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혈액학회 총무이사이자 림프종연구회 김석진 위원장 인터뷰
'폴라이비' 병용치료, 표준치료 실패 확률 높은 고위험군에 효과적
림프종 중 가장 흔하며 공격적인 아형으로 대표되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DLBCL). 지난 20년간 DLBCL 1차 치료에는 일명 'R-CHOP(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독소루비신/빈크리스틴/프레드니손)'으로 불리는 병용요법 표준 치료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로슈가 개발한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폴라이비(성분명 폴라투주맙 베도틴)'가 글로벌 3상 임상연구(POLARIX 연구)를 통해 'R-CHP(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독소루비신/프레드니손)'과의 병용요법으로 기존 R-CHOP 대비 무진행생존율(PFS)에 유의한 개선을 입증해, 20년 만에 DLBCL 1차 치료에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하게 됐다.
로슈는 국내에서도 작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DLBCL 1차 치료에 '폴라이비+R-CHP' 요법을 허가 받았으며, 올 6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신청서를 제출해 현재는 항암제 급여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대한혈액학회는 재발을 거듭할수록 예후가 떨어지는 DLBCL 특성을 고려해 현행 표준요법인 R-CHOP 치료가 불충분하다고 예상되는 국제예후지수(International Prognostic Index, IPI)가 3~5점인 고위험 환자에서 '폴라이비+R-CHP' 치료가 가능하도록 정부에 급여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혈액학회 총무이사이자 림프종연구회 위원장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를 만나 DLBCL 최신 치료 지견과 국내 치료 환경에서 '폴라이비 + R-CHP' 요법이 갖는 역할에 대해 들었다.
- DLBCL은 어떠한 질환이며, 국내 환자 현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DLBCL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림프종이라는 질환에 대해 알아야 한다. 림프종은 우리 몸의 림프 조직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림프 조직이 전신에 존재하기 때문에 피부나 뇌 조직을 비롯한 모든 장기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림프종은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은 아니다. 한 해에 림프종 신규 환자는 6,000~7,000명 정도로 췌장암과 (신규 환자 발생) 규모가 비슷하다. 둘 다 발생 빈도가 높지 않지만, 췌장암을 모르는 일반인은 없다. 아마 가장 무서워하는 암 중 하나일 것이다. 그에 반해 림프종은 아직도 생소하게 받아들인다. 림프종은 70여 가지 이상의 세부 아형으로 나눠지며, 보다 미세하게 분류하면 100개 이상으로 나눌 수 있다. 즉, 환자 수는 많지 않은데 다양한 아형이 있고, 각각의 종류에 따라서 치료 방향과 성적이 달라져 이해하기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림프종을 호지킨 또는 비호지킨으로 나누고 비호지킨은 B세포 혹은 T세포로 나누는데, 이 B세포 림프종에서 세분화되는 여러 아형 중 하나가 DLBCL이다. 환자분들이 '도대체 제 병이 뭡니까?'라고 질문하면 '대한민국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과 같이 링프종 중에서 비호지킨, 그 중에 B세포, 그 중에서도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림프종은 이렇듯 세부 아형이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35~40%)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DLBCL이다. 림프종 신규 환자가 6,000명이라면 그 중 약 2,500명 이상은 DLBCL이다. 림프종은 일부 세부 아형을 제외하고는 발생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 몸의 림프 조직이 끊임없이 분열하고 외부 항원을 만나 증식하고 분열하는 과정 중 오류가 나타나서 생기는 병으로 생각되고 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는 병이다. 최근 평균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생 빈도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20년 전에는 신규 환자가 3,000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6,000~7,000명으로 늘어났다. 근 20여 년 사이 국내에서도 매년 발생 빈도가 늘고 있는 만큼, 절대적인 숫자가 작더라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질환이다.
- 앞서 림프종의 종류에 따라 치료 방향과 성적이 다르다고 했는데, DLBCL은 어떤가.
사람도 성격이 순하거나 공격적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림프종도 그렇다. 순한 림프종의 경우에는 진단만 받고 별도의 치료 없이 5~6년을 관찰만 하는 경우도 꽤 있다. 문제는 바로 치료해야 하는 공격적인 림프종인데, 대표적인 것이 DLBCL이다. DLBCL은 진단 받으면 병변이 작거나 크거나 병기와 상관없이 즉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1990년대까지는 B세포, T세포 림프종 등을 구분하지 않고 전부 항암치료를 진행했다. 항암제를 여러 가지 조합해서 사용해봤을 때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CHOP 요법'이 가장 낫다는 결론에 도달해 이를 표준 치료로 쭉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2000년 초로 넘어오면서 B세포 표면에 'CD20'이라는 항원을 결합해 암을 공격하는 '리툭시맙'이라는 항체가 등장했고, 이를 기존의 CHOP에 병용하는 'R-CHOP 요법'이 전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경부터 해당 요법에 의료보험이 적용됐다.
R-CHOP 요법은 3상 연구에서 기존의 CHOP 요법보다 무진행생존율(PFS)을 약 20% 향상시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DLBCL의 표준 치료가 됐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행된 많은 연구들에서 보여준 5년 전체생존율(OS) 및 5년 PFS 등을 감안하면, 전체 DLBCL 환자 중에서 60~65% 정도는 R-CHOP 요법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반면 약 40%의 환자는 R-CHOP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실패하며 재발을 경험한다. 여기에 더해 완치가 가능한 60%라는 수치에는 1~4기 환자가 전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1~2기 환자들이 해당 비율에 포함될 확률이 훨씬 높다. 또한 완치 환자들 중 일부는 R-CHOP 요법 이후 재발했다가 조혈모세포이식 혹은 다른 치료를 통해서 완치가 되는 경우도 포함됐다.
통상 R-CHOP 요법에도 불구하고 한번이라도 재발할 경우에는 또다시 재발을 겪고 결국 예후가 나빠질 확률이 높다. 물론 최근 표적치료제나 면역관문억제제, CAR-T 치료제, 이중항체 치료제 등이 등장하면서 재발된 환자들이 구제되는 경우도 증가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발하지 않는 것이다. 처음 진단 받은 이후 재발하지 않고 평생 잘 사는 것이 생명뿐만 아니라 삶의 질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처음 R-CHOP 요법을 발표했던 버틀랜드 코이피어(Bertrand Coiffier) 박사가 "DLBCL은 진단 시 최적의 치료를 해야 완치(Cure)를 보장할 수 있으며, 다음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그렇다면 현재 국내 DLBCL 치료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DLBCL은 처음 진단 받았을 때 효과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20년 동안 R-CHOP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림프종 다음으로 빈도가 높은 다발골수종의 경우는 1차 치료가 계속 바뀌고 있고, 여기에 보험이 적용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림프종은 아직도 R-CHOP 요법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R-CHOP의 한계를 인지하고 글로벌 3상 연구를 많이 진행했음에도 실패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우선, R-CHOP이 그 만큼 좋은 치료요법이라는 반증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임상시험에 R-CHOP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될 수 있는 덜 공격적이고 안정적인 환자들이 많이 포함돼 시험군이 차이를 입증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또한 림프종은 약의 효과만큼 부작용 관리도 굉장히 중요한데 부작용 측면을 해결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완전반응은 왔는데 합병증이 너무 심해서 감염 등으로 사망하면 결국 OS(전체 생존율)는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지난 20년 동안 R-CHOP을 뛰어넘는 입증된 새로운 치료옵션이 부재했던 가운데, POLARIX 연구에서 처음으로 '폴라이비+R-CHP' 요법이 R-CHOP 대비 개선된 PFS를 확인한 것이다. 앞서 얘기한 어려운 조건들을 뚫고 증명했다는 부분이 굉장히 고무적이다. 가끔 POLARIX 연구에서 보여준 PFS 혜택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 묻는데, 실제 진단 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R-CHOP 요법으로 상당수 환자들이 완치되고 있으니, 모든 환자가 아닌 R-CHOP 치료에 실패할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 환자들을 대상으로 처음부터 좀 더 효과적인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면 재발을 겪는 비율이 줄일 수 있을 것이며, 그에 따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 '폴라이비+R-CHP' 급여 대상에 대해, 학회가 'IPI 3~5점'인 환자로 급여 기준을 제시했다고 들었다. 해당 환자들이 가지는 임상적 특징은 무엇인가.
'IPI'란 ▲나이가 60세 이상인 경우 ▲건강상태(활동도)가 떨어지는 경우 ▲병기가 3기나 4기인 경우 ▲림프조직 이외의 장기를 2군데 이상 침범한 경우 ▲암세포 증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LDH(젖산탈수소효소) 수치가 증가한 경우 등 5개 항목에서 3점 이상일 때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4점 혹은 5점이 고위험군(High Risk)이며, IPI 3~5점이면 기본적으로 진행성 병기에 해당한다. 연령과 건강상태만으로는 2점에 그치기 때문에, 두 가지만 해당돼서는 고위험군에 절대 포함될 수 없다.
즉, 학회가 'IPI 3~5점'을 제시한 것은 암의 공격성과 종양의 정도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급여 대상을 정하자는 의미다. 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종양부담이 크고 공격적인 암이어서 그동안 진료현장에서 이미 모두가 은연 중에 인정한 'R-CHOP으로는 치료가 불충분한(Under treatment) 환자'에게 급여를 주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 '폴라이비'가 추가되는 치료요법인 만큼 독성이 늘어나지는 않을지 궁금하다.
'폴라이비+R-CHP' 요법은 기존 R-CHOP 치료에 폴라이비가 추가되면서, 폴라이비에 포함돼 있는 항암 성분과 겹치는 빈크리스틴을 제외하고 사용한다. 엄밀히 말하면, 항암제의 개수는 동일한 것이다. 빈크리스틴을 단순 투여하는 대신에 항체에 붙여서 보다 효과적으로 타깃 세포에 전달할 수 있게 바꿨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R-CHOP 그대로 사용하면서 다른 기전의 약이 추가되는 것이라면 6제 치료가 되겠지만, 해당 요법은 하나의 약제를 제외하고 하나의 약제를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나이가 많고 활동도가 떨어지는 환자들 중 병기가 4기인 경우, 지금도 R-CHOP 용량을 줄여서 사용하고 있다. 소위 말해 효과가 부족한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환자들에서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가 세포독성항암제보다 상대적으로 독성이 덜하다. 폴라이비가 효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진행성 병기 환자에서 재발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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