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독감 증상 비슷하나 원인‧치료 달라…항생제 오남용 치명적
# 직장인 김모(38) 씨는 최근까지 여름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 기침‧콧물 등 감기 증상이 생겼다. 푹 쉬면 괜찮을 것으로 기대하고 주말 집에서 쉬었다. 하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김 씨는 일이 바빠 병원 갈 시간이 나지 않아 작년 겨울 집 근처 병원에서 독감 치료로 처방받고 남은 약을 찾아 복용했다.
약을 먹어도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김 씨는 뒤늦게 근처 병원을 찾아 감기 진단을 받았다. 감기약을 처방받은 김 씨는 증상이 비슷해도 진단이 다를 수 있어 오래된 약을 복용하면 안 된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다. 김 씨는 남은 약을 약국에 비치된 전용수거함에 버렸다.
올가을 감기‧독감 환자 예년 평균에 2.2배
완연한 가을 날씨다. 아침 출근길 옷깃을 여미고 차가운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을 만큼 날씨도 선선하다. 최근 기상청 예보를 보면, 내륙 대부분 지역의 아침 기온 5℃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낮 기온은 19∼24℃로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본격 가을 날씨와 큰 일교차로 감기‧독감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10월 첫째 주 기준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외래환자 1천 명 당 14.6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23.9∼2024.8 유행기준 외래환자 1천 명 당 6.5명과 비교하면 2.2배 수준이다.
감기 원인 90%는 바이러스…독감과 달라
겨울철 유행하는 감기의 90%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인후염과 기관지염‧폐렴처럼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면 감기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 감기 주요 증상 가운데 다른 증상 없이 몸에서 열이 나는 경우 세균 감염 위험이 낮아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비해 맑은 콧물이 아닌 엷은 갈색의 화농성 콧물이 보인다면 세균성 부비동염이 의심되는 만큼 항생제를 써야 한다.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 기침은 항생제가 필요 없지만 마이코플라즈마와 클라미디아‧백일해 등의 감염이 의심되면 항생제가 필요하다.
항생제 세균 감염 치료약…용량‧용법‧기간 반드시 지켜야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증상에 따라 적절한 기간‧용량‧용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항생제 처방은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감기와 독감이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복용하면 오히려 약제 내성이 생겨 주의해야 한다.
항생제를 처방받았다면 의료진이 지시한 기간‧용량‧용법을 지켜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몸속에는 세균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증상이 비슷하다고 다른 사람과 약을 나눠먹는 것도 금물이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한 약은 처방된 일수까지만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국에서 약을 분쇄하거나 봉지에 담을 때 온도‧습도 등 보관 환경이 달라지는 만큼 복용하고 남은 약은 버린다. 약을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슈퍼박테리아 등 내성균 전파로 식생활을 위협받을 수 있어 약국‧보건소 등에 비치된 지정수거함을 이용해야 한다.
대동병원 호흡기내과 심은희 과장은 “간혹 항생제를 먹어야 효과가 좋다거나 항생제를 소화제처럼 가볍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 적절하게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라며 “세균 감염이 원인이 아니라면 효과가 없을뿐더러 항생제 오남용으로 내성이 생겨 항생제가 필요한 순간 약효가 떨어지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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