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예병덕 교수에게 듣는 '궤양성대장염'
원인불명 '만성면역매개염증성질환'…최근 진행성질병으로 인식
혈변·설사·점액변 지속되거나 반복될 땐 대장내시경검사 권고돼
척추관절병증·결절홍반·원발성경화성담관염 등 동반 가능성↑
염증 범위·발병 연령·동반질환 등에 따라 예후·치료 접근 달라져
증상과 염증 정도 일치하지 않아…"꾸준한 약물치료 가장 중요"
'급성전격성대장염' 위험↑…발열과 복통·설사 지속될 때 의심을
약제 발달로 최근 대장암 위험 일반인과 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장기간 염증조절 안 됐을 땐 대장암 위험 높아…대장내시경 필요
궤양성대장염(Ulcerative Colitis, UC)은 대장 점막이나 점막하층에 궤양성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염증반응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대장의 점막하층을 넘어 근육층, 장막층까지 뚫려 대량출혈을 초래할 수 있는 만성난치성질환이다. 대장 천공 전에도 염증반응이 지속되면 혈변, 설사, 복통 같은 고통스러운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고, 염증반응이 오래되면 결국 대장암 위험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최근 치료제의 발달로 궤양성대장염에 많은 것이 변화됐다. 천공 같은 합병증 발생 비율이 전보다 떨어졌고 혈변, 설사, 심한 복통을 경험하는 환자 비율도 낮아졌다. 최근엔 염증조절이 잘 된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염증성장질환 명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예병덕 교수를 만나 달라진 궤양성대장염 치료의 현실을 짚어봤다.
- 국내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느 정도 수준이고 그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국내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장연구학회가 가장 최근 발표한 2020 염증성장질환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2010년 1만6,136명에서 2019년 3만433명으로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추이를 보였다. 지금은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4만명은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고, 앞으로도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계속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궤양성대장염은 아직 원인을 잘 모르는 병이다. 완치는 안 되고 환자는 느는데, 환자가 일찍 죽는 병도 아니다.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인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어떤 연구에서는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더 낮게 나오기도 한다. 궤양성대장염을 앓는 환자가 건강관리를 더 철저히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 외국과 다른 국내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특징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서양보다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예후가 좋다. 전반적으로 병 자체가 아주 심한 환자 비율도 낮다. 궤양성대장염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수술치료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수술도 적게 한다.
- 궤양성대장염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는 모르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원인 요인으로 주목받는 것들이 많다.
지금 가장 의심하는 것이 기름기 많은 음식, 가공식품, 식품첨가제이다. 특히 요즘 가공식품이나 식품첨가제가 든 음식을 많이 먹는데, 이같은 물질이 장벽을 약화시킨다고 생각된다. 장벽이 약화되면 장내미생물이나 장내미생물이 만들어낸 물질이 침투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불필요한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작용을 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엔 대기오염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 궤양성대장염은 200개가 넘는 관련 유전자가 밝혀져 있지만 (다른 염증성장질환인) 크론병보다 유전적 영향력이 강력하지는 않다. 궤양성대장염이 아닌 사람과 비교했을 때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200개 이상의 유전자 자리에 차이가 있는데, 이 유전자가 다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현재 궤양성대장염에서 강력한 유전자는 없다.
현재는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내미생물이나 장내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에 대한 면역반응을 좀 다르게 일어나게 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이런 것들에 장내미생물 면역시스템이 균형을 이루면서 공생해야 하는데, 공생이 잘 안 이뤄지면서 불필요한 면역반응이 계속돼 염증이 지속되면서 증상이 초래되고 장이 파괴되는 것이 궤양성대장염의 기본적 개념이다.
- 궤양성대장염은 20~30대 다발하지만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 가능하다고 하는데, 소아나 노인 등에서도 갑자기 생기기도 하나?
궤양성대장염은 1세 미만도 생길 수 있고, 80대 이상에서 갑자기 발병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10세 미만 환자도 굉장히 드물긴 마찬가지다. 2020 염증성장질환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궤양성대장염이 발병한 10세 미만 환자는 8명, 80대 이상은 68명이었다.
이 때의 20대 발병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947명, 30대 환자가 880명으로 궤양성대장염은 20~3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한다. 이후 연령대부터 발생 환자가 줄지만 60대까지도 환자가 꽤 많이 나온다. 60대 발병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2019년 한 해 491명이었다. 이때 10대 발병 환자는 279명이었고, 70대 발병 환자는 202명이었다.
- 궤양성대장염은 병원에 잘 가지 않는 젊은층일 때 주로 발병하는데, 진단이 잘 되고 있는 상태인가?
궤양성대장염 진단은 늦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주증상이 혈변인 까닭에 빨리 병원에 오는 편이다. 반복적으로 피가 나는 것을 치질로 오해하고 약간 늦어지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국내 데이터를 보면 증상 발생 후 평균 2.5개월쯤 진단된다.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좋고, 어디를 가든 바로 대장내시경을 할 수 있는 것도 한몫 한다.
- 궤양성대장염은 대장 점막과 점막하층에 국한된 염증반응을 초래하는데, 혈변 이외에 복통, 설사, 탈수, 열, 빈혈, 식욕감퇴, 체중감소, 피로감, 절박변, 변실금 등 굉장히 다양한 증상을 초래하고, 활동성일 땐 굉장히 심한 복통, 설사 등으로 괴로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직장에 궤양성대장염이 생겼을 땐 변비가 오기도 한다는데, 왜 그런가?
궤양성대장염은 염증이 점막과 점막하층을 침범하지만, 심한 경우 더 깊게 염증이 침투한다. 염증이 굉장히 심하면 장이 터지는 천공이 발생하기도 한다. 염증이 심한 사람은 대장 침범 깊이가 상대적으로 더 깊고 깊을수록 더 전신증상이 나타난다. 또 염증이 전체적으로 대장에 퍼져있는지, 직장 등에 국한돼 있는지도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만 조금 염증이 있으면 배가 아프지 않다. 그런데 염증 범위가 넓어져서 대장 전체적으로 퍼지게 되면 배가 아프고, 열감도 생기며, 피를 점점 많이 쏟아 빈혈도 생기고 무력감, 체중감소, 피로감, 전신 쇠약감을 겪기도 한다.
또 궤양성대장염일 때 전부가 다 직장을 침범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직장을 침범한다. 직장은 괜찮고 대장 안쪽에만 염증이 있는 궤양성대장염은 드문데, 이런 경우는 괴로운 증상이 별로 없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건강검진 중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된다. 궤양성대장염에서 화장실과 관계된 증상을 지배하는 것은 '직장 염증'이다.
직장에 염증이 있으면 혈변, 설사, 점액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또 대변이 마렵지 않아도 염증 자극으로 대변을 보러가게 되고, 절박변으로 변실금까지 하기도 한다. 또 궤양성대장염이 심한 활동성일 때는 대변을 봐도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뒤가 묵직해 흔히 환자들이 '변비 같다'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변비는 아니고 '변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뿐이다.
- 궤양성대장염 발병 연령에 따라 증상에 있어서 다른 점이 있나?
나이가 들어서 발병한 궤양성대장염일 땐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많다. 18세 미만에 발생한 궤양성대장염은 성인에 생기는 궤양성대장염보다 병 자체의 범위가 넓다. 대장 전체적으로 침범된 경우가 더 많다. 젊은 나이에 생긴 경우는 아무래도 유전적인 소인이 좀 더 강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염증성장질환인 궤양성대장염, 크론병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된다고 아는데, 이같은 발병 연령에 따른 증상 차이가 그 나이대의 면역력과 관계 있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어릴 때 발병한 경우에는 유전적인 소인이 더 강하고, 나이가 들어서 발병한 경우에는 환경적 요인이 좀 더 강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또 궤양성대장염은 자가면역질환이 아니라 '만성면역매개염증성질환'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자가면역질환은 자가항체가 발견되는데,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은 아니다.
-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말초부위관절염, 강직성척추염, 결절홍반, 괴저농피증, 원발성경화담관염 등도 겪을 위험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이들 질환은 어떤 병이고 왜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이들 질환이 잘 동반되는 것인가?
말초부위관절염, 강직성척추염은 척추관절병증(Spondyloarthropathies, SpA)으로 묶이는 카테고리의 척추질환이다. 결절홍반, 괴저농피증 같은 피부질환은 대장 외 침범으로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 또 간질환으로 쓸개즙이 내려오는 쪽에 자꾸 염증이 생겨서 좁아지는 원발성경화담관염도 궤양성대장염 의료진이 주목하는 질환의 하나다. 원발성경화담관염은 결국 간경화가 되고, 간부전을 초래해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
이들 질환은 '만성면역매개염증성질환'으로 묶여있고, 그런 까닭에 같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들 질환의 원인은 잘 모르는데, 관련 유전자가 공통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발병에 어떤 공통적인 요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현재 궤양성대장염 환자를 진료할 때, 만성면역매개염증성질환으로 묶이는 질환들을 염두해두고, 검사나 진료가 이뤄지나?
궤양성대장염 환자를 치료할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동반질환이 무엇이냐'이다. 그것이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치료 전략을 세우는데 아주 중요하다. 때문에 진단 당시부터 이들 질환을 체크하게 되고, 계속 진료를 보면서도 병이 새롭게 생기지 않았는지를 혈액검사 등을 통해 모니터링하며 병이 의심될 때는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또 병이 진단되면 류마티스내과, 피부과 등과 협진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 궤양성대장염의 조기 발견 이점은 무엇이고, 이 병의 조기 발견을 위해 일반인이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궤양성대장염의 질병 개념은 최근 '진행성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암이 1기, 2기, 3기, 4기로 진행하듯이 궤양성대장염도 염증이 지속되면서 장이 점점 구조가 망가지는 진행성질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장은 한 번 망가지면 돌아오지 않는다. 때문에 장의 구조가 망가지기 전에 빨리 막을 수 있는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궤양성대장염의 주요 증상은 혈변, 설사, 점액변이다. 한 번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좋아지면 궤양성대장염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이같은 증상이 계속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가까운 의료기관에 가서 대장내시경검사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 궤양성대장염은 어떻게 진단하나?
궤양성대장염 진단은 한 가지 딱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증상 등을 포함한 병력청취를 하고 대장내시경검사에서 장의 육안 소견이 맞아야 하고, 조직검사에서 만성염증 소견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궤양성대장염이 일과성 장염(일시적인 장염)과 애매할 때도 있다. 때문에 너무 속단해선 안 된다. 추적관찰하면서 신중하게 궤양성대장염 진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 궤양성대장염은 어떻게 치료하나?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10명이면 10명의 질병 코스가 다 다르다. 궤양성대장염은 '염증이 어느 정도 침범했고, 어느 정도 심한가'가 치료 결정에 중요하며, 불량 예후인자가 있어서 그것도 치료 시 고려해야 된다. 불량 예후인자의 하나는 40대 미만에 발병하는 것이다. 나이가 어릴 때 발병할수록 예후가 더 좋지 않다. 처음 진단 시 염증이 넓거나 염증이 심한 경우에도 환자의 예후가 별로 안 좋은 불량 예후인자로 본다.
또 말초부위관절염, 강직성척추염, 결절홍반, 괴저농피증, 원발성경화담관염 같은 질환이 동반될수록 예후가 더 좋지 않다. 이같은 불량 예후인자가 있으면 합병증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불량 예후인자를 고려해 환자를 분류하는데, 우선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크게 나누고, 중등증은 회색지대여서 다시 반으로 갈라 치료 접근을 한다. 치료 원칙은 처음엔 약한 단계 치료부터 시작해 점점 강한 단계로 올리는 상승치료이다.
경증과 중등증의 절반의 환자는 항염증제인 '5-아미노살리실산(5-Aminosalicylic acid, 5-ASA)'이 기본 치료제이다.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거의 직장 쪽에 염증이 있기 때문에 '항염증제 좌약'과 '먹는 항염증제' 2가지를 같이 쓴다. 이 치료로 관해(대장의 염증 또는 궤양성대장염 증상이 사라지는 상태)가 유도되면 항염증제로 유지치료를 하고, 이것으로 관해가 되지 않으면 스테로이드를 추가해 관해를 유도한다.
또 나머지 중등증 환자와 중증 환자는 5-아미노살리실산에 더해 빠르게 관해를 유도하기 위해 처음부터 스테로이드를 같이 쓴다. 이때는 대장이 '활활 불 타오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빠른 진화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 치료로 관해가 되면 5-아미노살리실산을 쓰면서 스테로이드는 끊는다. 스테로이드는 많이 쓰면 안 좋기 때문에 유지치료제로 쓰지 않는다. 이때 5-아미노살리실산만으로 관해 유지가 안 되면 면역억제제를 쓴다.
면역억제제로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관해 유지가 안 되면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TNF) 억제제로 알려진 생물학적제제나 야누스 키나아제(Janus kinase, JAK) 억제제 같은 소분자약물이 필요하게 된다. 또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감염 합병증이 있을 때 항생제를 쓰는데, 항생제는 궤양성대장염의 치료 약물은 아니고 감염 합병증을 위한 약제이다.
- 궤양성대장염에 TNF억제제·항인터루킨제제·항인테그린제제·JAK억제제·S1P수용체조절제 등이 쓰이게 되면서 치료 옵션이 과거보다 넓어졌는데, 관해 도달률이 많이 올라갔나?
과거보다 궤양성대장염의 관해 도달률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월등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10년 전 완전관해율이 20%대였다면, 현재는 전체 환자의 3분의 1 정도이다. 완전관해에 더해 사회생활이 불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조절되는 비율까지 다 합치면 4분의 3 정도이고, 나머지 4분의 1은 온갖 치료를 해도 복통, 설사 같은 궤양성대장염 증상이 심해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려야 해서 여전히 사회생활이 어렵다.
- 궤양성대장염에 허가된 JAK억제제 '토파시티닙(제품명 젤잔즈)', 유파다시티닙(제품명 린버크)', '필고티닙(제품명 지셀레카)'은 약물의 작용기전이 다르지만, 이미 한 가지 JAK억제제를 쓴 국내 환자에게는 다른 기전의 JAK억제제를 쓸 수 없는 것으로 안다. 약물의 작용기전이 달라 효과가 다를 것 같은데, 못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외국의 소규모연구에서 젤잔즈를 썼다가 린버크로 바꾼 환자의 초기 약물 반응률이 60~80%였다. 아직 장기 약물 반응률 데이터가 없지만, 일본 등 외국에서는 JAK억제제의 교차투여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약제 급여 기준에 JAK억제제를 한 가지만 쓸 수 있게 해놨다. 온갖 치료에도 증상 조절이 어려운 궤양성대장염 환자를 위해 국내도 JAK억제제 교차투여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 궤양성대장염 중 굉장히 심각한 형태의 '급성전격성대장염'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어느 정도가 이같은 상태로 넘어가고, 이때는 어떻게 치료 접근을 하나?
급성전격성대장염은 일반적인 궤양성대장염과 치료와 예후가 달라서 따로 떼서 보는데, 전체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10% 정도가 평생에 걸쳐 급성전격성대장염을 한 번 경험한다고 여겨진다. 아직 급성전격성대장염이 왜 생기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급성전격성대장염 발생은 현재 예측이 어렵다. 궤양성대장염이 평소 잘 조절되는 환자나,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 모두에게 생길 수 있다.
급성전격성대장염은 대장에 너무 염증이 심한 '응급 상황'으로, 열, 탈수, 영양실조 등 전신 증상도 심해 반드시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 급성전격성대장염의 기본 치료는 정맥주사로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것인데, 이 치료를 하면 60~70%는 듣지만 나머지는 듣지 않는다. 이때는 TNF억제제인 인플릭시맙을 쓰는 구제치료가 이뤄지고 있고, 최근에 더 연구되고 있는 것이 JAK억제제를 활용한 구제치료이다.
예전에는 급성전격성대장염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정맥주사가 듣지 않으면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해야 했는데, 지금은 구제요법 약이 좋아져서 수술하는 비율이 전보다는 줄었다. 그래도 급성전격성대장염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입원 뒤 외과와 수술 대비도 해야 한다. 또 세균감염이 겹쳤다면 치료도 해야 하고, 전신증상에 따른 수혈, 영양보충 등의 교정치료도 필요하다.
급성전격성대장염은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사망 환자가 거의 없다. 현재 급성전격성대장염 사망률은 약 1%이다. 급성전격성대장염은 발병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모든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일생에 한 번은 겪을 수 있다고 사전에 교육하며, 설사, 복통, 37.8도 이상의 발열이 지속되면 병원의 염증성장질환 전담간호사에게 전화해 상담 후 외래 일정을 당기든, 응급실로 오라고 조처한다.
- 급성전격성대장염 환자는 어떤 수술을 받는 것인가?
염증이 생길 수 있는 대장을 모두 절제한 다음에 소장 일부를 직장처럼 주머니를 만들어서 붙이는 수술을 받는다. 일부는 궤양성대장염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이 수술로 사라졌기 때문에 완치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완치가 아니고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다. 먼저 소장으로 주머니를 만들어놔도 처음에는 대변 저장고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 초반에는 화장실에 정말 자주 가야 한다.
소장 주머니가 대변 저장고 역할에 적응한다고 해도 하루에 대여섯 번은 화장실에 가야 하고, 밤에도 화장실에 한 두번 정도 간다. 변실금도 좀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소장 주머니 자체에 여러가지 염증이 생기거나 소장 주머니에 구멍이 나서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때는 다시 한 번 소장 주머니를 만들기도 하고, 장루(복부에 내는 인공항문)를 만들어야 해서 가능하면 환자들이 수술을 안 하려고 한다.
- 급성전격성대장염 환자 이외에 어떤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수술 대상인가?
만성적으로 활동성 증상이 있고 스테로이드를 쓰면 좋아지기는 하지만 다른 약에는 모두 효과를 보지 못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 가운데 스테로이드 의존성이 있으면서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나타나 삶의 질이 떨어지는 환자와, 염증반응이 심해 대장이 뚫리거나 대장의 구조가 변형돼 협착이 많이 된 때도 수술 대상이다.
- 전체 대장을 다 제거하지 않아도 될 때가 있는 것 같은데,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수술 시 대장을 다 제거해야 하나?
궤양성대장염 수술 원칙은 전체 대장 절제인데, 최근에는 문제가 되는 대장 일부분만 절제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경험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약이 좋아지면서 문제 되는 부분만 절제하고 이어 붙이는 수술을 '수술을 많이 하는 나라들'에서 먼저 시도했고, 국내에서도 이같은 경험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
- 궤양성대장염 환자 중 장천공, 독성 거대 결장, 대량출혈 등의 합병증을 경험하는 비율은 요즘 어떻게 되나?
요즘은 치료제가 좋아져서 이같은 합병증을 경험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 비율이 최대 3% 정도라고 생각된다.
- 궤양성대장염은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모두 사라졌는데도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있을 때는 약물치료 순응도가 높겠지만, 증상이 없는 관해기에는 약물치료 순응도가 떨어질 것 같은데, 현실은 어떤가?
사실 이 병에서 약물 순응도가 가장 문제이다. 평생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하는데, 증상이 사라지면 괜찮겠지 해서 약을 끊어서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병이 평생 가는 질환이고, 증상이 없더라도 염증반응이 야금야금 진행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질환이라는 인사이트가 궤양성대장염 환자들에게 필요하다.
이런 까닭에 병원에서는 환자가 '왜 약물치료를 안 하게 된 것인지'를 따져서 복약 순응도를 높이려는 접근을 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문제로 약을 복용하는 것을 자꾸 까먹는 것이면 그에 맞는 대처법(스마트폰 알림 등)을 제시하고, 약이 환자에게 맞지 않아서 꺼리는 것이면 그에 맞춰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약을 80% 이상 쓰면 복약 순응도가 높다고 판단하는데, 서울아산병원의 연구로는 이런 비율이 80%를 넘었다.
-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절반가량이 발병 20년 후에는 대장암으로 진행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 최근 빅데이터 연구에서는 대장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하고 차이가 없다고 나오기도 한다. 치료제가 좋아져서 결국 대장암 원인이 되는 염증 조절이 되는 까닭이다. 그래도 장기간 염증 조절이 되지 않았던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분명히 대장암 위험도가 높아진다.
- 현재 병원에서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대장암 발병 위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궤양성대장염 발병 8년째부터 감시내시경프로그램을 통해 정기적으로 환자에게 대장내시경검사를 하는데, 검사 주기는 궤양성대장염 환자에 따라 다르다. 병이 중증인지, 염증이 조절되지 않은 불량 예후인자가 있는지,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지 확인해 검사 주기를 보통 결정한다. 특히 불량 예후인자 중 원발성경화성담관염이 있으면 대장암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땐 매년 대장내시경검사를 한다.
-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대장암 예후는 다른 원인의 대장암과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대장암 진단 당시부터 대장암의 병기가 높은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예후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또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경우, 한 곳에만 암이 있는 때보다 여러 곳에 있는 다발성 대장암인 경우도 더 많다. 이런 까닭에 예후가 다른 원인의 대장암보다는 나쁘다.
-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추천하는 질환 관리법이 있다면?
궤양성대장염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잊지 않고 투약하는 것이다. 또 병원에서 진료날을 그때로 잡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진료날에 맞춰 병원은 꼭 와야 한다. 또 마라탕, 회, 불닭볶음면 등을 먹을 때 같이 '특정 이벤트'에 재발하는 환자가 있는데, 이를 알게 됐을 땐 특정 이벤트를 피해야 한다.
또 궤양성대장염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빠진 것이 아니라 계속 지속된다면 그냥 두지 말고, 반드시 병원 핫라인을 통해 전문 의료진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또 식습관은 궤양성대장염 활동기 때의 지침과 안정기 때의 지침이 따로 있는데, 병원에서 교육받거나 영양사의 상담을 받은 대로 따라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궤양성대장염은 아직까지 현대의학 기술로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닌데, 완치시켜주겠다는 광고를 믿고 뭔가를 하다가 나빠져서 오는 환자를 진료실에서 본다. 병원 치료는 안 받고, 대체요법을 하는 것은 정말 하지 않았으면 한다.
-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궤양성대장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병이지 일찍 죽는 병이 아니다. 관리가 잘 안 돼 반복적으로 병이 나빠지면 일상이 너무 괴롭지만, 병을 잘 관리하면 학업이나 사회생활, 임신, 출산에 전혀 문제가 없다. 평생 약물치료를 해야 하고,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지만 희망을 갖고 '이 병과 평생 같이 간다'고 생각하며 질환관리를 잘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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