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션트 스토리] 근이영양증환우보호자회 김경자 회장

듀센근이영양증은 근육세포의 벽을 지지하는 철골 구조 같은 단백물질 '디스트로핀(dystrophin)'이 유전자 이상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근육이 점차 소실되는 희귀근육병이다. X염색체의 p21에 위치하는 디스트로핀 유전자가 듀센근이영양증의 원인 유전자인데, 최근에는 이 유전자를 타깃한 유전자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미 해외에서는 5개의 유전자치료제가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에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듀센근이영양증 전문 의료진들은 현재 개발된 유전자치료제들에 대해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고 있다. 디스트로핀을 만들지 못하는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와 달리 디스트로핀을 어느 정도 만들어내는 베커근이영양증 환자의 유전자를 활용해 만든 듀센근이영양증 원샷 유전자치료제 '엘레비디스'는 40억원이 넘는 치료제인데, 치료 지속 효과가 10년은 지속될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또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특정 엑손(단백질 형성 유전 정보 보관 부분) 결실 부위를 이어주는 방식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정하는 '엑손 스키핑' 듀센근이영양증 유전자치료제인 빌텝소, 아몬디스45, 엑손디스51, 바이온디스53은 특정 엑손의 결실이 있는 환자에게만 쓸 수 있고 척수강내 투여해야 하는데 매주 투여하는 단점이 있다. 더구나 5개 유전자치료제 모두 기존 치료제인 '스테로이드'를 완전히 대체하지도 못한다.

이런 까닭에 듀센근이영양증은 유전자치료제 외에 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로 미충족 의료수요를 꾸준히 해결해 나가며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 의료진은 내다본다. 국내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의 치료법이 전무한 상태였던 1997년쯤 5살 아들이 듀센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으면서 25년 넘게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의 보호자로 살아온 근이영양증환우보호자회(근보회) 김경자 회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김경자 회장. 사진 제공=김경자 회장
김경자 회장. 사진 제공=김경자 회장

김 회장의 아들이 병을 진단받은 당시만해도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의 평균 수명은 15세 정도에 불과했다. 2000년 대 초반 국내 듀센근이영양증 치료에 스테로이드제제가 도입되고 심장·호흡 치료·관리 방법이 그간 발전하면서 현재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의 평균 수명은 30대 중반으로 2배 넘게 뛰었다. 또한 지금은 50대 듀센근이영양증 환자도 생존할만큼 듀센근이영양증 치료 성적은 크게 진보했고, 앞으로 더 큰 진보도 기대된다. 

듀센근이영양증을 앓는 아들의 나이가 어느덧 30대 초반에 들어선 김경자 회장은 그간 국내 듀센근이영양증 치료환경 변화의 한가운데서 모든 것을 목도해왔다. 이런 까닭에 현재 엘레비디스에 지나친 기대를 걸고 엘레비디스에만 매달리는 젊은 부모들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사실 김 회장도 아들이 병을 진단받을 쯤 유사한 경험을 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듀센근이영양증 부모들에게도 광풍이 분 치료법이 있었다. 당시 2억원 가까운 치료비가 들었던 근육모세포 이식수술이 그것이다.

당시 국내 세관에서 이 치료에 필수적인 근육모세포 반입이 허용되지 않았고, 더구나 20%의 관세까지 지불해야 했기에 당시 환우 부모들은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관세청, 국회 등을 쫒아다녔다. 근보회가 만들어진 것도 근육모세포 이식수술 이슈 때문이었다. 김경자 회장은 "처음 듀센근이영양증 아이를 둔 엄마들이 모인 것도 뭉쳐서 근육모세포가 들어오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만들어진 한국듀센근이영양증환우회가 엘레비디스의 국내 빠른 허가·급여를 위해 만들어진 것과 꽤 유사하다. 하지만 근육모세포 이식수술은 결국 폐기됐다. 김 회장은 "근육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아이는 조금의 증상 개선도 없이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점점 안 좋아졌다"며 "이식수술로 아이가 걷는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이의 성장 속도 변화이지 수술 효과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듀센근이영양증에서 새로운 치료에 대한 희망은 근보회 환우·부모 사이에서 꾸준히 반복됐다. 김경자 회장은 "듀센근이영양증 환우와 부모들은 '지금 새로운 치료제를 준비하고 있데', '5년 뒤에는 새로운 치료가 가능할 거야', '지금 아이의 건강을 잘 관리하기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며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런 희망은 듀센근이영양증 환우의 많은 것을 바꿔왔다. 평균 15세에 사망한다고 알려진 병을 앓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나서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받게 하고, 학업을 놓지 않게 한 결과로 이제 듀센근이영양증 환우들도 당당한 사회인으로 우리사회에서 한몫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애들을 공부시킨 결과, 지금 성인 환자의 60%가 직업을 갖고 있고 있다"며 "대부분 재택근무이지만 일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듀센근이영양증의 치료환경이 빠르게 개선된 것도 이런 기대의 여파였다. 김경자 회장은 "2005년 산정특례제도가 시작될 때 환우회에서 준비 작업을 하면서 바로 듀센근이영양증이 들어갈 수 있었다"며 "남성 3,500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희귀질환이고, 평균 15세밖에 못 산다고 하는데, 우리들이 아이들이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느냐며 국회 등에 가서 목소리도 많이 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듀센근이영영증 환우들의 모습도 치료환경 개선의 여파로 그간 많이 바뀌었다. 김 회장은 "지금 듀센근이영양증 아이들은 휄체어에 앉혀놓으면 반듯해서 아픈 아이 같지 않다"며 "산정특례가 되기 전에는 돈이 없어서 물리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휠체어를 탄 어린 듀센근이영양증 환우들의 모습이 지금과 달랐다. 손이 꼬부라지고 등도 휘었었다"고 말했다. 

듀센근이영양증 환우와 가족들이 뭉친 근보회가 있었고, 근보회를 통해 한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에 25년 넘은 기간 듀센근이영양증 치료환경에 많은 변화를 이뤄내온 것이라고 김경자 회장은 평한다. 또 듀센근이영양증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의 듀센근이영양증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환우와 가족들이 더 단단히 뭉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회장은 "유전자치료제가 새로운 약이기 때문에 치료를 해도 스테로이드제제를 평생 먹어야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아직 모른다. 또 다른 새로운 치료제가 나왔을 때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듀센근이영양증 환우와 가족의 목소리가 하나로 나가야 한다"며 새롭게 만들어진 듀센근이영양증환우회와도 협력해 모든 환우들이 정상적으로 우리사회에 같이 살아갈 수 있게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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