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OS가 알려주는 비뇨기암의 모든 것]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한현호 임상조교수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등 비뇨기계 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비뇨기계 종양의 경우 로봇수술 도입 이후 수술 성적이 좋은데다 양성자 및 중입자 치료기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료환경이 좋은 편이다. 더욱이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효과 좋은 항암제들이 나오고 있어 진행성 비뇨기종양의 경우에도 좋은 치료 성적을 기대할만 하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대한비뇨기종양학회와 <KUOS가 알려주는 비뇨기암의 모든 것>이라는 연재를 통해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등에 대한 환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예정이다. <편집자주>

우리는 모두 다르다. 우리의 얼굴과 목소리가 다르듯, 우리 몸속 세포의 DNA도 각자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 전립선암 치료의 패러다임도 이러한 개인의 유전적 차이를 존중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암이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치료법이라는 희망의 빛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내 몸에 맞는 치료법 있다"…유전자검사가 바꾸는 치료패러다임

"선생님, 제 암은 다른 환자와 다른가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 질문에 이제는 자신 있게 "네, 다릅니다"라고 답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현미경으로 암세포를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이제는 분자 수준에서 암의 '지문'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 변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생식세포 돌연변이(germline mutation)'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일종의 '유전적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살아가면서 암세포에서 새롭게 발생한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다. 이는 마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몸에 생긴 '후천적 변화'와 같다.

특히 BRCA1과 BRCA2 유전자의 변이는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듯,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예방을 위해 양쪽 유방을 절제했던 이유도 바로 이 BRCA1 유전자의 변이 때문이었다. 남성의 경우 이 유전자들의 변이는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이고, 질병의 경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암세포 약점 정조준"…BRCA 변이 환자의 희망이 된 맞춤형 치료제

"저는 다른 환자들과 같은 약을 써야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전립선암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꼴(약 20~25%)로 BRCA1, BRCA2를 포함한 HRR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된다. 특히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는 일반적인 표준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처음부터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유전적 차이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할 때 놀라운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PROfound 연구에서는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들이 PARP 억제제인 올라파립(Olaparib) 치료를 받았을 때, 질병 진행 위험이 무려 66%나 감소했다. 쉽게 말해, 암의 성장을 두 배 이상 오래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희망적인 결과는 다른 연구들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PROpel 연구에서는 올라파립과 아비라테론(abiraterone)의 병합요법이 BRCA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서 질병 진행 위험을 약 78%까지 감소시켰다. MAGNITUDE 연구에서는 니라파립(Niraparib)과 아비라테론의 병합이, TALAPRO-2 연구에서는 탈라조파립(talazoparib)과 엔잘루타마이드(enzalutamide)의 병합이 각각 47%와 55%의 질병 진행 위험 감소를 보였다.

이는 마치 암세포의 '아킬레스건'을 찾아내어 정확하게 공략하는 것과 같다. PARP 억제제는 특히 BRCA 변이를 비롯한 HRR 돌연변이 암세포의 약점을 정확히 공략, 모든 암세포에 같은 무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각 암세포의 약점에 맞는 '맞춤형 무기'를 사용하는 전략이다.

"암세포 약점 정조준"…BRCA 변이 환자의 희망이 된 맞춤형 치료제

유전자 검사의 가치는 BRCA 변이를 찾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린치 증후군(dMMR/MSI-high/TMB-high)이 있는 전립선암 환자들에게는 면역치료제인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이 효과적이다. KEYNOTE-158 임상 연구에서는 객관적 반응률 34%, 완전 관해율(암이 완전히 사라진 비율) 11%라는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이는 전립선암 치료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다.

또한 SPOP 유전자 변이를 가진 전립선암 환자들은 엔잘루타마이드, 아팔루타마이드, 아비라테론 같은 호르몬 치료제에 특히 잘 반응한다. 반면, TP53 유전자에 결손이 있는 경우에는 암이 더 공격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 좀 더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이처럼 유전자 검사 결과는 마치 내비게이션과 같이 환자와 의료진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경로를 안내해 준다.

"선택이 아닌 필수"…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유전자 검사

2025년 NCCN 가이드라인과 대한비뇨기종양학회의 가이드라인은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특히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들에게는 HRR, MSI/dMMR, TMB 등의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이다.

국제적인 전문가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의하고 있다. APCCC 2024 설문에서는 전문가의 59%가 체세포 돌연변이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생식세포 돌연변이 검사를 권장했으며, 36%는 체세포 검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있을 때 생식세포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내 몸에 맞는 치료로 희망 키운다"…환자와 가족에게 전하는 메시지

암 진단을 받은 순간, 많은 환자와 가족들은 깊은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한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와 맞춤형 치료의 발전은 이러한 암과의 싸움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전립선암 환자라면 담당 의사와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하길 권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중요하다. 검사 결과를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때로는 가족 구성원들의 암 예방에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어제의 '불가능'이 오늘의 '가능'이 되고, 오늘의 '희망'이 내일의 '현실'이 된다. 유전자 검사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는 단순히 암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많은 소중한 순간들을 선물할 것이다.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면, 유전적 특성에 맞는 최적의 치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바로 담당 의사와 함께 당신만의 맞춤형 치료 여정을 시작하자.

한현호 교수
한현호 교수

한현호 교수는 연세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비뇨의학과를 수련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에서 비뇨의학과 임상조교수이자, 암병원 암 지식정보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6년부터 세계적인 암 전문 치료기관이자 연구 기관인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장기 연수를 한 의사 과학자로서, 대한비뇨기종양학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에서 출간한 <비뇨암 유전자 검사 가이드라인> 전립선암 부분의 주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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