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용 교수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암학회

간암은 2022년 기준 1위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일 정도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정복'이라는 미션 아래 2017년부터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암학회와 함께 <KLCA의 간암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전달되는 근거중심의 올바른 정보들이 간암을 정복하는데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은 전 세계 간질환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지난 30년간 치료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해 왔다. 그 여정은 외과적 치료의 정립 → 국소•색전 치료의 확립 → 표적치료와 면역항암•정밀 방사선치료의 확장으로 요약되며, 각 시기는 임상 근거의 축적과 기술발전, 그리고 국내 진료 환경의 변화가 함께 작용했다.

수술적 치료와 간이식의 발전(1980s~현재)

간 절제술은 간암 치료의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1980~1990년대에는 고식적 개복수술이 주류였다. 이후 초음파 유도 절제, 간내 혈류 차단(Pringle maneuver)과 실질 절제기술 개선 등이 도입되며 수술 사망률이 10% 이상에서 2% 이하로 감소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소형 병변에서의 해부학적 절제(anatomic resection), 복강경 및 로봇 간절제술이 도입돼 수술 범위의 안전성과 미용적 이점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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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확산했다. 1996년 Mazzaferro 교수가 제시한 밀란 기준(Milan criteria)은 간이식의 적응증을 표준화하며, 단일 ≤5cm 혹은 3개 이하(각 ≤3cm) 병변에서 5년 생존율 70% 이상을 보고했다. 이 기준은 이후 전 세계 이식 프로토콜의 근간이 됐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생체간이식(living donor liver transplantation, LDLT)이 활발히 시행되면서 공여자 부족 문제를 극복하며, 간경변 동반 간암 환자에서도 장기 생존을 가능케 했다. 이후 UCSF criteria, Kyoto criteria 등 각 기관마다 확장된 이식 기준이 제시됐고, 국내에서도 MRI•FDG-PET 등 생물학적 지표를 이용한 ‘downstaging 후 이식’ 전략이 실제 임상에 도입됐다. 최근에는 TACE, RFA, SBRT, 면역항암제 등을 이용한 ‘bridging 혹은 downstaging therapy’ 후 간이식을 시행하는 통합적 치료 접근이 활발하다.

국소치료의 확립기(1990s~2000s 초)

1990년대 중반까지 간암의 비수술적 치료는 경피적 에탄올주입요법(percutaneous ethanol injection, PEI)이 중심이었다. 이후 국소열치료(radiofrequency ablation, RFA)가 도입돼 작은 병변(≤3cm)에서 PEI 대비 우월한 국소제어율과 생존율을 보이며 조기 간암(≤3cm 3개 이하)에서 표준치료로 확립됐다.

경동맥 화학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는 1980년대 후반부터 도입됐으나, 1995년 NEJM 보고에서는 생존 이득이 없고 간부전 발생률이 높아 조기 종료됐다. 그러나 이후 시술 기술과 환자 선정이 정교화되며 2002년 두 개의 RCT(Llovet et al., Lo et al.)에서 생존 개선이 입증됐고, 2003년 메타분석으로 그 근거가 확립됐다. 이에 따라 TACE는 BCLC 중간기(intermediate stage) 환자의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에서도 2003년 이후 대한간암학회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 이후 DEB-TACE(Drug-eluting beads TACE) 등 변형 기법이 도입돼 치료 효율성을 높였다.

방사선 치료와 방사선색전술의 진화(2000s~현재)

과거에는 간암에서 외부 방사선치료(External Beam Radiation Therapy(EBRT))는 간독성 위험으로 제한됐으나, 3D-CRT, SBRT, IMRT 등 정밀 방사선기법의 발전으로 인해 국소 고용량 조사가 가능해졌다. 특히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 TACE 후 잔존 또는 재발 병변에서 EBRT가 국소제어율과 생존율을 향상시킴을 보고하였고, 2022년 대한간암학회 가이드라인에서 TACE 불응 또는 불가, 혈관침범 등 국소 진행 시 고려 가능한 치료로 권고되고 있다.

방사선색전술(transarterial radioembolization, TARE)은 방사선동위원소(Yttrium-90(Y-90))를 포함하는 미세구를 이용하여 간동맥 내에 방사성 입자를 주입하는 체내 방사선 조사를 하는 방사선요법의 일종이다. 현재는 TACE 불응•불가, 혈관 침범 환자의 대체•병합 요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초기 간암 환자에서 근치 목적의 방사선분 절절제술을 시도해 볼 수도 있어 향후 근치적 치료나 이를 위한 병기하강, 가교치료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한때, 국내에서도 홀뮴-166(Ho-166) 마이크로스피어를 활용한 국산 방사선색전술이 개발됐으나 이후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표적치료의 시대 (2008~2018)

2008년 SHARP 연구에서 소라페닙이 절제불가능한 간암 환자에서 전체생존(overall survival, OS)을 약 3개월 연장시킨 것을 입증하며 전신치료의 새 시대를 열었다. 이후 레고라페닙(RESORCE, 2017), 렌바티닙(REFLECT, 2018), 카보잔티닙(CELESTIAL, 2018) 등의 3상 연구로 표적치료의 옵션이 확장됐다.

 국내에서는 2010년 소라페닙, 2019년 렌바티닙이 보험 등재돼 1차 치료로 자리잡았지만, 생존 연장 폭이 제한적(2~3개월 수준)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면역항암 복합요법과 보조요법의 시대(2020~현재)

IMbrave150(2020) 연구는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이 소라페닙 대비 OS와 무진행생존(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을 모두 개선함을 입증하며, 약 10년 만에 1차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전환점이 됐다. 국내에서는 2021년 보험 급여가 시작돼 현재 대부분의 1차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HIMALAYA(2022) 연구의 STRIDE 요법(트레멜리무맙 1회 + 더발루맙 정기투여) 역시 OS 개선을 입증하여 두 번째 1차 면역병용요법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최근에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 병용은 CheckMate 040에서 소라페닙 이후 치료군에서 객관적 반응률 30%, 지속반응기간 중앙값 17개월 이상을 보여 dual checkpoint inhibitor 요법으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제시했다.

한편, EMERALD-1(2024) 연구에서는 TACE에 더발루맙과 베바시주맙을 병용한 치료가 TACE 단독 대비 PFS를 유의하게 개선함을 보이며, ‘TACE-Plus’ 개념을 확립했다. 

결론 및 시사점

간암 치료는 수술•국소치료 중심의 시대에서 복합•정밀치료 시대로 급격히 진화해왔다. 1990년대 생존이득조차 불확실했던 TACE가 2000년대 표준치료로 자리잡았고, 2020년대에는 면역•항VEGF 병용 및 방사선•전신 병합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 간암 치료의 역사는 ‘임상근거의 축적과 치료기술의 정밀화의 역사’이며, 향후에는 면역미세환경 분석, 분자표지자 기반 치료 선택, 영상 반응 통합평가 등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박준용 교수
박준용 교수

박준용 교수는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로 세브란스병원에서 간암, 간경변증, 바이러스성간염, 각종 지방간염, 자가면역간염 등 희귀 난치 질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현재 대한간암학회 학술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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