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병원 김영철 교수에게 듣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EGFR, 비소세포폐암 중 가장 흔해…한국인 등 아시아인서 많아
전면 EAP 후 빠르게 확대되는 렉라자…“MARIPOSA 연구 주목”
폐암은 5년 상대생존율이 36.8%에 불과한 치명적인 암이다. 폐에는 감각신경이 없어서 암 초기에 증상 인지가 어려워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 진단되기 때문에 예후가 좋지 않다. 특히 전체 폐암의 85%에 달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유전자 변이로 폐암이 발생하는 비율이 30~40%에 달한다. EGFR 변이는 유전적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GFR 변이를 표적한 항암제가 주목되는 이유다.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국내에서 허가받은 표적항암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있다. 이 약제들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쓰이는 3세대 치료제로 1세대 혹은 2세대 표적치료제 사용 후 내성이 생겼을 때 사용돼 왔다.
최근 타그리소와 렉라자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두 약제 모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 약가협상 및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통과만을 남겨놓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3상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 올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확대 허가된 유한양행 렉라자는 1차 치료제 승인과 더불어 폐암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무상 공급하는 조기 무상 공급 프로그램(EAP)을 시행하고 있어 최신 표적치료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를 만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현황 및 렉라자의 EAP 전면 시행에 따른 처방변화, 폐암 예방법 등에 대해 들었다.
- 폐암 1차 치료에 3세대 표적치료제인 렉라자를 쓸 수 있도록 허가되는 등 최근 들어 폐암 치료 환경에 변화가 일고 있다. 다른 암종에 비해 생존율이 낮은 폐암 환자를 치료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치료환경 변화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3세대 표적치료제를 1차에 사용하는 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폐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내과 의사들에게는 약이 많은 게 어떻게 보면 재산이기 때문에 무기 종류가 많아졌다는 의미에서 분명히 반가운 일이다.
특히 렉라자는 LASER301 임상을 바탕으로 예후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L858R 치환 돌연변이(L858R) 환자군에서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LASER301 임상의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데이터 발표에 따라 처방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 EGFR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3세대 타그리소와 함께 렉라자가 약평위를 통과, 건강보험 급여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렉라자의 경우 조기 무상 공급 프로그램(EAP)을 급여 전까지 모든 환자들에게 시행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렉라자가 등장하기 전 타그리소라는 치료 옵션이 있었지만 비급여기 때문에 활발하게 사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지방 특성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3세대 표적치료제보다 부작용이 더 있고 효과 유지기간이 좀 더 짧지만 보험급여가 되는 1,2세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유한양행이 렉라자에 대해 전면 EAP를 시행하면서부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한달 사이 크게 늘었다. 환자들에게는 다양한 옵션을 설명해주고 선택하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비용부담이 없다보니 많은 환자들이 렉라자를 선택하게 된다.
- 효과 좋은 신약들이 나오면서 1차부터 사용 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1차 급여 확대도 같은 경우다. 이에 대한 견해는.
장단점이 있다. 3세대 약을 1차로 썼을 때 좋은 점은 1세대, 2세대보다는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3세대 약들은 부작용이 적다. 1세대, 2세대 약을 쓰면 제일 많은 부작용이 설사다. 설사, 피부 발진, 손발톱 주위 염증 등으로 약 먹는 내내 환자들이 힘들어한다. 그런데 3세대 약들은 그런 부작용이 아주 적다.
3세대 약을 바로 쓰게 됐을 때 단점은 그 약을 쓴 뒤 내성이 생겼을 때 급여로는 그 다음에 써볼 수 있는 약이 없다는 것이다. 내성이나 효과가 적어 3세대 약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면 급여로는 1세대나 2세대로 돌아갈 수 없다. 급여도 안 되고, 드물게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급여가 되기 위해서는 1, 2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고 나서 질병이 진행되고 내성 돌연변이가 나타나야만 3세대 사용이 가능한데 추천되지 않는다. 결국 그 때는 일반 세포독성항암제로 가야한다.
- 렉라자 1차 임상 결과와 비교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료 결과는 어떤가.
현재 EAP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 효과를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 그럼에도 표적치료제는 처방하면 종양 크기가 눈에 띄게 줄거나 환자들이 체감하는 증상 호전도 등의 반응이 한 두 달이면 금방 나타나는 편이기 때문에 곧 진료 현장에서도 렉라자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3세대는 1, 2세대 대비 효과 지속 기간도 길고 설사, 피부 발진 등의 부작용도 아주 적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도 원활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렉라자는 손발 저림, 타그리소는 심장 독성 등의 이상 반응을 주의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현재 렉라자는 손발 저림이 나타날 경우 용량을 조절하거나 신경통 약제를 함께 처방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리 중이다.
- 용량을 줄이면 항암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그럴 수 있다. 때문에 용량을 감량해도 효과가 유지된다는 데이터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현재 실험실 데이터만으로는 용량을 많이 줄이는 것은 권고되지 앟는다. 치료 경험이 축적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1차 치료에서 그동안 한국인 데이터가 없었는데 LASER301 임상에서 한국인 하위분석이 주목을 받았다. 결과를 공유한다면?
타그리소는 아시아인의 부분 분석에서 OS 데이터가 유효하지 않았던 것을 이유로 급여 진행과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렉라자는 LASER301 임상의 1/3 정도에 한국인이 포함돼 있고, 한국인 하위 분석 데이터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 환자들에게 처방하는데 유의미한 근거가 되고 있다.
- EGFR 표적치료제는 병용요법 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공개될 MARIPOSA 임상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MARIPOSA 임상은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구체적인 임상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탑라인(top line) 발표에서는 긍정적으로 발표됐다. 구체적 임상 결과에 따라 향후 진료 현장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표적치료제-표적치료제 조합이기 때문에 효과는 더욱 좋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추후 결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처음부터 병용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폐암 환자를 보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보통의 항암제가 30%의 효과를 기대한다면 표적항암제는 70% 효과를 기대하고 쓴다. 3세대 약은 80% 가까이 효과가 기대되는데 그렇다면 20% 넘게는 처음부터 안 듣는 환자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 환자들은 일반 항암제로 바꿔가야 하는데 그 과정이 보통 힘든 게 아니라서 20%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크게 좌절하기도 한다. 그런 환자를 볼 때 우리 의사들도 힘들다.
-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을 맡았을 때 폐암 예방에 대해 많이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폐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폐암은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과거 폐암의 주요 발병 원인의 90%는 흡연이었다. 지금은 64%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남성 폐암에서는 여전히 흡연이 주요한 발병 원인이다. 즉 아직, 금연이 최우선의 예방법이며 간접흡연, 미세먼지, 매연 등도 가능한 원인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정기적인 폐암 검진으로 가능한 한 빨리 진단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가에서도 폐암 검진을 지원하고 있는데 다만 비흡연자는 대상이 아니다. 현재 혈액 등의 바이오마커를 이용하여 폐암 검진 대상자를 선별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니 앞으로 검진 대상자가 점차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거 4기 폐암의 경우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는데 이제는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항암치료제들이 개발돼 치료 환경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상태로 폐암이 진단됐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기를 권한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지만, 수도권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장거리를 왕복하며 불필요한 고생을 하시는 환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암을 비롯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진료를 지역 거점 상급종합병원에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난치병인 암을 진료하는 상급병원의 의료진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표준 치료법을 적용하여 진료하고 있고, 특정 병원에서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의 환자라면 담당의사가 타 병원으로 의뢰하여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지역 병원을 마다하고 수도권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물리적, 경제적 부담으로 힘든 상황이 되어서 다시 지역 병원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어 매우 안타깝다.
과거에 비하여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되고 있지만, 4기 폐암은 치료 효과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난치병이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들이 매우 활발하다. 따라서 기존 치료법보다 더 좋은 효과가 기대되는 연구들의 대상이 된다면 적극 참여를 고민해 보시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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