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송도병원 이지현 부장과 아서 맥도날드의 의사-환자 이야기
기존 치료법 부작용·니들 포비아 환자에 소분자제제인 경구제 적합
JAK 억제제 중 크론병에 허가 및 급여된 경구제는 '린버크'가 유일
이지현 부장 “크론병, 질환 초기부터 표적치료제로 강력한 치료 必”
“진료를 받으러 오면 의사 선생님들은 ‘뭐가 문제냐? 어디가 아프냐?’라고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아픈 것만 이야기하게 됩니다. 특히 제가 외국인이다보니 아내와 같이 진료를 받으면 아내와 의사 선생님이 한국말로 얘기를 하세요.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전데, 어디가 아픈지도 제가 아는데 정작 둘이서 이야기 하고 ‘이렇게 해라’라고 하고 끝내죠. 하지만 이지현 선생님은 늘 ‘어떠세요?’라고 물어봐 주세요. 좋으면 좋은 대로, 불편한 게 있으면 불편한 점을 말씀드릴 수 있는 질문을 먼저 해 주셔서 좋습니다. 아내보다 저에게 집중을 해 주시는 편입니다.”
캐나다인인 아서 맥도날드(Arthur MacDonald)씨에게 크론병 증상이 나타난 것은 4년 전인 2020년 2월이다. 이태원에서 식사를 한 뒤 속이 안 좋아 구토를 했는데 그 때부터 2주간 복통이 지속적으로 있어 동네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소화제를 처방해줬지만 증상이 나아졌다가도 다시 통증이 발생하는 등 호전과 재발이 4달 동안 이어졌다.
CT 촬영 결과 회장 부위에서 큰 덩어리가 발견됐다. 담당 의사는 그제서야 크론병이 의심된다며 수술을 권했지만 맥도날드씨는 이미 입원해 치료를 받은 지도 2주가 넘어 통증이 가라앉고 있는 상태였고, 메이요클리닉 같은 해외 유명 병원에서는 만성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수술을 권한다는 사실에 수술이 썩 내키지 않았다고.
결국 맥도날드씨는 수술은 하지 않고 고향인 캐나다로 돌아가 그곳에서 다시 진료를 받았다. 16~18시간 간헐적 단식으로 증상을 관리해오던 그는 가끔 증상이 있을 때만 병원에 가서 펜타사(5-아미노살리실산, 항염증제), 소론도(스테로이드), 트라마돌(진통제)를 처방 받는 등 몇 년 동안 특별한 문제없이 지냈는데 올해 4월부터 크론병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와 치킨을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치킨을 먹고 다시 복통이 심해졌다는 맥도날드씨는 집 근처 의원 원장이 서울송도병원을 추천해 이지현 부장에게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맥도날드씨가 서울송도병원 이지현(소화기내과) 부장을 처음 만난 것은 올해 4월 23일이다.
“맥도날드씨의 경우 크론병이 주로 나타나는 말단 회장과 대장 부위에 구조적인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에서 우하복부의 복통이나 열, 무기력함이 있었습니다.”
맥도날드씨를 만난 서울송도병원 이지현 부장은 과거의 검사 기록들과 혈액검사 결과를 토대로 크론병을 확진했다. 다만 지속적으로 치료를 하지 않고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만 간헐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은 크론병을 치료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스테로이드가 효과는 있지만 장기 사용 시 부작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는 면역조절제나 생물학적제제의 사용이 필요할 수 있겠다고 본 것. 이에 이지현 부장은 치료 초기 단기적으로 경구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뒤 이후에는 면역조절제인 아자티오프린을 처방했다.
그러나 크론병의 기존 치료법들을 지속하는 게 맥도날드씨에게는 쉽지가 않았다고 했다. 맥도날드씨에게는 면역조절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나 주사에 대한 공포증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떠올린 게 경구제였다. 특히 경구제인 JAK 억제제 중 크론병에 처방이 가능한 치료제는 린버크가 유일하다.
린버크는 중등도에서 중증 염증성 장질환(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유도요법 및 유지요법 모두에서 위약군 대비 임상적 관해, 내시경 관해, 점막 치유 등에서 빠르고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낸 치료제다.
“처음부터 린버크를 생각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환자분이 주사에 대한 공포증이 심하셨기 때문에 경구제라면 훨씬 더 접근이 쉬울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환자분께 처음 린버크에 대해 말씀 드렸을 때 부작용 등을 우려하면서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진료 때 린버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봤는데, 부작용 등 우려가 적고 해외에서 좋은 효과를 보인 점 등을 감안해 한번 사용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크론병은 만성질환인 만큼 환자의 치료 순응도는 치료의 성패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더욱이 린버크는 4월부터 건강보험 적용돼 환자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린버크는 선택적 JAK1 억제제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나 6-메르캅토푸린 또는 아자티오프린 등 보편적인 치료 약제에 대해 적정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 또는 ▲상기 약제가 금기인 중등도에서 중증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와 보편적인 치료(2가지 이상의 약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 등)에 반응이 없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 또는 ▲치료법이 금기인 중등도에서 중증의 활성 크론병(CDAI 220이상) 환자 치료 시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린버크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맥도날드씨는 “린버크를 복용하고 난 후 크론병이 발병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며 “예전에는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 일상생활을 거의 할 수가 없었는데, 요즘은 외출을 해서 2~3시간씩 계속 걸어도 문제가 없고 잠깐 휴식을 취하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지현 부장은 “환자는 린버크 2주차부터 임상적으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며 "6월 11일에 측정한 CRP(염증수치, 정상 범위는 약 0.5~1.0mg/dL) 수치는 14.78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고, 7월 23일에는 3.82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상 범위는 아니었다. 그런데 린버크를 2주 동안 쓰고 난 8월 6일에는 0.86으로 정상 수치에 들어왔고 부작용을 시사하는 소견도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같은 린버크 처방 경험을 공유하며 “크론병은 점막을 넘어 장막까지 깊숙이 염증이 침범해 장 내 농양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키고, 나중에는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장의 구조적 변화가 생기기 전에 점막을 치유, 염증을 끊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크론병은 질환 초기부터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강력한 치료가 필요하고, 앞으로 보험 기준도 변화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치료 예후가 좋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중단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이 부장은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다가 예후가 너무 좋아져서 약을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단기간에 다시 상태가 나빠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한번 나빠진 경과는 다시 이전의 상태로 복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크론병이 어려운 병이긴 하지만, 좋은 해결책들이 많아져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의사에게 진행 상황을 얘기하고 소통하면서 치료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크론병 환자들의 건강한 일상생활 유지 방법으로 충분한 휴식, 충분한 영양섭취를 강조했다.
“활동기(염증이 심할 때)일 때는 피로감이 심하고 체력이 많이 소진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초반에는 식욕이 없고, 먹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영양이 충분한 음식들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면서 이끌어 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증상이 나아져 일상생활로 복귀한 환자, 특히 소장 크론병을 겪고 있는 환자의 경우 식생활이 중요합니다. 검사로는 다 알 수 없는 소장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음식, 자극적인 음식, 질긴 음식 등을 피해야 하고 빠르게 먹는 습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수면의 중요성도 크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잘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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