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에게 듣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
운동신경질환 중 진행 속도 제일 빠르고 예후도 가장 좋지 않아
최근 치매 등과 연관성 확인…운동신경원 네트워크병으로 명명
유전자변이 없을 땐 50~60대·유전자변이 있으면 어릴 때 발병
원인 유전자 타깃한 치료제 개발 중…"치료 가능 환자 선별 중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은 1930년대 미국 뉴욕 양키즈의 유명 야구선수 루 게릭이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 병으로 사망하는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루게릭병으로 더 흔히 명명되는 희귀질환이다. 신경퇴행성질환인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망가지면서 근육을 위축시켜 몸을 굳게 만드는 수많은 '운동신경질환(운동신경원병)' 중 진행 속도가 제일 빠르며 예후도 가장 좋지 않다.
루게릭병은 아주 복잡한 질환이기도 하다. 뇌가 속한 '상부 운동신경세포'와 더불어 척수 아래 '하부 운동신경세포'에도 문제가 생기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모두를 침범하는 유일무이한 신경퇴행성질환이어서 진단이 쉬울 것 같지만 문제가 초래된 운동신경 부위에 따라 서로 다른 증상이 나타나고 병의 진행 속도마저 달라 진단마저 녹록지 않다. 더구나 최근에는 치매와의 연관성도 확인되면서 '운동신경원 네트워크병'으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이같은 루게릭병에 대한 전문 진료 클리닉이 국내 최초로 생긴 곳은 한양대병원이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한양대병원 루게릭병클리닉은 루게릭병에 대한 폭 넓고 심도 깊은 연구에 더해 루게릭병 신약의 국내 도입에도 일조하는 등 국내 더 나은 루게릭병 진단·치료 환경을 만들어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 중심에 서있는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를 만나 루게릭병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루게릭병, 중추·말초 신경계 모두 침범 유일무이 '신경퇴행성질환'
- 루게릭병은 어떤 병인가?
루게릭병은 국내에서 연간 500명 정도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약 3,00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경퇴행성질환이다. 이 병은 운동신경원(운동신경세포, Motor Neuron)에 문제가 생기는 병인데, '운동신경원병'에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루게릭병은 제일 빠르게 진행하고 예후도 제일 안 좋다.
또 루게릭병은 뇌(대뇌 피질)의 운동신경중추에서부터 내려온 운동신경 다발이 망가진 '상위운동신경원병'과 척수 앞에 있는 척수운동신경부터 근육으로 이어지는 운동신경이 망가진 '하위운동신경원병'을 모두 동반한다. 신경퇴행성질환 중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동시에 침범하는 병은 루게릭병밖에 없다.
최근에는 많은 연구를 통해 루게릭병이 인지기능장애, 치매 등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운동신경원병이 아닌 '운동신경원 네크워크병'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예전엔 루게릭병이 운동신경원에만 선택적으로 침범한다고 여겨졌는데, 뇌에서 생기는 다른 퇴행성질환들과 복합적으로 온다는 점이 알려진 까닭이다.
실제 루게릭병 환자 중 인지기능장애가 동반된 환자가 약 40~50%에 이르고, 치매와 겹치는 환자도 약 5~10%는 된다. 나머지 약 40~50%도 인지기능과 연관된 병이 알려져 있다. 루게릭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치매도 특징적인데 전두엽, 측두엽이 망가지는 전두측두엽 치매가 그것이다. 주로 성격 변화나 행동장애를 초래하는 형태의 치매와 더 연관이 많은 것이다.
- 루게릭병 환자의 남녀 비율이 2대 1로 남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안다.
60~70세가 넘어가는 고령의 루게릭병 환자의 경우에는 남녀 비율이 1대 1로 같은데, 그 전까지는 남성과 여성 환자의 비율이 2대 1로 남성 환자 비율이 더 높다. 현재는 여성호르몬이 루게릭병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여성도 남성과 같은 비율로 루게릭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다.
- 루게릭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아직 잘 모른다. 일부 루게릭병 환자 중 병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전체 루게릭병 환자 중 5~1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유전자 변이로 인한 루게릭병 환자 비율도 외국에 비해 낮아서 5% 미만이라고 본다. 또 우리나라와 외국은 루게릭병에 흔한 유전자도 굉장히 다르다.
실제 유럽, 호주, 미국 등에 제일 흔한 루게릭병 원인 유전자 변이인 C9orf72가 우리나라 환자에게는 없다. 굉장히 드물게 한두 명에게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 모두 외국 혈통과 혈연관계가 있었다. SOD1, FUS 유전자 변이는 외국보다 우리나라 루게릭병 환자에게 많은데, 국내에는 SOD1 유전자 변이가 가장 많고 두 번째 많은 유전자 변이가 FUS이다.
그 다음이 ANXA11 유전자 변이인데, 이 변이는 우리가 발견해 보고하면서 동양권에 많은 변이로 현재 관심을 받고 있다. 이같은 유전자 돌연변이는 상염체 우성유전으로 50% 확률로 유전되는데, 부모에게 물려받지 않고 수정되거나 그 이후 단계에서 생긴 유전자 변이일 수도 있다.
ANXA11 유전자 변이는 전두엽치매와 겹치는 경우가 3분의 1 정도된다. 우리가 이 내용을 2020년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지(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해 ANXA11 유전자 변이가 치매와 연관된다는 것을 강조해 발표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유전자 변이 이외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루게릭병은 전체의 90~95% 정도인데, 이때는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돼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산화성 손상이 많이 돼 미토콘드리아나 세포를 구성하는 세포골격(cytoskeleton)에 문제가 생겼거나, 호르몬 이상, 글루탐산·납 같은 환경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복합해 복잡한 기전으로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복합 인자에 의해 발병하는 루게릭병의 고위험 직업군이 있는데, 대표적인 루게릭병 고위험 직업이 납 같은 중금속을 많이 다루는 직업과, 운동 중 육체적 피로도가 높고 헤딩으로 경미한 뇌손상에도 자주 노출되는 축구선수 등이다. 또 직업군인 가운데 육군 보병에게 루게릭병의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루게릭병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올 수도 있다. 글루탐산을 굉장히 많이 먹어도 루게릭병이 발병할 수 있는데, 실제 2차 세계대전 때 괌에서 일본군이 원주민의 모든 곡식을 다 쓸어가 원주민들이 박쥐들이 먹는 나무열매를 먹은 뒤 루게릭병이 갑작스럽게 수백 배 발생하는 일로 알려졌다.
그 나무열매에 글로탐산이 굉장히 많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항글루탐산 작용을 하는 뇌전증 약제로 개발된 리루텍(성분명 리루졸)을 루게릭병 약으로 연구해보자고 했고, 미약하나마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돼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루게릭병 약으로 승인되기도 했다.
- 루게릭병은 신경퇴행성질환이어서 나이가 많을 때 발병할 것 같지만, 루 게릭 선수처럼 젊은층에게도 나타나는 병으로 안다. 주로 어느 연령대에 발병하며, 진료한 루게릭병 환자 중 가장 어린 환자의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다.
루게릭병은 대부분 50~60대에 발병한다. 루게릭병 평균 발병 연령은 59.8세로 유전적 원인이 없는 국내 약 95%의 루게릭병 환자 대부분이 50~60대에 발병하는 산발형 루게릭병이다. 이제껏 진료한 환자 중 가장 어린 환자는 17세였는데, 이같이 젊은 환자에게 발병한 루게릭병은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
- 루게릭병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 모두에게 루게릭병이 생기나?
꼭 그렇지는 않다. 루게릭병 원인 유전자에 대한 카운터 파트를 맡을 '방어기제'가 우리 몸 안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루게릭병의 발병이 결정되는 것으로 현재는 추측한다. 루게릭병 원인 유전자가 독성을 일으키는 성분이라고 하면 이와 관련해 우리 몸 안에서 대항을 할 수 있는 게 진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면 루게릭병이 안 생길 수 있는 것이다.
- 루게릭병 환자에게 원인 유전자 파악을 위한 검사가 현재 이뤄지고 있나?
젊은 루게릭병 환자에게는 원인 유전자 변이를 찾으려고 실제 기를 쓰고 노력한다. 전 세계적으로 루게릭병 원인 유전자로 밝혀진 것들에 대해 먼저 유전자검사를 해보고, 그것이 없으면 모든 유전자를 다 검사해서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를 파악한다. 또 그 유전자 이상이 부모 등 가족에게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젊은 환자에게 아직 보고되지 않은 유전자가 발견되면 그 유전자를 갖고 가상 세포모델을 통해 병적인 문제를 일으키는지, 안 일으키는지 연구도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까지 50개가 넘은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국제적으로 그 유전자들을 공유해 고위험 유전자인지, 연관 유전자인지 등 등급을 정하는 과정도 거친다.
이같이 루게릭병 원인 유전자를 파악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다. 원인 유전자가 없는 산발형 루게릭병과 달리 원인 유전자가 있는 경우에는 치료제를 개발해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까닭이다. 현재 유전자를 타깃한 약물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어서 치료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를 찾아줄 수 있는 유전자검사가 굉장히 중요하다.
또 50~60대에 발병하는 루게릭병 환자도 유전자에 대해 방어기전을 계속하다가 어느 시점에 증상이 나타난 것일 수도 있는 까닭에 유전자검사는 모든 루게릭병 환자에게 다 하고 있다.
뇌졸중·디스크 등으로 흔히 오인…디스크 수술 뒤엔 병 더 악화돼
- 루게릭병은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의심해볼 수 있고, 어떻게 의료이용을 하길 권하나?
루게릭병은 근육이 위축되고 떨리면서 증상이 한 군데 머무르지 않고 다른 곳으로 파급되는 양상을 보이는 병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루게릭병이 강력히 의심될 때는 루게릭병에 경험이 많고 진단과 치료가 특화된 의료기관에 가는 것이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루게릭병이 아닌데, 루게릭병으로 오인하는 때가 있다면?
흔히 루게릭병으로 '오인하는 증상'이 근육이 떨리는 증상인데, 근육이 톡톡 튀는 것은 술·담배를 많이 하고 피곤할 때 흔히 나타날 수 있고, 이것만으로 루게릭병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또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이 마비되는 병이지 감각신경에 문제가 초래되는 병이 아니다. 감각이상이 있으면서 운동신경에 문제가 초래되면 디스크나 말초신경병 등 다른 병이지 루게릭병이 아니다.
- 루게릭병은 발병 2~5년 내 사망할 수도 있는 병이라고 하던데, 실제 어떤 경과를 보이나?
현재 루게리병 환자의 생존기간에 대한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루게릭병 발병 2~5년 내 사망한다는 말은 호흡기, 영양 등에 대한 아무런 정부 지원이 없을 때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환자 개인이 호흡기를 장만하기도 너무 힘든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병이 진행돼 환자가 호흡을 힘들어하면 호흡기를 달아주고 영양공급에 문제가 있으면 위루술 등을 해서 10년, 20년 살고 있는 환자들이 지금 있다. 합병증만 생기지 않으면 손발은 못 움직이더라도 눈을 깜빡깜빡하면서 가족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로 충분히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루게릭병 발병 뒤 호흡마비까지 진행돼 자가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시기는 3~5년이다. 처음에는 3분의 1의 환자가 말하거나 삼키는 증상부터 이상이 생긴다. 발음이 어눌하거나 먹는데 사레가 걸리는 증상들인데, 뇌간에서 나오는 뇌신경에도 운동신경이 있어서 그쪽 부위가 망가진 것으로 이때는 뇌졸중을 의심하고 처음 병원에 오기도 한다.
그 외 3분의 2가 척수신경이 망가지는 경우인데, 팔에서 루게릭병이 시작되는 경우가 3분의 1이고, 다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3분의 1이다. 손발에 힘이 없는 증상이 흔히 나타날 수 있고, 더 흔하게는 디스크로 오인할만한 증상들이 생긴다. 이런 까닭에 루게릭병 환자 중 디스크로 오인해 수술한 사람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다.
루게릭병은 증상이 굉장히 다양한데, 근육에 힘이 없고 쪼그라들거나 근육이 불뚝불뚝 튀는 증상이 손에서 시작돼 어깨까지 올라가서 팔을 못 움직이기도 하고, 어깨에서 증상이 시작돼 거꾸로 팔로 증상이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또 다리 쪽에도 이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같은 증상을 디스크로 인한 증상으로 알고 수술한 다음에는 루게릭병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루게릭병은 대개 한쪽에 나타났다가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는 방식으로 병이 진행되는데, 디스크 수술 전 한쪽 팔에만 문제가 있었던 환자가 반대쪽 팔까지 나빠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현재 국내 공식 허가된 루게릭병 치료법 5종…임상연구 활발
- 루게릭병 진단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실제 루게릭병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루게릭병은 디스크를 포함해 감별해야 할 병인들이 많다. 다른 여러 가지의 질환을 배제한 다음 맨 끝에 나오는 질환이 루게릭병이다. 환자에 따라 적게는 수십가지, 많게는 100가지 이상의 병을 배제한 다음 진단할 수 있다. 최소 3~6개월 정도는 환자의 증상을 잘 관찰하고, 가능하면 루게릭병의 모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진단을 내리지 않고 지켜본다.
운동신경원병 가운데 한쪽 팔에만 딱 머물고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는 병도 있는데다 현재는 루게릭병에 아주 좋은 치료제가 없는데, 사형 선고만큼이나 괴로운 병인 루게릭병 진단을 빨리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소 6개월까지는 기다려보는 편이고, 심지어 전신적인 증상이 다 나타날 때까지 1년 정도 기다려보자고 한 환자도 있었다.
루게릭병 진단을 위해서는 목, 허리, 뇌 MRI 촬영을 기본으로 하고, 암검사도 한다. 부수 종양증후군이라고 해서 암에서 나온 물질이 면역반응을 일으켜서 신경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는 까닭이다. 또 면역학적으로 내 몸을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생긴 것은 아니지 등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검사도 한다. 이를 통해 다른 질환들이 배제되면 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 등을 하면서 루게릭병 패턴을 보일 때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 루게릭병은 현재 글루탐산 농도를 낮춰 신경세포의 손상을 억제하는 기전의 '리루졸'과 운동신경을 산화스트레스를 완화시켜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기전의 '에다라본' 등이 정식 허가를 받은 치료제이며, 이외에 여러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줄기세포치료도 한양대병원 루게릭병클리닉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리루졸과 에다라본 외에 어떤 치료들이 루게릭병에 시도되고 있나?
줄기세포치료는 골수를 뽑아 줄기세포 배양을 한 다음에 뇌척수강에 투여하는 복잡한 방식의 치료법이고 치료 과정에 통증이 있지만, 에다라본 치료보다 효과가 좋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은 '줄기세포치료제'가 현재 이 치료에 쓰이고 있고, 이 치료는 우리나라에서만 돼 미국, 중동 등에서 루게릭병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우리 병원에 오고 있다.
논문을 통해 루게릭병의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연구 결과가 오픈되고 나서 외국에서 이 치료를 받기 위해 오는 환자들이 생긴 것인데, 이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2상 임상실험 결과가 2018년 11월 유럽신경과학회지의 '이 달의 최우수 논문'에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줄기세포치료제 3상 임상실험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고, 그 결과가 내년 후반쯤 나올 것으로 본다.
또 렐리브리오라는 투드카(TUDCA, 타우르소디올)와 나트륨 페닐부티레이트 복합제가 최근에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됐는데, 루게릭병의 여러 기전 가운데 미토콘드리아나 세포 외 물질에서 스트레스를 낮추면서 세포 사멸을 막아 루게릭병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제다. 문제는 약값이다. 렐리브리오는 세 달치 약값이 6,000만원이 넘는다. 현재는 루게릭병 환자 중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환자들에게 써보길 권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학회에서 렐리브리오 제조사인 아미릭스(Amylyx)가 국내 허가에 대한 문의를 우리 병원에 해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연계해 정식적인 통관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둬 현재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이 렐리브리오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있다. 이 약을 구하기 위해 외국을 다니는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둔 것이다.
뉴덱스타도 국내 허가된 치료법인데, 루게릭병을 위해 허가된 약은 아니다. 구음장애와 연하장애 루게릭병 환자에게 도움이 돼 쓴다. 현재는 리루졸, 에다라본, 줄기세포치료제, 렐리브리오, 뉴덱스타 5가지 치료를 해볼 수 있는 상황으로, 환자의 질병 상태와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어떤 치료 조합을 할지 결정한다. 20여년 전엔 리루졸밖에 없었는데 현재 임상연구로 치료법이 는 것이고 더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또 리루졸은 간독성이나 탈모 등의 부작용이 있어 루게릭병 환자의 30%는 이 약을 쓰지 못한다. 에다라본은 비싼 비급여 치료제여서 주로 실비보험이 있는 사람이 쓴다. 줄기세포치료제도 간염보균자이거나 얼마 전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들에게는 시도할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공인된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에게 우리 병원은 만성신부전 환자의 빈혈치료제인 에리트로포이에틴을 기부를 통해 무료로 주사한다.
에리트로포이에틴 주사는 루게릭병 치료 목적으로 식약처에서 공인받은 약제는 아니지만 항염증반응과 세포생존인자 증가 효과가 임상연구에서 확인돼 10년 넘게 우리 병원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에게 놔주고 있다. 에리트로포이에틴은 신경세포를 분화시키고 신경세포를 살리게 하는데 필요한 시그널인 EGFR과도 생긴 모습이 비슷한데, 이 물질은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신경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에리트로포이에틴 주사를 했을 때 엄청나게 근력이 좋아지지는 않지만, 한 번 맞으면 2~3주 활동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 루게릭병 환자들에게는 계속 놔주고 있다. 다만 헤모글로빈 수치가 베이스라인에서 15% 이상 올라간 환자는 에리트로포이에틴 주사를 놓을 수 없기 때문에, 혈액검사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한 달에 한 번 간격으로 주사 치료를 한다.
- 국내 도입돼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 루게릭병에 쓰이는 신약이 있나? 또 현재 루게릭병 신약 개발을 위한 어떤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나?
SOD1 유전자 변이에 대한 바이오젠의 유전자치료제 칼소디(성분명 토퍼센)가 지난해 미국에서 가속승인돼 쓰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허가되지 않았다. 다만 국내에도 임상시험 기회가 주워져서 8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SOD1 유전자 변이가 있지만 증상이 아직 없는 사람에게 피검사를 정기적으로 해 운동신경이 망가지는 지표가 올라가면 증상이 나오기 전 맞춤형유전자치료를 하는 방식이다.
또 아직 약 이름조차 없는 바이오젠의 FUS 유전자 변이에 대한 '유전자치료제' 임상연구를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 병원이 맡아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FUS 유전자 변이에 대한 유전자치료제 임상에 참여하기 위해 지금 중국에서 우리 병원을 찾는 2명의 루게릭병 환자가 있다. 이외에 우리 병원도 우리나라에 맞는 유전자를 타깃한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탐색하는 등 여러 임상연구를 하고 있다.
위루술 시기 늦으면 증상 악화 심화…시기 맞춰 치료를
- 앞으로 루게릭병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나?
맞춤형치료로 가는 것이 맞다. 원인 유전자가 있는 환자만이 아니라 산발형 루게릭병도 맞춤형치료로 가야 한다. 산발형 환자의 10%는 염증을 조절하는데 문제가 있는데, 이 환자들은 생물학적 지표를 이용해 맞춤형치료가 가능하다. 또 루게릭병 자체가 생기는 인자가 다양한데, 이들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봐서 초기, 중기, 말기 등의 시기에 맞춰 약 조합을 결정하는 맞춤형칵테일치료로 가야 한다고 본다.
- 루게릭병 환자는 결국 호흡근육이 약화되는데, 호흡재활치료를 언제부터 시작하길 권하나?
폐활량이 60%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점이나 누워서 잘 때 숨이 좀 찬 증상이 환자에게 나타나면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호흡재활을 시작하기를 권하고 있다. 루게릭병이 호흡근육까지 침범했다는 증거가 있을 때 호흡재활치료를 시작하지, 굳이 그 이전에 호흡재활치료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 루게릭병 환자는 음식을 씹고 삼키는데 간여하는 근육도 약화돼 흡입성 폐렴을 막고 영양 상태를 유지하기 위루술을 하는데, 위루술 시기도 너무 늦으면 좋지 않다고 들었다.
루게릭병 환자의 체중 감소와 함께 삼키는 기능에 대한 검사를 해서 0~4등급(4등급이 가장 좋은 상태)으로 나눠 위루술 시기를 결정하는데, 위루술은 환자가 2등급일 때 권한다. 2등급일 때 수술을 하면 위루술 후 증상이 안정되는데, 한 8개월 미뤄서 위루술을 하면 그 시기가 미뤄지는 동안 증상이 확 나빠진다는 것을 최근 우리 병원에서 확인했고, 이것도 곧 논문으로도 발표될 것이다.
- 루게릭병은 체중과 혈당 관리 등이 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가?
체중 감소가 심한 것은 루게릭병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 아주 마른 사람보다 어느 정도 살이 있는 사람이 잘 버틴다. 또 당뇨병이 루게릭병을 일으킨다는 학설도 있지만, 이 병을 막아준다는 학설도 있다. 치료하는데 아직까지 혼선이 있지만, 혈당이 굉장히 높을 때는 조절해야 하지만, 당뇨병만 있는 사람과 달리 100mg/dL 이하로 너무 엄격하게 낮추지는 않는 게 좋겠다는 견해다.
- 루게릭병 환자에게 폐렴 등의 합병증은 굉장히 위험한데, 합병증이 생기지 않기 위해 어떻게 일상관리를 하길 권하나?
흡입성 폐렴이 안 생기려면 집에서 석션기를 잘 사용해야 한다. 또 호흡기관리도 중요하다. 또 근육을 사용 못하게 되니까 나중에 관절이 구축돼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 재활치료를 통해 관절가동범위를 유지해주면 이를 막을 수 있다. 병원에서만이 아니라 집에서 가족들이 루게릭병 환자의 관절을 움직여주는 수동관절운동을 계속해주면 마비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증은 없어진다.
- 마지막으로 루게릭병을 앓는 환우와 가족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루게릭병에 걸린 뒤 희망을 잃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 병을 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근력이 떨어지지만 아직까지 걸을 수 있고, 집에 누워있을 만큼 악화됐지만 아직은 가족과 눈을 깜빡거리면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다행이다'라고 여기는 마음을 갖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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