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신영섭 교수에게 듣는 '폐암 응급상황'
폐암 환자라면 꼭 알아둬야 할 응급상황이 있다. 폐암 자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상대정맥증후군'과 폐암에서 흔히 일어나는 뇌 전이와 뼈 전이로 인한 '두개압 상승', ' 척수압박' 3가지가 그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신영섭 교수는 대한폐암학회 유튜브 채널 '폐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폐암 환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응급증상으로 상대정맥증후군, 두개압 상승, 척수압박을 꼽으며 암치료 과정 중 이같이 증상이 있을 때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암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첫 번째 응급상황은 양쪽 폐 사이에 있는 상대정맥이 막히거나 눌리는 응급상황인 '상대정맥증후군'이다. 신영섭 교수는 "상대정맥은 머리나 목, 팔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돌려보내는 길로, 폐암이 진행하면서 림프절 전이가 생기면 종격동 림프절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상대정맥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대정맥증후군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암으로 꼽히는데, 그 중 폐암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신 교수는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암에 의한 상대정맥증후군) 그 절반 이상이 폐암으로 보고돼 있다. 폐암 환자의 8% 정도까지 상대정맥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정맥증후군이 잘 생기는 폐암 종류가 있다. 신영섭 교수는 "비교적 폐의 가운데 부분에서 생기는 소세포폐암이나 편평상피세포암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고 짚었다. 또 케모포트(항암제 투여, 수액 주입, 혈액 채취 등을 위해 피부 밑에 이식하는 중심정맥관의 하나)에서 발생하는 혈전이 원인이 돼 상대정맥증후군이 암 환자에게 발생하기도 한다.
이땐 어떤 증상이 생길까? 신 교수는 "상대정맥증후군이 생기면 목이나 팔로부터 심장으로 가는 혈액순환이 안 되기 때문에 머리에 무거운 느낌이 들거나 두통, 얼굴과 팔의 부종, 숨이 찬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상대정맥이 막혀 심장으로 혈액이 들어가지 못하면 주변에 다른 우회로를 통해 가야 해 목, 흉벽의 작은혈관들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상대정맥증후군이 생긴 폐암 환자에게는 상태에 따른 다양한 치료가 이뤄진다. 신영섭 교수는 "3기 폐암이라면 근치적 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해볼 수 있고 4기 폐암 환자에게는 맞는 약을 찾아 항암치료를 시작한다"며 "증상이 심하거나 빠르게 진행할 때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주치료가 시작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치료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을 벌기 위한 치료로 주로 사용되는 것은 혈관스텐트삽입술과 방사선치료다. 신 교수는 "스텐트삽입술은 혈관을 통해 접근해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 안에 작은 금속망 튜브를 넣어서 혈류를 다시 열어주면 빠른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또 "상대정맥 근처 종양 병변에 대한 방사선치료를 통해 종양을 줄이고 혈관을 다시 열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정맥 주변의 종양 완화가 목적일 때의 방사선치료는 일반적으로 암 환자에게 하는 방사선치료 보다 기간이 짧다. 신영섭 교수는 "일반적으로 1~3주 정도 짧은 기간의 방사선치료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혈류 순환을 돕기 위해 상체를 올린 자세를 취하거나 호흡곤란을 완화시키기 위해 산소치료를 하기도 한다. 항응고제,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도 쓰일 수 있다.
상대정맥증후군 외에 뇌 전이에 의한 두개내압 증가, 척추 전이에 의한 척수압박도 폐암 환자가 꼭 알아야 할 응급상황이다. 신 교수는 "이런 상황들은 모든 암의 전이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폐암에서 상대적으로 뇌 전이와 뼈 전이가 흔하고 척수 압박의 원인으로 가장 흔한 암도 폐암이기 때문에 폐암 환자가 알아두면 좋다"고 말했다.
우리 뇌는 단단한 두개골로 싸여 있고 두개골 안에는 뇌조직, 혈액 그리고 완충 역할과 영양 공급 등을 하는 뇌척수액이 함께 존재한다. 두개골 안의 공간은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종양이 생기거나 종양이 뇌척수액의 순환을 방해하면 두개골 안에 압력이 높아지는 뇌압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때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신영섭 교수는 "두개내압 상승의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라며 "매스껍거나 구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전이된 뇌 종양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신 교수는 "뇌의 각 부분의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종양의 위치에 따라 성격 변화, 의식 저하, 마비, 시력이나 시야 손상 같은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두개내압 상승 시 어떤 치료가 이뤄질까? 신영섭 교수는 "뇌전이나 신경이 눌리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는 약물 중 하나는 스테로이드"라며 "종양에 의해 조직 주변의 혈관이나 구조물들이 눌리게 되면 부종이 생기고, 부종이 이미 상승한 뇌압을 더 높게 만들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부종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때의 스테로이드 치료는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낼까? 신 교수는 "스테로이드 사용 후에는 일시적으로라도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두개내압 상승 시 수술 치료가 이뤄지기도 한다. 신영섭 교수는 "종양의 크기가 크고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 스테로이드를 써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 등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두개내압 상승 시 수술 방법은 2가지다. 신 교수는 "수술 방법은 종양 자체를 수술을 통해 제거할 수도 있고 뇌척수액의 흐름에 방해가 될 경우에 뇌척수액이 있는 뇌실과 두개골 바깥의 공간을 관을 통해 연결해주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 종양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다.
또한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의 방사선치료 기간은 일반적인 암 방사선치료 기간보다 짧다. 신영섭 교수는 "이때 방사선치료 기간은 1~3회 정도로 짧게 치료를 하기도 하고 2~3주 정도의 기간 동안 치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폐와 더불어 전신의 종양을 조절하기 위한 항암치료를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개내압 상승과 같은 이유로 척수압박도 응급상황이다. 신 교수는 "척수는 뇌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신경 통로"라며 "폐암은 뼈 전이가 자주 발생하고, 뼈 전이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곳이 척추뼈다. 척추에 전이된 종양이 자라서 뼈를 넘어서 척추관 안에 들어 있는 척수를 누르게 되면 척수압박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척수압박의 대표 증상은 통증이다. 신영섭 교수는 "척수압박이 주로 뼈 전이로부터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증이 가장 흔한 증상"이라며 "또 척수 신경이 우리 몸에서 운동, 감각 반사 등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척수 신경이 기능을 못하게 되면 마미나 감각 저하, 배뇨장애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척수는 뇌로부터 아래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척수압박이 생기면 압박이 발생한 위치의 아래쪽이 기능을 잘 못하게 되고 압박의 위치에 따라 증상의 양상이나 범위가 달라지게 된다. 이런 까닭에 주로 MRI검사를 통해 병변을 확인하고, 척추 전이 병변이 뼈를 뚫고 척추관 안의 공간을 얼마나 침범했는지에 따라 단계를 나눠 치료방법을 정한다.
신 교수는 "스테로이드는 부종을 줄여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척수압박에서도 수술 여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게 되고 수술 여부는 척수 압박의 단계나 신경학적 증상의 유무, 증상 진행의 속도, 척추뼈의 골절 가능성을 평가하는 구조적 안전성의 여부,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등에 따라 치료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척수압박일 때 수술은 어느 경우일 때 할까? 신영섭 교수는 "수술은 척수압박 증상이 심하고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에 '가장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가능하면 조기에 척수압박을 해결해 주는 것이 신경의 회복을 돕는다. 수술을 통해 척수 주변의 종양을 제거하고 척추관 일부를 열어 줘 척수가 받는 압박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이때 방사선치료가 흔히 수술 후속치료로 이어진다. 신 교수는 "수술 후 많은 환자가 방사선치료를 이어서 받게 되는데, 수술을 통해 척수 주변의 종양을 제거해주면 남은 종양 병변에 대해서는 안전하게 더 많은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하는 경우에는 종양을 줄이기 위한 치료로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같은 응급상황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항암치료도 필요하다. 신영섭 교수는 "이러한 응급상황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환자들이 이후에 후유증 없이 삶의 질을 유지한 채로 다음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다"며 "이런 증상들을 기억해두고 혹시 그런 증상이 발생하면 담당 의료진과의 빨리 상의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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