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럭비 선수 주가람이 앓고 있는 '중증근무력증'
약 15% 환자, 기존 치료제로 조절 안 돼…'신약' 급여 절실
거동도 힘들었던 환자, 임상시험서 신약 쓴 뒤 일상생활 가능

한때 럭비계 아이돌로 불릴 정도로 유명했던 스타 선수로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쁨을 누렸지만 시상식 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복용으로 금메달 박탈이라는 불명예를 겪은 한 선수가 3년 만에 만년 꼴찌인 한양체고 럭비부 감독으로 돌아왔다. SBS 주말드라마 '트라이'에서 윤계상씨가 맡은 주인공 주가람 감독의 이야기다.   

전도유망했던 주가람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2022년 아시안컵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운동한다고 술담배도 안하고 선수 인생 정점인 시기였던 주가람 선수가 큰 대회를 앞두고 약을 먹을 수밖에 없던 것은 바로 그에게 찾아온 희귀병 '중증근무력증' 때문. 

트라이 1편에서는 주가람 감독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면이 나온다. 입원실을 찾은 한양체고 교장에게 주치의는 중증근무력증을 진단하며, 팔과 다리의 운동 능력이 저하되는 증상만 있었는데 호흡기 마비가 왔다고 설명한다. 결국 주가람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경기에 뛰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에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을 복용하게 된 것이다.

SBS 드라마 '트라이' 장면 캡쳐
SBS 드라마 '트라이' 장면 캡쳐

중증근무력증, 도대체 어떤 병이길래?

중증근무력증은 우리 몸 전체에 깔려있는 신경근육접합부에 생긴 단백질에 대한 자가항체가 생겨 결국 근력이 떨어지는 '만성자가면역신경근육질환'이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신하영 교수에 따르면 초기에는 주로 눈 근력 약화로 시작되지만 점차 인후두의 근력 약화로 삼키는 것이 어려워지고 팔다리의 근력이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며 결국 호흡근마저 약화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생명이 위협받는다.

5세 미만 아이부터 고령층까지 전 연령층에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중증근무력증 환자 발생률(전체 인구 중 질병의 실제 발생 비율)은 2010년 10만 명당 1.18명에서 2018년 1.81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중근무력증 유병률(전체 인구 중 질병 유병 비율)도 2010년 인구 10만 명당 7.5명에서 2018년 10만 명당 11.15명으로 늘었다. 이같은 추이를 볼 때 현재 국내 중증근무력증 환자 규모는 1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증근무력증은 고령 환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빠르게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근육이 비가역적으로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제때 치료하면 가역적으로 근력이 돌아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신하영 교수는 "실제로 중증근무력증이 악화돼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고 기존 중증근무력증 급여 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해 결국 직장생활을 접어야 했던 사람이 신약 임상시험에 참가해 다시 직장생활이 가능할만큼 좋아진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열악한 국내 중증근무력증 치료 현황…'신약' 급여 필요

하지만 현재 국내 중증근무력증 치료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중증근무력증은 약물치료, 수술치료, 혈장교환술로 치료한다. 보통 약물치료를 하는데, AChR 항체 양성 환자에게는 콜린에스터분해효소억제제인 '피리도스티그민'을 기반으로 한 치료를 한다. 콜린에스터분해효소억제제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더하는 식이다. 이런 약물치료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전신형 AChR 항체 양성 중증근무력증 환자에게는 흉선종이 없어도 흉선절제술을 한다.

약물치료와 수술치료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 중증근무력증 위기가 온 환자에게는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를 놓고, 혈장교환술을 한다. 혈장교환술은 환자의 혈장에 존재하는 질병 유발 항체인 자가항체를 제거하기 위해 혈액성분채집기로 환자의 혈장을 제거하고 보충액을 주입하는 응급치료다.

하지만 이같은 치료를 해도 증상 조절이 되지 않는 중증근무력증 환자가 전체의 15% 정도나 된다. 최근 중증근무력증 악화 기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라불리주맙, 질루코플란 같은 보체억제제, 로자놀릭시주맙, 에프가티지모드 같은 신생아Fc수용체억제제 등 고가 신약이 허가됐지만 현재 이 치료는 비급여다. 

'기존 급여 약제로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만이 아니라 스테로이드치료로 인해 피부가 얇아져서 조금만 부딪혀도 찢어지거나, 혈당 조절이 안 돼 당뇨병이 생긴데다 당뇨병으로 인해 다른 위험에까지 노출되거나 심각한 골다공증이 생긴 '약제 부작용이 너무 심한 중증근무력증 환자들'도 새로운 치료 대안이 필요하지만 모두 고가이고 아직 비급여여서 중증근무력증 환자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신하영 교수는 "국내 도입된 중증근무력증 신약들이 빠르게 급여 적용돼 기존 급여 치료 약제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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