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 고혈압 치료 최신 동향 공유
새로운 성분 조합 치료제 등장에 “모노테라피로의 전환에 용이”
“이르베사르탄 콩팥 보호는 ARB 권고 치료 가이드라인의 배경”
최근 고혈압 치료의 패러다임이 심각한 심뇌혈관 합병증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혈압 관리로 전환되고 있다. 고혈압 환자 치료와 관련해 병용요법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병용요법은 고혈압 치료에 있어 더욱 효과적인 혈압 조절을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병용요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복용 편의성 향상을 노린 제약사들이 다양한 고혈압 치료 복합제를 내놓는 상황. 최근에는 사노피와 한독이 공동 개발한 ‘아프로바스크’가 처방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견돼 관심이 모인다. 아프로바스크는 사노피의 이르베사르탄 성분 단일제 ‘아프로벨’에 암로디핀을 조합한 2제 복합제다.
이에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를 만나 최근 고혈압 치료 동향과 신규 복합제의 등장이 고혈압 치료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었다.
- 최근 고혈압 치료에서 병용요법을 고려하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혈압이 2mmHg가 높아지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10%가 높아지는 만큼 혈압 조절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고혈압 치료제는 기존 혈압을 10~20mmHg 정도 낮추는 효과를 보인다. 현재 혈압이 140mmHg 이상일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하는데, 고혈압 환자 대다수가 병원에 첫 내원 시 160~170mmHg의 혈압을 보이고 있어 현실적으로 이러한 혈압 수치를 가진 환자를 한 가지 약제로 정상 수치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다수의 연구를 통해서도 단일제로 혈압 조절이 가능한 환자는 40% 미만으로 60% 이상의 환자는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약제를 두 가지 이상 병용해야 정상 범위로의 혈압 조절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새로운 약제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142mmHg의 혈압을 가진 환자에게 약제를 추가하자고 권유하면, 운동과 같은 생활 습관으로 관리를 하겠다고 하며 추가 복용을 기피한다.
반대로 처음부터 두 가지 약제로 병용요법을 시작하고, 혈압이 정상적으로 조절될 경우 약제를 줄이는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이를 잘 따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유럽에서는 효과적인 혈압 강하, 복약 순응도를 위해 전략적으로 치료 시작부터 병용요법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진료지침은 아직 병용요법을 초기에 사용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환자의 성향을 살펴보고 추후 약제 추가 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거나 혈압 조절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에 한해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것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병용요법에서 주로 어떤 조합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병용요법에 권장되는 약제로 이뇨제가 있다. 이뇨제는 체내에 과다된 나트륨을 배출하는 것이 주 기전이지만, 자칫 과다 배출하게 되는 경우에 나트륨 부족, 변비 등의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안지오텐신차단제(ARB)와 칼슘경로차단제(CCB)의 조합은 이러 과다 교정의 부작용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ARB의 경우, 평소 체내에서는 안지오텐신 호르몬이 활성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약제를 사용해 이를 차단하더라도 몸에 영향을 주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 CCB의 경우, 교통 체증이 심한 시내 도로에 차선 확장을 하면 체증이 해소되듯 칼슘 경로를 차단하여 혈관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준다.
해외에서는 약가 문제로 이 두 약제를 조합해 사용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와 제약사의 노력으로 약가가 비교적 저렴해 이 두 조합에 대한 사용이 용이하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간한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몇 년 사이에 ARB와 CCB 조합이 ARB와 이뇨제 병용 요법을 제치고 주요 병용요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해외 학회에 가면 우리나라의 고혈압 관리에 대해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혈압 조절률이 높은 나라에 속하는데, 저렴한 약가로 ARB와 CCB 조합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 병용요법 시 각각의 단일제가 아닌 복합제가 더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약제가 1개 추가되면 복약 순응도는 10% 이상 떨어진다. 의사가 처방은 하지만 환자들이 약을 안 먹는다는 의미다. 약을 줄일 때 중요도가 떨어지는 약부터 처방에서 제외하는데, 환자분들은 어떤 약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중요한 약을 빼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약을 쪼개 복용하는 것이다. ARB는 반으로 줄여도 약효는 90% 정도 유지되지만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 이는 뇌졸중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시간인 새벽 4~5시에 약효가 떨어져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는 것이다. 복약 순응도가 떨어질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단일제 여러 개를 병용하는 것보다 복합제가 더 선호된다.
- 최근 이뇨제인 클로로살리돈과 같은 약제도 많이 고려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클로로살리돈은 강한 효과로 24시간 약효가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나트륨 배출 효과가 강력해 과잉 배출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 클로로살리돈을 추가한 경우 처음 2주에 혈청 전해질 농도를 확인해야 하고 이후에도 주기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잘 수행할 경우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가 어렵다면 부작용의 위험이 높다.
- 이르베사르탄과 암로디핀을 조합한 복합제의 출시 소식이 들린다. 이 같은 성분 조합의 경우 어떤 장점이 있을지 궁금하다.
고혈압 약제 효과의 90%는 혈압 강하에 있다. 혈압 강하 효과가 약제의 90%를 책임지고 나머지 10%는 혈압 강하 효과 외 다른 혜택의 차이를 따진다. ARB 계열인 아프로벨은 콩팥 보호 효과를 확인해 콩팥 기능이 안 좋은 환자에게는 ARB를 권고한다는 치료 가이드라인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또 해당 조합은 기존 약제에서 다른 약제로 변경하는 전략 즉 모노테라피로 처방하기 좋다. ‘아프로벨’ 다음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등장한 것으로 치료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해당 조합의 복합제 처방 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나?
두 가지를 고려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콩팥의 손상 여부, 두 번째는 심장이 두꺼워지는 좌심실 비대이다. 좌심실 비대가 있는 환자는 혈압을 관리하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아프로벨이 고혈압 환자에서의 콩팥 보호 효과, 좌심실 비대 관리 효과를 입증해 이 두 가지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아프로벨을 권고하고 있으며, 해당 환자들이 아프로벨로 혈압 조절에 실패할 경우 추후 복합제를 고려할 수 있다.
- 고혈압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환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장수 국가로 떠오르고 있듯 한국 의료 환경은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이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 수명과 실제 수명이 9년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에는 뇌졸중과 심근경색 그리고 치매를 뽑을 수 있다. 또한 치매의 유일한 예방 치료는 혈압 조절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5-60대에 혈압 조절을 시작하는데, 혈관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40~50대이기 때문에 보다 빠른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대동맥 판막 협착증, 심방세동증이 폭발적인 증가 추세에 있는데 이러한 질환들의 발병 원인도 고혈압에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혈압 조절이 훨씬 중요해졌다. 혈압 건강의 차이는 40~50대부터 만들어지므로 젊은 고혈압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할 수 있도록 대한고혈압학회에서도 더 노력하겠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관련기사
- 중증 말기 간질환 환자도 생체 간이식 받으면 생존율↑
- 2월부터 럭스터나·커렌디아·오비주르 등 중증치료제 건보 적용
- 1형 당뇨, 소아 보다 성인 환자 많은데…정부 지원은 내달부터 소아만?
- 신생아 7천~8천 명 중 1명 발병 소이증, 귀 재건 수술 통해 완치
- 염증성 장질환이 척추골절 위험 높인다
- 유전성희귀질환 '비후성심근증'…한국인 급사 위험 예측 방안 나왔다
- 5년 전 보다 한국인 평균수명 2세 이상 높아져…“노후 의료비 어쩌나”
- [신년특집] 입원 24시간 내 ‘고위험 고령환자’ 분류, 병원을 바꾼다
- 겨울 찬바람 불어 손‧발 찌릿, 감각 둔해지면…‘말초신경염’ 의심
- 암 환자에서 증가하는 뇌졸중…혈소판, 트롬빈 등 응고인자 탓
- 뇌하수체종양은 희귀난치성질환?…"외과적 치료로 관리 가능한 질환"
- 반지형 혈압측정기 '카트 비피', 모든 혈압측정법에서 유효성 입증
- 연일 극강 한파에 치명적인 ‘뇌동맥류’ 주의보
- 감기처럼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간염'… 간염 종류 별 치료‧예방법 달라
- 중증환자 적시진료 위해…삼성서울·인하·울산대병원, 중증진료 강화
- 깜깜이 '약제 급여심사 과정', 투명해진다…급여 개선 건의시스템 개편
- 건선, 아직도 민간요법?…주사약 휴미라 버금가는 '먹는 건선신약' 등판
- 노원·대전·의정부 병원 통합 '을지 류마티스연구소' 개소
-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의 한숨…"경증 환자 쏠림으로 번아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