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김현회 교수에게 듣는 '전립선암 수술'
전립선암, 천천히 자라는 '선암' 압도적으로 많아
국내 PSA검사 활성화…전립선암 완치율 95%↑
작은 크기 선암일 때는 치료 안 하고 '능동 감시'
전립선암, 증상 없어…'전립선 증상' 시 검진 필요
로봇수술로 90% 이상 치료…중입자치료도 도입

전립선암은 선진국 남성에게 가장 많이 생기는 암이다. 국내는 남성 다발암 3위에 랭크돼 있지만, 1위로 올라설 날이 머지 않았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립선암은 대장암을 누르고 다발 남성암 3위로 올라섰다. 1·2위인 폐암·위암의 국내 발생 그래프가 아래로 향하고 있다면 3위 전립선암은 위로 향하고 있다. 전립선암이 국내 다발 남성암 1위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 문제가 된 것이다. 

선진국에서 전립선암이 급증하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수명 증가다. 전립선암의 특징과 이같은 인구학적 특성이 더해져서 전립선암은 다른 암과 조금 다른 치료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보통 암은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치료가 우선되지만 전립선암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정기적으로 관찰하면서 문제가 될 때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갑상선암 치료와 비슷한 면이 '일부' 존재하는 것이다. 

대체 전립선암의 어떤 특징 때문에 일부 전립선암에 '적극적 감시'라는 접근법이 이뤄지는지, 전립선암이 정말 문제가 됐을 때 현재 어떤 치료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비뇨기암 수술 명의로 꼽히는 명지병원 전립선암·신장암센터장 김현회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김현회 교수는 올해 3원 명지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서울대병원에서 오랫동안 전립선암, 신장암 등 비뇨기암 환자들을 진료해왔다. 

김현회 교수. 사진 제공=명지병원
김현회 교수. 사진 제공=명지병원

- 전립선암은 2020년 한 해 1만6,815만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 남성암 3위로 알려진 암으로 최근 20년 사이 증가세도 뚜렷하다. 2000년에는 10만명 당 발생률이 20명이 안 됐는데, 2020년에는 80여명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국내에서도 전립선암이 남성 1위 암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전망하는가? 

다들 그렇게 전망하는데,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암이 국내 사망률 1위가 되니까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금연과 탄 음식을 먹지 않는 등의 식생활 개선 캠페인 등 다각적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암이 사망률 1위다. 전체 암 발생률을 보면 줄고 있고 실제 국내 주요 암인 폐암, 위암, 대장암 등은 줄고 있지만 전립선암은 계속 늘고 있다. 

한쪽은 줄고 전립선암은 늘고 있으니 당연히 전립선암이 남성 1위 암이 될 것이다. 현재 2위인 위암 발생률과 전립선암 발생률을 보면 얼마 차이가 안 난다. 전립선암과 위암 발생률은 금방 뒤집어질 것이다. 1위인 폐암하고도 얼마 차이가 안 난다. 인구 10만명 당 발생률을 따지면 실제 간격 차이가 크지 않아서 이것도 금방 뒤집어질 것으로 본다. 유럽이나 미국은 진작에 뒤집어졌다.   

- 이처럼 전립선암이 국내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요인은 고령화이다. 암마다 호발 연령에 특징이 있는데, 젊을 때 주로 생기는 백혈병과 달리 전립선암은 고령에 많이 생긴다. 전립선암은 나이가 올라가면서 발병률이 쭉쭉 올라간다. 예전에 전립선암 진단 전에 돌아가실 걸 지금은 오래 사니까 죽기 전에 발견한다. 그 다음 요인이 서구적 식생활이다. 과거에는 생일날 한 번 먹을 고기를 식생활이 좋아지면서 이전보다 많이 섭취하게 됐고, 비만율도 높아졌다.

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전립선암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스크리닝검사인 전립선 특이항원(PSA, Prostate Specific Antigen) 검사를 하는 남성이 늘어 조기 발견이 많이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립선암 생존율이 엄청 올랐다(전립선암 환자 5년 생존율 1993~1995년 59.1%, 2001~2005년 81.0%, 2016~2020년 95.2%, 국가암등록통계 자료). 20년 전만 해도 70~80%밖에 안 되던 게 95%까지 올라갔는데, 살릴 수 있는 상태에서 진단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늘었다는 말이다. 

- 전립선암은 유전적 성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립선암에서 유전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또 가족력이 있는 건강한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 병력 가족 구성원이 있으면 가족 구성원의 발병 시점 기준 5년 전부터 검사하면 되나?

전립선암 환자 중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약 10%는 된다.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올라가는 것은 맞다. 또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조금 더 빨리 전립선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40세 이전에 전립선암이 생기는 경우는 극히 적다. 40세 이전에 전립선암이 생기는 경우는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 등과 같은 유전성 암으로 인한 것인데, 이런 비율이 전립선암에서는 극히 적다. 

현재 대한비뇨기종양학회에서는 일반인에게 50세로 넘어가면 1년에 한 번씩 PSA를 체크하라고 권하고,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으면 그것보다 조금 더 일찍 PSA 검사를 시작하라고 하고 있다. 

- 전립선암 중에는 치료를 하지 않고 능동 감시(Active surveillance)를 통해 병의 경과를 살펴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거의 모든 암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원칙인데,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일부 암의 경우 적극적으로 감시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치료에는 득과 실이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은 일반적으로 급격히 자라는 암이 아니라는 것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조심해야 되는 일부 전립선암(소세포암이나 신경내분비세포암, 전체 전립선암의 5% 미만)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립선암(선암, 전체 전립선암의 약 95%)은 아주 천천히 자란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고령화가 되면서 전립선암이 굉장히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 '노환'으로 사망한 사람을 부검해 전립선을 떼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발견 전립선암이 굉장히 많다. 즉, 이것은 전립선암은 나이하고 비례해 나타나는 것이라는 의미다. 때문에 굳이 찾지 않아도 되는 전립선암을 찾는데 대한 반성이 있었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순한 놈인지 아닌지에 관여하는 게 몇 가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조직검사를 해서 암이라고 확인돼도 암의 악성도도 낮고. 암도 굉장히 조금이면 문제가 생기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근데 전립선암 환자가 앞으로 여명이 10년밖에 안 남았다면 '치료하지 않고 둬도' 100살까지 잘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나온 개념이 '능동 감시'다. 그냥 내버려 둔다는 게 아니고, 계속해서 전립선암을 모니터링한다는 개념이다. 

능동 감시는 처음 전립선암이 발견될 때는 악성도도 그렇게 지독하지 않았는데 혹시 지독하게 변하는지, 양이 늘어나는지 등을 확인해서 위험도가 높아지면 치료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능동 감시 전립선암 환자의 약 30~40%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지만, 그 외의 환자는 치료를 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 

-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고 하는데, 조기 발견을 위해 전립선암의 증상이라고 할 만한 것을 제시한다면?

'전립선암은 증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쉽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립선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어서 누구나 그것으로 인한 다양한 배뇨 증상이라는 게 온다. 노화로 인해 정맥이 튀어나오고 발기가 안 되는 등의 다양한 전립선 증상도 겪는다. 이럴 때는 전립선에 문제가 있나보다 생각하고, 비뇨기과에 가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제일 쉽다. 그래야 전립선암도 빨리 발견할 수 있다. 

김현회 교수. 사진 제공=명지병원
김현회 교수. 사진 제공=명지병원

- 전립선암은 20년 사이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올라갔는데, 조기 발견이 잘 되는 것 이외에 생존율 증가를 설명하는 다른 요인은 없나?

진행된 전립선암에 대한 치료가 많이 발전했다. 호르몬치료와 항암치료들이 새로 개발돼 많이 나오면서 진행된 암을 컨트롤하는 것도 나아졌다. 또 수술 경험이 축적되면서 점점 더 수술할 수 있는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예전에는 전립선 내에 국한된 전립선암만 수술했다면 이제는 전립선 주변의 임파선까지 조금 퍼져나간 것을 수술해도 치료 성적이 꽤 좋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수술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수술보다 방사선치료를 하거나 수술과 방사선치료 중 무엇을 할지 사려 깊은 결정이 필요했었다. 

- 그간 전립선암 수술에서의 진보를 무엇으로 보는가?

전립선암 수술은 로봇수술 도입 전에는 굉장히 어렵고 골치가 아팠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전립선암 수술을 90% 이상 로봇수술로 한다. 로봇수술이 도입된 뒤 수술로 할 수 있는 암 컨트롤은 꽉 채운 상태다. 또 수술 합병증을 줄이는 것도 로봇수술로 거의 꽉 찰만큼 진보했다. 

- 최근에는 중입자치료까지 국내 도입됐는데, 로봇수술보다 중입자치료를 권유하는 환자도 있나?

중입자치료는 방사선치료로 타깃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치료 합병증을 줄이는 쪽으로 상당히 장점이 많다는 이야기다. 수술을 받을 전신 상태가 안 되거나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환자는 양성자치료, 중입자치료가 좋은 대안이 되는 치료법이다.

- 전립선암 중 진행성 전립선암에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를 통해 정밀의료가 연구를 통해 시도되고 있는데, 이것이 앞으로 전립선암 수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

이런 의료기술이 임상현장에 들어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되지 않나 생각하지만, 미리 전립선암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프로파일을 알게 되면 외과의사의 일이 달라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한다. 특정 유전자가 지난 암의 특성이나 위험성 등을 미리 알게 되면 수술 전 '어디를 어떻게 수술해야 되겠다', '범위를 어떻게 넓혀 수술해야 되겠다' 등의 수술 계획을 짤 수 있다. 또 수술하고 난 다음 환자의 예후 예측 틀이 현재는 PSA밖에 없는데 다른 툴이 생긴다는 얘기니까 도움이 될 것이다. 

유전학이 굉장히 발전하면서 요즘은 시퀀싱(생물체의 모든 유전자 또는 DNA 집합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나열한 것)하는 게 굉장히 쉬운 일이 됐다. 전립선암은 (척추) 전이 시 (척수를 눌러) 마비로 인한 합병증이 많다. 때문에 마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많이 이뤄지는데, 암 여부를 미리 분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는 게 되니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조직검사를 위해 떼어내는 암세포의 양도 줄일 수 있고, 언젠가는 바늘을 찔러서 암 조직을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피검사로 전립선암 검사를 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립선암 치료 방향이 발전할 것으로 생각되나?

여러 암에서도 시도되지만 수술 안 해도 진단과 동시에 그냥 치료하는 기술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암이 갖고 있는 분자에 형광물질을 붙이면 반짝반짝하게 보이는 기술이 있는데, 거기에 미사일과 같은 항암제를 갖다 붙여서 치료하는 기술이나 PSMA(전립선암에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를 타깃한 치료법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 전립선암은 재발율이 높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이고 현재 어떻게 재발 체크를 하는지도 궁금하다. 

전립선암 병기(스테이지)마다 다르지만 3분의 1 정도의 전립선암 환자에게 암이 재발된다. 현재는 PSA가 가장 민감한 검사여서 재발을 조기 확인하기 위해 PSA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PSA에서 문제가 있으면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식으로 정기검진이 이뤄지고 있다. 수술을 끝낸 뒤에는 PSA 검사만 계속 체크하면 된다.  

- 로봇수술 도입으로 전립선암 수술 합병증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요실금, 발기부전 등이 흔한 것으로 안다. 

로봇수술로 많이 줄었지만 수술 합병증이 0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나이들면 가만히 있어도 이같은 문제가 생긴다. 나이로 인해 시원찮아지는 것이 전립선암 수술로 조금 더 심해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전립선암 수술 뒤 1년 정도 지나도 5~10% 정도는 요실금이 남고, 그 중 1~2% 정도는 그것 때문에 다른 의학적 조치를 해야 된다는 것이 통상적인 이해다. 

또 발기부전은 전립선암 수술 시 신경과 혈관을 다 보존해도 원위치로 가지 않는다. 수술하기 전 상태까지만 가면 좋겠는데, 대략 70~80% 가면 굉장히 좋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당연히 수술 범위에 따라 발기부전의 위험도도 달라진다. 현재 전립선암 수술은 암 컨트롤과 합병증을 줄이는 이 두 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 전립선암 수술 환자가 귀가 뒤 꼭 병원에 가야 하는 응급 상황이 있는지?

수술 뒤 지연 합병증으로 출혈이나 임파액 등이 고여서 열이 나거나 배가 아프거나 하는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임파선을 뗄 경우에 임파액이 좀 많이 생긴다. 이때는 병원에 와서 바늘로 찔러서 임파액을 빼내는 등의 처치를 하면 된다.  

- 수술 후 추천하는 건강관리 방법이 있다면?

즐겁게, 편하게 보통 사람하고 똑같이 지내면 된다. 돼지고기, 닭고기 등 아무것도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

- 전립선암 수술 환자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립선암 진단 뒤 환자와 가족들이 처음 진료실에 올 때 보면 대부분 아주 놀라 있다. 암 진단으로 당황스럽고 불안하겠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큰 일 난 것이 아니라 조금 귀찮은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전립선암은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 때문에 그 선상의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의료진과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팩트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이상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해서 정확한 정보에 따라 치료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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