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

간암은 2022년 기준 1위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일 정도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정복'이라는 미션 아래 2017년부터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암학회와 함께 <KLCA의 간암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전달되는 근거중심의 올바른 정보들이 간암을 정복하는데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감시검사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의학용어보다는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단어처럼 들린다. ‘감시’라는 단어의 영문 표현은 ‘surveillance’인데, 어떤 대상을 통제하기 위해 주의하여 지켜본다는 것이 사전적 의미다.

그러니까 요주의 인물 또는 위험 인물에 대해 비정상 행동 또는 범죄 행위를 하는지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감시의 뜻인데, 감시검사라는 것은 간암이 발생하는지 주의하여 지켜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절한 검사를 하면서 지켜보겠다는 의미가 되겠다.

그럼, 어떤 사람을 감시하겠다는 것인가? 범죄 행위에 있어서도 이미 전과가 있거나 그러한 행위를 할 위험이 큰 사람을 감시하듯이, 간암의 감시검사 역시 간암이 생길 위험이 평균적인 일반인보다 높은 소위 ‘고위험군’에 대해서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감시검사와 유사하지만 다른 의미를 갖는 용어로 선별검사라는 것이 있다. ‘선별’이라는 것은 가려서 따로 나누거나 골라서 추려 낸다는 뜻을 가진 단어로 영문 표현은 ‘screen’이다.

선별과 비슷하지만 또다른 것으로 ‘감별(discrimination)’이 있다. 병아리 감별사는 수많은 병아리들을 순식간에 숫놈과 암놈으로 구별해 낸다. 이렇게 감별은 둘 또는 몇가지의 비슷하지만 다른 것들을 구별하는 것이고, 선별은 대량의 것들 중에서 특정 성질을 가진 것들을 골라 추린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렇게 장황하게 선별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것은, 선별검사와 감시검사는 완전히 다른 의미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대장암 선별검사는 그 검사를 받는 대상이 특정 나이 이상의 성인 전체가 된다. 그러니까,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특히 높은 사람들이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성인이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간암 감시검사의 대상이 되는 고위험군은 누구일까?

간암 (명확히 말하면 간세포암종)환자를 100으로 둘 때, 그 중 95% 이상이 다음 세가지의 위험요인을 가진다. 간경변증(간경화), 만성 B형간염, 만성 C형간염.

간암 발생의 위험요인은 다른 어떤 암과도 다르게 명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간암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한 감시검사의 대상은 간경화가 있거나 만성 B형간염 또는 만성 C형간염이 있는 환자들이다. 그럼, 이런 위험요인을 가진 환자들에게 간암 감시검사를 적용하면 효과적으로 간암 조기발견이 되고 생존이 연장되는가?

임상의학에서 어떤 중개가 효과적인지를 확인하려면 무작위 대조연구가 필수적이다. 간암 감시검사가 고위험군에서 효과적인지에 대해 1990년대 중국에서 무작위 대조연구가 시행됐다.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군은 정기적으로 감시검사를 적용하고, 다른 한 군은 아무 검사도 하지 않았다. 결과는 감시검사를 적용한 군의 생존기간이 유의하게 길었다는 것이다. 연구설계 등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으나, 이후 쏟아진 많은 연구에서 간암 발생 고위험군에 대한 감시검사는 간암의 조기진단율 상승 뿐 아니라 생존기간 연장도 이끌어 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감시검사와 선별검사의 또다른 차이는 검사의 횟수이다. 선별검사는 1회 적용을 원칙으로 한다. 한 시점에서 어느 인구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반면, 감시검사는 위험요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반복한다.

그럼, 간암 감시검사의 주기는? 암세포가 자라는 속도를 고려해야 감시검사의 주기를 결정할 수 있다. 간암 세포가 생기고 이것이 3차원적으로 두배의 용적이 되는 시간은 통상 120일 정도이다. 그러니까, 오늘 검사에서 암이 없었는데 내일 암세포가 생겨서 이것이 보이게 될 때까지 120일은 지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간암 감시검사의 주기는 6개월로 알려져 있다(넉달 지나도 안보이는 경우가 많으니까 두달을 더해서 여섯달로 정했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 지역에서 간암 감시검사의 주기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시행됐다. 유럽에서 6개월과 12개월 주기를 비교했을 때, 6개월 주기의 성적이 더 좋았고 미국에서 3개월과 6개월 주기를 비교했을 때, 3개월 주기는 거짓 양성 결과가 많았다. 결국, 아직까지 감시검사는 6개월 주기로 시행된다고 보면 되겠다.

간암 고위험군 환자들은 어떤 감시검사를 6개월 주기로 받아야 하는가?

간 초음파가 기본검사이다. 초음파는 위해가 없고, 빠르고 비교적 정확하게 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 유럽, 미국에서 모두 권하는 감시검사 방법이다. 초음파는 불완전한 검사법이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여러 고형암 특이적인 종양표지자가 개발되어 사용 중인데, 간암의 종양표지자는 알파태아단백(alpha-fetoprotein, AFP)이다. 이전 미국에서는 AFP의 유용성을 인정하지 않아 초음파 검사만을 권유했으나 최근, 미국에서도 초음파+AFP를 권유하고 있다. 초음파는 복부 미만이 심한 환자, 간경변증이 진행된 환자에서 작은 간암을 놓칠 수 있는 검사법이다. 그래서, 최근 초음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영상검사법으로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자기공명영상 (MRI)이 유용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실제 환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정리하면, 간암 감시검사의 목적은 간암 발생 초기에 암을 진단함으로써 조기진단율을 높이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간암은 위험요인이 명확한 암이기 때문에, 간경변증/만성 B형간염/만성 C형간염의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들에게 6개월 간격으로 두가지의 검사, 즉 간 초음파와 혈청 AFP 검사를 하는 것이 간암 감시검사이다.

대한간암학회에서는 간암의 조기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간암의 날’을 제정했는데, 매해 2월 2일이 그 날이다. 2월 2일로 정한 이유는 두가지 검사(초음파+AFP)를 1년에 2회(6개월 간격) 꼭 받으라는 의미이다.

김도영 교수

김도영 교수는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로 세브란스병원·연세암병원에서 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간암센터장 및 세브란스병원 간센터장을 맡고 있다. 주 연구분야는 간암 신약, 바이오마커, 조기 진단이며, 대한간암학회의 총무이사, 아시아태평양 간암전문가학회(APPLE) 사무총장, 대한소화기학회 미래기획 TF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간암 환자들에게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주기 위해 진료실에서 못다한 얘기를 유튜브(채널명 명의의 처방전)에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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