 연구하고 있다. 또 당원병 환자의 혈당 체크 뒤, 현재 섭취하는 옥수수전분 용량이 많은지, 적은지, 적당한지를 제시해주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에 있다. 최근 이 프로그램의 정확도는 83%까지 올라왔다.
- 일반적인 대학병원의 진료 방식과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당원병 환자들을 치료·관리하고 있다.
당원병 환자에게 이 같이 필요량에 맞춰 옥수수전분 섭취량을 조절하면 환자들의 상태가 확실히 좋아지는 까닭이다. 처음에 병원에 왔을 때는 키성장이 하위 3~5%였는데, 이같은 방식으로 조절해 50~60%로 키가 큰 환아가 있다. 또 처음 진료를 했을 때 중성지방 수치가 1,900mg/dL(정상 수치 150mg/dL 미만) 정도였던 당원병 환자가 일주일만에 380대까지 떨어졌고, 최근에 왔을 때는 130대로 정상 수치가 됐다. 또 소변에서 단백뇨가 나오던 당원병 환자도 혈당 조절을 했더니 단백뇨가 없어졌다.
당원병은 혈당 관리가 안 되면 성장장애가 생기고 간과 심장, 신장이 비대해지면서 문제가 생겨 간기능 수치가 올라가고 단백뇨 등이 나온다. 간에 혹이 생기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혈당 관리가 잘 되면 간, 심장, 신장이 비대해지지 않고, 간에 혹도 생기지 않으며, 성장과 발달에도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뇌발달이 만 4~5세 쯤이면 성인의 80~90%까지 완성되는데, 이때 혈당 조절이 잘 된 경우에는 뇌발달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간이 비대되거나 심장이 두꺼워지는 장기 이상의 문제도 나타나지 않으며, 이미 간이나 심장, 신장 등에 문제가 있는 당원병 환우도 혈당 조절만 잘 해주면 이 문제들이 개선된다. 또 간에 생긴 혹의 일부는 악성암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실제 국내 당원병 환자 연구논문에 따르면 약 70명의 당원병 환자 중 60~70%에 간에 혹이 있고, 4명은 간의 혹이 악성암으로 진행됐으며, 이로 인해 2명은 사망했다. 그러나 현재 진료 중인 당원병 환자 110여명 중 간에 혹이 있는 환자는 6명에 불과하다. 원래 10명의 환자에게 간에 혹이 있었는데, 혈당 관리를 통해 4명은 간의 혹이 사라졌다.
- 당원병 환자의 혈당은 100㎎/dL 언저리가 좋다고 했는데, 정상 혈당 범위는 사실 이보다 넓다. 혈당이 90㎎/dL로 나오면 옥수수전분을 더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만약 당원병 환자에게 복통이나 설사 등 증상이 있다면 옥수수전분을 더 먹어서 혈당을 올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일시적인 것일 수 있으니 지켜보는 것이 좋다.
- 당원병 환자는 정기적으로 1박 2일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몸의 필요량에 따라 옥수수전분 등의 양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환자일수록 혈당 조절이 잘 된다. 성인 당원병의 경우에는 우리 몸에서 필요한 당의 요구량이 거의 정해져 있으니 한 번 정하면 계속 가도 아주 큰 문제는 없는데, 성장기 아이들은 계속 요구량이 늘어난다. 몸의 필요량을 맞춰도 몇 달 지나면 부족해진다. 그때 저혈당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입원해 키, 체중, 혈당 등 여러 수치들을 체크하고, 그에 맞춰 필요한 옥수수전분 등의 용량을 선제적으로 조절해주면 좋다.
성장 속도가 빠른 사춘기 당원병 환자는 3개월마다 입원치료를 권한다. 또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해 언제든 진료하는 환자들의 데이터를 볼 수 있는데, 키가 너무 안 크거나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면 입원치료를 권하기도 한다. 성인의 경우도 1년에 적어도 2번은 1박 2일 입원치료를 권한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몸의 요구량이 줄어 조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또 간에 생긴 혹이 악성암으로 바뀌었는지, 비대해진 간, 심장, 신장 등의 상태는 어떤지 등 초음파검사 등으로 체크할 것들이 있다.
- 당원병 신약 개발 소식도 있나?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치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원인 유전자 변이에 대한 정상 유전자를 주입해 치료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데, 성능은 꽤 괜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완치 개념은 아니고, 당원병 환자들이 조금 더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직 결과가 모두 오픈되지 않았지만, 유전자치료를 통해 전분의 양을 30~50% 줄인 환자도 있고, 또 전분을 아예 안 먹어도 관리되는 당원병 환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유전자치료만 믿으면 안 된다. 당원병 환자가 혈당을 잘 관리하는 환경을 꾸준히 유지해줘야 한다.
- 당원병 환자가 혈당을 관리하는데 어려운 환경요인이 있나?
당원병 환자는 하루 수 번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1형 당뇨병에는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혈당 측정 관련 지원(혈당측정기, 혈당스틱 등)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케톤형 환우는 케톤 수치도 같이 측정해야 하는데, 케톤을 측정하는 '케톤스틱'은 아예 신경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케톤스틱은 하나 당 3,000원이다. 10개면 3만원이다. 너무 비싸서 해외에서 직구하는데 100개에 9만원으로 한 번 측정하는데 900원이 든다. 이런 부분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 케톤형일 때 케톤 수치를 혈당과 같이 측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이 분해될 때 나오는 '케톤' 수치를 혈당 수치와 같이 봐야 '케톤형 당원병 환자가 탄수화물을 얼마나 제한을 잘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까닭이다.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이 공급이 안 됐을 때, 단백질이 몸에서 분해돼 혈당을 만들고 그 다음에 지방이 분해돼 혈당을 만든다. 케톤형은 혈당이 떨어질 때 단백질에 이어 지방을 분해해 당을 만들 수 있어 혈당만 보면 혈당관리가 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혈당과 케톤 수치를 같이 봐야 진짜 혈당 관리가 잘 되는지 알 수 있다.
- 하루 6번 혈당을 체크하는 당원병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당원병 환아가 1형 당뇨병 환아보다 더 혈당을 자주 체크하는 이유가 있나?.
거의 대부분의 당원병 환자가 히루 6번 보다 많이 혈당 체크를 한다. 1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데이터가 많이 쌓여서 혈당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인슐린 과다하게 주입되지 않은 이상 혈당이 뚝 떨어지지도 않는다. '당'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원병은 당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혈당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주룩 떨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혈당을 더 자주 체크해야 한다. 그래서 당원병 환자들의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는다.
요즘은 연속혈당측정기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지만, 10만원에 2주밖에 못 쓴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가정은 연속혈당측정기를 계속 쓸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당원병 환우의 진료 초반과 혈당이 잡히지 않을 때 혈당 체크를 좀 많이 하고, 어느 정도 혈당이 잡히면 1주나 2주에 한 번씩 쭉 혈당을 체크하든지, 문제가 있는 시간 구간만 하든지 해서 혈당 체크를 하고 있다. 적어도 1형 당뇨병의 혈당 측정 관련 정부 지원만큼이라도 당원병 환우들에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 당원병 환자들은 저혈당도 문제지만, 혈당이 높아서도 안 되기 때문에 평소 식사량이나 먹는 음식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을 것 같다. 식단관리에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너무 많은 인슐린을 분비시키지 않을 정도의 탄수화물을 적절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 탄수화물은 제한하지만, 단백질과 지방은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다.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밥량은 성인 숟가락으로 세 숟가락이 최대이지만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해주고 야채 같은 충분히 먹게 하면 혈당이 높지 않게 살짝 오른다. 이 상황에서 옥수수전분을 먹게 되면 꾸준하게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환아는 오히려 탄수화물을 너무 안 먹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당원병은 탄수화물을 적절히 먹어야 하는 병인데, 그 용량조차 안 먹는 것이다. 또 음료수, 아이스크림, 초콜릿, 사탕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음식은 당원병 환자들도 조금씩은 다 먹어도 된다. 당원병 아이들에게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제한해서 또래들이 먹는 음식을 아예 못 먹게 하면 오히려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다. 제외해야 할 음식을 빼고는 조금씩 먹어도 된다.
- 식단관리 외에 병을 관리하는 팁이 있다면?
운동을 하면 좋다. 다만 한번에 너무 많은 운동을 하면 혈당이 떨어지면서 산증이 발생해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원병 환아에게 제일 좋은 운동은 줄넘기, 사이클 등과 같이 짧게 자주 하는 운동이다. 줄넘기는 하다가 발에 걸리기 때문에 20~30개 하고 잠시 멈췄다 다시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좋다. 이외에 걷기, 수영, 태권도,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운동을 해도 되는데, 운동 뒤 혈당이 떨어지면 운동 전에 섭취하는 옥수수전분 양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같은 태권도도 대충하는 아이가 있고, 굉장히 열심히 하는 아이가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얼마나 더 옥수수전분을 늘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운동을 끝낸 뒤 아이의 혈당을 보면서 옥수수전분 양을 조절하면 된다. 또 당원병 아이들은 키즈카페 같은 곳에서 논 다음 혈당이 뚝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키즈카페를 다녀온 뒤에는 혈당 체크를 꼭 해봤으면 좋겠다. 그때 혈당이 낮았으면 그 다음에 키즈카페 갈 때 옥수수전분 양을 조금 늘려서 먹고 놀게 한 뒤 또 체크하는 방식으로 조절하면 된다.
- 당원병 환자가 주의해야 할 약이나 상황이 있다면?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가라앉혀주고, 알러지 증상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당원병 환자들은 혈당을 못 만들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쓰면 쓸수록 산증이 심해지면서 여러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스테로이드는 당원병 환자에게 대표적 금기약물이다. 감기약 등으로 처방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 어쩔 수 없는 응급상황에서 쓰는 약제인 에피네프린 같은 약물도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산증을 유발할 수 있다. 에피네프린을 써야 되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약을 쓰되 '산증'을 염두해둬야 한다. 또 당원병 환자는 6시간 넘게 코피가 나는 증상으로 응급실에 많이 가는데, 이때 흔히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금식하라고 한다. 그런데 저혈당이 되면 산증이 발생하고, 산증은 혈소판이 서로 응집되는 것을 방해해서 코피가 안 멈추고 계속 나게 한다. 당이 들어간 수액주사를 맞으면 혈당이 오르고 산증이 교정이 되면서 코피가 멈출 수 있다.
- 당원병은 유전성희귀질환이다. 부모에게 둘째 계획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밝혀진 대부분의 당원병 관련 유전자가 상염색체열성유전을 하기 때문에 둘째에게 당원병이 생길 확률이 4분의 1이다. 이 때문에 둘째를 갖는 것을 좀 주저하는 부부도 있다. 당원병을 임신 초기에 가려내는 것도 현재는 어렵다. 아이의 유전자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데, 임신 초기에는 아직까지 어려운 까닭이다.
- 마지막으로 당원병 환자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원병은 복합적인 환경이 다 관여하기 때문에 참 관리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그래서 도움이 많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요할 때 언제든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면 도움을 드릴 수 있다. 연락하기 미안해서 도움이 필요한데도 연락을 못 하는 환자와 가족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24시간 언제든 편하게 연락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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