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병리과 김혜령 교수
간암은 2022년 기준 1위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일 정도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정복'이라는 미션 아래 2017년부터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암학회와 함께 <KLCA의 간암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전달되는 근거중심의 올바른 정보들이 간암을 정복하는데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간에서 발생하는 암은 크게 간에서 발생하는 원발 암종과 타 장기에서 간으로 전이돼 오는 전이 암종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간암은 간에서 생기는 원발성 암종을 의미한다. 간암 중에서는 간세포에서 기원하는 간세포암종이 가장 흔하고(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상 79.8%), 담관세포에서 기원하는 담관암종이 두번째다.
암을 진단하는데 있어 조직검사(병리진단) 결과가 최종 진단으로 활용된다. 병리과 전문의가 현미경을 통해 암세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간세포암종의 현미경 소견과 병리학적 진단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현미경을 통해 보는 간암은 어떤 모습일까?
종양은 정상 조직과는 달리 조절되지 않는 과도한 세포의 성장과 증식의 결과로 생긴 비정상적인 조직 덩어리다. 이 중 악성 종양 즉, ‘암’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주변 조직을 침범하며 다른 장기로도 전이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간세포암종은 간세포에서 기원한 암으로, 실제로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암세포 자체도 정상 간세포와 어느 정도 닮은 모습을 보이며, 이러한 암세포들은 정상 간세포의 배열을 비슷하게 모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다른 암종들처럼 신생 혈관의 증식이 동반되며, 주변의 혈관이나 담관 구조물을 침범한 모습도 현미경으로 볼 수 있다. 즉, 현미경을 통해 이러한 모양을 확인하게 되면 병리의사는 간세포암종으로 진단하게 된다.
사실 간세포암종은 병리학적으로 매우 이질적(heterogeneous)인 암종으로 알려져 있다. 무슨 뜻인가 하면, 현미경 속 암세포들의 모습이 앞서 기술한 전형적인 모습만 보이는 경우는 일부(약 65%)에 불과하고, 지방간염형, 거대육주형, 경화형 간세포암종 등 다양한 아형(subtype)들이 존재한다. 같은 암 덩어리 내부에서도 다양한 형태학적 모습들이 혼재돼 있는 경우도 많다.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나 혈관내피세포 등으로 구성된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또한 매우 다양하다. 종양 내부에 면역세포의 침윤이 두드러지는 간세포암종도 있고, 암세포 군집 사이사이에 섬유조직이 풍부한 것도 있는가 하면, 신생 혈관의 증식 패턴 또한 다양하다.
이 외에도 암의 분화도(differentiation)에 따라 현미경 모습이 다양하게 보일 수 있다. 분화도란 암세포가 그것이 기원한 정상 세포와 형태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닮은 정도를 말한다. 분화가 좋은 간세포암종은 정상 간세포와 매우 유사할 정도로 세포의 비정형성(atypia)의 정도가 미미한 반면, 분화가 매우 나쁜 간세포암종은 세포나 조직의 형태만으로는 이것의 기원 세포가 간세포인지(즉, 간세포암종이 맞는지) 알아보기가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정상 간세포 또는 간세포암종에서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진 표지자들에 대한 면역조직화학검사를 시행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병리학적 진단은 언제 필요한가?
통상적으로 암을 진단하는데 있어 병리학적 진단이 최종 진단(gold standard)이다. 그러면 간암은 어떠한가? 간세포암종은 다른 암과는 달리, 전형적인 임상 및 영상검사 소견을 보이는 경우 조직검사 없이도 진단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현재의 각종 간암진료 지침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다.
현재 간암에서 시행되는 조직검사의 목적은 크게 진단과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간암이 간세포암종인지 담관암종 등의 타 원발간암인지 임상 및 영상검사 소견으로 감별이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간세포암종의 전 단계인 형성이상결절과 분화가 매우 좋은 조기 간세포암종의 감별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도 정밀한 병리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간은 타 장기에서 발생한 암의 전이가 흔히 일어나는 장기인데, 실제로 간의 원발암종보다 타 장기로부터의 전이암의 발생빈도가 더 높기 때문에, 간에서 종괴가 발견됐을 때 전이성 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다른 장기에 암이 발생했던 과거력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종양 세포의 모양을 직접 확인해야만 하기 때문에, 병리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때에 따라 원발 장기 미상인 경우, 현미경 소견과 면역조직화학적 소견 등으로 전이암의 기원도 찾아낼 수 있다.
치료적 측면에서는 최근 면역관문억제제 및 표적 치료 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조직검사의 필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PD-L1 등에 대한 면역조직화학검사나 차세대염기서열검사와 같은 분자병리학적 검사에 대한 수요가 실제 늘어나고 있다.
간암 치료에서 병리 분석이 갖는 중요성
간세포암종은 전형적인 임상 및 영상의학적 소견을 보이는 경우 임상적 진단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나, 최근 분자병리학적 연구의 발전으로 비전형적이며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간세포암종에 대한 연구정보가 축적됨에 따라 병리조직학적 진단 및 분자병리학적 분석이 중요해지고 있다.
간암 치료에서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종양면역미세환경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디지털 병리와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간암의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김혜령 교수는 서울의대 병리학교실 및 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로, 간 및 췌담도 질환에 대한 진단과 연구를 하고 있다. 대한간암학회 간행이사, 대한병리학회 국제협력이사, 대한세포병리학회 교육이사, 대한간학회 간행위원 및 연구위원, 대한의학회 국제위원 및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평가의원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간암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Liver Cancer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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