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한 교수

간암은 2022년 기준 1위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일 정도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정복'이라는 미션 아래 2017년부터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암학회와 함께 <KLCA의 간암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전달되는 근거중심의 올바른 정보들이 간암을 정복하는데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간경변증이란 무엇일까. 흔히 간경화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 명칭은 간경변증이다.

정상적인 간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염증과 회복이 반복되다 보면 간세포가 재생되지 못하고 죽은 세포 주위로 간섬유화가 진행된다. 간섬유화는 상처를 치료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흉터로 간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과정인데 계속 진행되면 간경변증이 발생한다. 

1816년 세계 최초로 청진기를 발명한 프랑스 의사 르네레낙(Rene Laennec)은 시체해부에도 관심이 깊었는데 간섬유화가 진행되면 간표면이 오렌지 껍질처럼 딱딱하고 울퉁불퉁하게 변하는 것을 보고 오렌지(Kirrhos)라는 그리스 말과 비슷하게 간경변증(Cirrhosis)이라고 처음 명명했다.

간경변증은 간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간암 환자의 약 80%에서는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을 만큼 간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정상인의 연간 간암 발생률은 0.01%에 불과한 반면, 간경변증 환자는 연간 2~5%로 무려 200~500배나 높다. 만성적인 염증과 섬유화로 간 조직이 손상되면, 우리 몸은 손상된 부분을 복구하기 위해 간세포를 끊임없이 재생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정상적인 유전자 변이가 축적되면 결국 암세포가 생겨난다. 간경변증의 원인질환이 직접적으로 암세포 발생에 관여하기도 한다.

간경변증의 원인과 간암 발생 위험도

간경변증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에 따라 간암이 생길 위험도가 다르다. B형간염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원인으로 위험도도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1년에 100명 중 3-8명 정도가 간암에 걸릴 수 있다.

C형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의 경우 1년에 100명 중 1-4명 정도가 간암에 걸린다. C형간염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는 약이 나왔지만 이미 간경변증이 진행된 경우에는 치료 후에도 간암 발생 위험이 남아있어 계속 선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술로 인한 간경변증은 1년에 100명 중 1~2명 정도가 간암에 걸리며, 계속 술을 마시면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 대사이상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아 1년에 100명 중 0.5-2명 정도가 간암에 걸리나 최근 서구식 식습관과 비만, 당뇨병이 늘어나면서 비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B형간염, C형간염, 술, 대사이상 지방간염 모두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간암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간경변증까지 진행한 경우 그 위험도는 매우 높아진다.

간경변증으로 인한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인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

첫째, B형간염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면 받고, C형간염 감염 경로(오염된 주삿바늘, 면도기, 칫솔 공용 사용 등)를 피해야 한다.

둘째, 금주는 필수. 알코올은 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알코올성 간경변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B형간염, C형간염 등 다른 만성 간질환과 동반시 간경변증 및 간암 발생 위험도가 더욱 높아진다.

셋째, 이미 B형간염, C형간염이 진단된 경우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통해 간경변증으로의 진행과 간암 발생을 함께 막는다.

넷째, 체중관리와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사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한다.

다섯째, 이미 간경변증을 진단받았다면 간암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6년부터 만 40세 이상 고위험군(간경변증, B형간염, C형간염)을 대상으로 간암 조기검진 1년에 2회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AFP)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간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니 적극 참여하여 간암 완치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김정한 교수
김정한 교수

김정한 교수는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건국의대 내과학교실 소화기내과 교수로, 바이러스 간염과 간경변증, 지방간, 간암에 대한 진료와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대한간암학회 홍보이사, 대한간학회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5 대한간학회 C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위원, 2015~2016 질병관리본부 ‘검진 기준 및 질 관리반’ 성인 검진분야 간질환 전문 기술분과 위원, 2016~2017 대한의학회 알코올성 간질환 SR 위원, 2016~2017 호스피스 실무 추진단 말기진단 기준 자문위원, 2018~2019 중앙호스피스센터 정책자문위원, 2022 대한간학회 자가면역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제정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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