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서울병원 신경민 교수, 의료전달체계 붕괴 지적
"대학병원 응급실 찾는 환자 40%는 경증 환자"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몰려드는 경증 환자와 환자들의 과도한 요구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신경민 교수는 지난 2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의협 회관에서 개최한 ‘젊은의사를 위한 의료정책 아카데미’에서 경증 환자가 몰리는 응급실 현실을 이야기했다. 신 교수는 이날 청중으로 참석했지만 발제가 끝난 후 발언권을 얻어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의료체계가 다 무너져서 경증·중증 환자를 가리지 않고 다 대학병원 응급실로 온다. 규모가 좀 적은 2차 병원 응급실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들은 큰 병원만 선호하다보니 대학병원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응급실 현장에서는 ‘엑스레이 한 장이라도 더 찍어야지’, ‘약이라도 하나 더 달라’ 등 환자들의 요구가 넘쳐난다"며 "아무리 의료 공급자에게 통제 권한이 있더라도 환자들이 해달라는 게 많은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제한이 없어 의료진의 번아웃도 심해지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의료 소비자가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병원 측에 그 책임을 떠맡기고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처벌하려고만 하지 충분한 보상은 없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가 토로한 현실은 지표로도 나와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간한 ‘응급의료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 응급실을 찾은 506만1,764명 중 상대적으로 경증으로 분류되는 중증도 분류기준(KTAS) 4·5등급에 해당하는 환자가 49.4%인 249만9,728명이다.
신 교수는 이날 경증 환자의 대학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병원 옆에 300병상 이상 되는 2차 병원이 있는데 종합상황판으로 병상 상황을 보면 항상 비어있다"며 "이대서울병원은 아직 응급의학과 전공의 배정을 못 받았다. 그래서 주간과 야간 각 전문의 3명씩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입장에선 대학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도 치료 받을 수 있는 환자가 30~40% 정도로 보인다”며 “환자들이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고 싶은 마음도 이해된다. 그러나 밀려오는 환자 수는 점점 늘어나는데 대학병원 응급실에 올 정도인지 의구심이 드는 환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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