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조준연 교수에게 듣는 '폐섬유증'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증' 환자가 최근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국내 크게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폐섬유증은 특별한 발병 원인을 못 찾은 '특발성폐섬유증'이 전체 폐섬유증의 20~30%를 차지하며 이외에 200여종에 달하는 폐섬유증이 존재하는데, 질병관리청 '희귀질환자 통계연보'에 따르면, 특발성폐섬유증 발생자 수는 2020년 3,737명, 2021년 4,450명으로 1년 새 약 20% 늘었다.

폐섬유증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데다 치료도 쉽지 않아 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충북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조준연 교수는 유튜브 채널 '충북대학교병원'에서 "폐섬유증은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희귀질환"이라며 "어떤 연구에서는 진단 후 5년 뒤 생존 확률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는 나쁜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의사들은 암보다 나쁜 병이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때 폐섬유증을 의심할 수 있을까? 조준연 교수는 "폐섬유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숨이 차는 것"이라며 "특히 오르막을 오르거나 빨리 걸을 때 숨이 차고, 병이 다소 진행된 경우라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기도 한다. 숨이 차는 증상은 대부분 수년 혹은 수개월 전부터 발생해 서서히 나빠지는데, 어떤 경우에는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은 기침을 자주 하고 가래는 대개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어떤 환자들은 투명한 점액질의 가래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며 "걸을 때 숨이 차고 기침을 자주 한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고, 필요하면 대학병원을 방문해 호흡기내과 진료를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폐섬유증 환자의 대부분은 65세 이상이고, 남성이 대부분이다. 이 병의 유발 인자로 잘 알려진 것도 있다. 조준연 교수는 "폐섬유증은 흡연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폐섬유증이 있으면 우리 몸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 교수는 "우리 몸은 많은 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이 세포들은 산소가 있어야 살 수 있고,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숨을 쉬면 산소는 기관지라는 파이프관을 통해 폐로 들어오게 된다. 최종적으로 허파꽈리(폐포)를 통해 산소가 혈액으로 전달되는데, 허파꽈리와 혈관이 제 기능을 하려면 지지구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간질"이라며 간질이 점차 두꺼워지는 병이 폐섬유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준연 교수는 "폐섬유증이 점차 진행하면 폐 간질 부위가 점점 딱딱해지고 허파꽈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폐섬유증"이라며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폐섬유증'도 있지만,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생기면서 폐가 같이 굳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이유로든 간질이 점차 두꺼워져 허파꽈리에서 혈관으로 산소 전달이 잘 안 되면서 폐섬유증 환자는 숨이 차다고 느낀다.

폐섬유증이 의심돼 병원에 가면 우선 확인하는 것이 있다. 폐가 유해한 환경에 자주 노출된 적이 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해 환자의 직업, 취미생활, 복용약, 반려동물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 조 교수는 "폐기능검사와 6분 보행검사를 통해 병의 중한 정도를 평가하게 되고, 때로는 심장초음파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흉부 CT검사는 반드시 해야 하며, 진단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행이 많이 된 폐섬유증 환자의 CT 사진은 벌집 모양 음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준연 교수는 "벌집 모양 음영이 확실히 있다면 조직검사를 하지 않아도 폐섬유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만약 CT 검사 결과가 진단에 불충분하다면 폐조직을 분석해서 진단해야 한다. 폐조직을 얻기 위해서는 기관지 내시경검사나 수술을 할 수 있다. 큰 조직을 얻어서 분석을 해야 진단이 잘 되기 때문에 내시경검사 보다 수술을 통해 조직을 얻는 것이 가장 좋다"며 "요즘은 주로 흉강경수술을 해서 전신마취 수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굳어진 폐, 치료해도 못 되돌려 조기 진단·치료 중요…신약 임상시험 활발

폐섬유증으로 이미 굳어진 폐는 치료해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 조 교수는 "폐섬유증은 주로 약물로 치료하고, 현재 피르페니돈(제품명 피레스파)과 닌테다닙(제품명 오페브)이라는 2가지 먹는 약이 치료에 사용된다. 이 약들은 폐를 굳게 만드는 섬유모세포의 활동을 억제시켜서 치료 효과를 낸다"면서도 "이러한 약들은 딱딱하게 굳어있는 폐를 원래대로 돌려주지는 못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주고 갑자기 나빠지는 급성 악화가 발생할 확률도 줄여준다. 조준연 교수는 "약을 먹는 것이 안 먹는 경우와 비교해 환자의 생존에 유리하다는 결과를 보여준 연구가 있다"면서도 "모든 약에 부작용이 있듯이 이러한 약들은 메스꺼움, 구토, 소화불량, 설사, 식욕 감소, 피부발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심한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간에 포기하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인 것은 현재 효과기 기대되는 신약 임상시험이 폐섬유증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병이 점차 진행하면 가정용 산소치료를 받아야 하고, 말기 상태가 됐을 때 환자의 나이가 아주 많지 않고 폐 이외에 비교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폐이식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또 현재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많은 약들에 대한 활발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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