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몸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 ‘몸’이 사람의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몸이 실제로는 상당부분 인간의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 최근 10여 년간 급속히 발전한 미생물군(microbiome)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몸 중 대다수가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명의 사람을 구성하는 인간 세포의 수는 약 10조개다. 하지만 그 인간의 안팎에 살아가고 있는 미생물 세포의 숫자는 100조개에 달한다. 즉 하나의 몸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 내에 있는 세포를 분류에 따라 나눠보자면 인간은 약 10%의 점유율 밖에 주장하지 못하는 셈이다. 박테리아 등 나머지 미생물들의 크기가 인간 세포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우리가 끈적거리는 미생물 덩어리 안에서 헤엄쳐 다니는 일은 없
종서는 내 환자가 아닌데토요일 일반진료를 하는 동안 몇번 만난게 인연이 되어만나면 반가운 동생같은 환자다.종서는 이 블로그 초반에 훈남 총각이라는 제목으로도 등장했었다.피부가 너무 좋아서 내가 무슨 화장품 쓰는지도 물어보았고 그에게 강북 맛집 소개도 받고 그랬었다.종서는 항암치료를 계속 받고 있지만 좋아지지 않고 있다. 사실은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종서도 가족도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항암치료 독성이 심해서 종서는 외래에 자주 온다. 가끔 지나가다 만나면 난 요즘은 뭐 하고 지내냐고 묻는다.종서는 늘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바쁘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시도는 일관적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하는 그 연속선상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고 발전하고 있다. 아주 창조적인 아
피트니스월드 몸짱의사 입니다. 오늘은 배드민턴 때문에 여기저기 탈이 난 환자분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나 :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하세요?환자 : 무릎이랑, 발꿈치, 그리고 어깨가 아파요...나 : 10개월전에 오셨었네요? 그때 어깨가 아프셨었잖아요?환자 : 네 그랬죠....이 환자분은 10개월전에 어깨가 아프다고 오셔서 몇차례 치료를 받으셨던 분입니다.그 당시 초음파 소견상 어깨 회전근개 주변에 염증이 약간 보여서 3~4회 정도 치료를 받고 증상이 좋아져서 안오시다가 거의 1년만에 다시 오셨습니다.나 : 그동안 좀 어떠셨어요?환자 : 그때 치료받고 좀 좋아져서 8개월간은 운동을 안하고 쉬었는데요.... 최근들어 다시 운동하면서 많이 나아 졌어요... ㅜㅜ나 : 무슨 운동을 하시는데요?환자
기생충은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생충도 약으로 쓸 수 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사용되고 있고, 현재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는 기생충도 있습니다. 주로 면역계 질환에 많이 사용되지요. 사람들의 상상력이란 참 대단하지요. 그러면 이번에는 약으로 사용되는 기생충들과 역사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기생충을 약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의 면역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생충과 관련된 사람의 면역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
현대적인 도시는 대체로 도로를 중심으로 건설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것이 자동차가 중심이다. 그런데, 최근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덜 운전을 하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에 대중교통 인프라는 늘어가고, 최근 좋다고 하는 도시들에는 자전거를 쉽게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이는 어느 한 나라의 경향성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 모두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여기에 짚카(Zi
올해 한국은 엄청 덥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히려 탄자니아에 있는게 피서처럼 느껴지네요. 매일 21-28도 사이에 호수 바람이 불어오는 온화한 날씨만 계속되는 곳이라 오히려 한국이 더 열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열대의학을 공부하려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요. 어쨋든 계속되는 더위와 열대야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기생충 이야기, 수면병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기생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도 수면병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기생충 감염증 이름 치고는 조금 독특한 이름이지요. 수면병이라니. 때문에 수면병 걸리면 불면증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잘 잘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 요즘 잠이 부쩍 늘었는데 수면병
한윤형은 세대론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읽고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세대를 가늠해보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떤 세대에 속한 사람이었던가. 94년도에 대학에 들어가 386세대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고, 당구가 저물고 스타크래프트가 뜨는 순간을 체험했으니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단어였던 x세대쯤 되지 않을까 가늠해본다. 베이비붐 세대라며 취업의 고통을 하소연하던 학번은 하나 높지만 나이는 조금 많던 다른과 선배의 모습이 얼핏 떠오른다. 하지만 선배의 하소연 직후, IMF는 우리를 급습하였고 모두가 힘들다는 시대에 명예퇴직을 종용받던 아버지의 버팀으로 다행스럽게도 나는 학자금 지원이라는 수혜를 받으며 무사히 의대를 졸업할 수 있었다. 이후 군의관시절, 경제위기의 긴 여파로 인하여 젊은 친구들
최근 서울시를 공유도시로 선언하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 앞서 공유도시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Shareable.net 이라는 훌륭한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도시를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좋은 글이 실려서 그 내용을 요약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좀 담아서 소개하고자 한다.무엇보다 이런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산업시대'에 최적화된 도시와 앞으로 우리가 개척해야 하는 미래가 요구하는 도시
군병원은 일반 병원과 조금 다른 특성이 있는데, 일단 일종의 네트워크 병원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800병상이 조금 넘는 수도병원을 비롯해 대전이나 부산 등 400병상 이상의 후방 중대형 병원들과 일동, 춘천 등 200병상 미만의 전방지역의 중소형 병원들이 서로 환자를 공유하는 형태다. 전방병원에서는 주로 경상 환자들을 다루고, 중증 환자나 수술이 필요한 급성기 환자들은 수도병원에서, 기타 후방병원들은 수술후 요양이 필요하거나 만성 환자들을 받는다. 전시상황을 염두에 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설명드릴려구요.대상포진은 우리 몸에 있는 바이러스 (varicella zoster virus) 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기승을 부리며 찾아오는 병입니다. 대개 60세 이상, 나이가 들수록 발생율이 높아집니다. 어렸을 때 수두(비슷한 계열의 바이러스로 어렸을 때 걸리는 병이죠) 를 앓았어도 또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수두는 물집이 생기면서 가려움증이 동반되고 신체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것에 비해 대상포진은 신경이 분포하는 자리를 따라서 통증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367" caption="Wikipedia image - Varicella (Chickenpox) Virus"
58세 유방암 환자.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8번 항암치료가 예정되어 있는데 항암치료 3번 받고 문제가 생겼다.바로 치질.평소에 자기한테 치질이 있는지 잘 모르고 지냈던 분들도 있고, 몸이 힘들 때면 가끔 치질이 나오기는 했지만 좀 쉬면 바로 들어가서 별 문제가 없던 분들이 항암치료 중 치질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우리가 대변을 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복압을 이용하여 연관된 여러 근육들의 조화로운 운동을 조절하는 다이나믹(!)한 과정이 진행되는데 여러 원인으로 인해 장 점막 하 조직이 압박되면 주위 혈관들이 충혈되고,
내가 좋아하는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그와 뜻을 함께 하는 절친한 친구가 얼마전 위암을 진단받았다며 암환자를 보는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그의 목소리에 눈물이 묻어난다.나랑 동갑인데...검사를 하고 보니 수술할 수 없는 단계라고 했나봐. 수술을 못하고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종양내과 의사를 만났다는데 의사를 만나고 온 친구가 항암치료보다는 자연요법으로 자기 몸을 다스리며 치료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으냐...정신과인 그에게 일일히 설명하는 것 보다 환자랑 직접 통화를 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직접 전화하시라고
'중환자실에서의 완화의료 (Palliative care in ICU)' 라는 주제로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중환자실에 입실하는 여러 유형의 환자들예를 들면 수술 후, 사고, 급성질환, 만성질환이 악화된 경우, 소아환자, 그리고 암환자 중에 내가 강의를 준비하는 부분은 암환자. 그 중에서도 완치 목적으로 수술을 하기 전 후의 조기 암환자들이 아니라 4기 암환자들의 중환자실 치료에 관한 내용이다. 중환자실은 unlimited treatment 가 제공되는 공간이다.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실했다는 것은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관삽관, 심폐
조지 오웰의 수많은 에세이와 단편의 글들 중에 추려내어 엮은 이 책을 통해 나는 나를 되돌아 볼 수 밖에 없었다. 굳이 오웰의 글이 아니더라도 정말 매력적인 글을 써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부러움과 동시에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기제이다. 글을 쓴다는 일은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그것을 기술적인 문제와 글로 표현할 생각의 깊이와 폭의 문제로 나누어보면 나는 이에 관한 다양한 고민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한다. 기술적인 면은 글쓰기라는 재능으로 자연히 해결이 되거나 글쓰기 연습을 통해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지는 많은 재능은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수준은 이룰 수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오웰의 글이 보여주는 간결하고 명쾌한 면모
한가지 분야에 몰두할수록 시야는 좁아진다. 시야가 좁아지면 이해의 폭도 좁아지는데, '전문집단의 권력화와 무지화'는 이런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현상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학생시절, 국영수와 물리화학등 각각의 과목이 왜 따로 존재하기만 하고 연관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던 듯 하다. 세상은 그렇게 각각의 분야가 서로 스며들듯 감싸안지 못한 채, 경계가 명백한 퍼즐조각이 서로 맞물려 딱딱하게 구성되는 그런 구조인가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오래전의 고민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은 듯 싶다. 하나의 분야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은 역시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이런 실제적이고 명쾌한 설명으로 마주하는 답은 정말 반갑기까지 하다. 분야의 중심은 경제학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외래에서 웃음꽃이 피어나는 때가 있다. 나는 그 순간이 매우 소중하고 기쁘다.그런 찰나의 기쁨이 일상의 무기력함과 슬픔, 분노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게 되어 내 외래를 처음 오신 40대 중반의 여자 환자.나보다 나이가 두살 많은데 참 예쁘다.같은 여자지만 말도 곱게 하고 얼굴도 곱고 여러모로 참 예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 유방암을 진단받고 잔뜩 긴장한 환자에게 집중하느라 보통은 보호자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한 채 환자에게 촛점을 맞추게 된다.실컷 울고 들어와서 이미
트니스 월드 몸짱의사입니다. 오늘은 좀 씁쓸했던 환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수개월 전 남자분이오셨습니다. 목도 뻐근하고 어깨도 아프다는게 주증상이었습니다. 대략 2년전부터 증상이 생겼는데 병원오기 1~2주전부터 증상이 아주 심하졌다는 겁니다.진찰을 해보니 목~어깨 주위 근육도 많이 뭉쳐있고 우측 어깨는 움직임시 통증도 심하고 가동범위도 아주 많이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회전근개와 주변 근육 힘줄에 탈이난게 확실한거 같아서 검사를 좀 하자고 하니.... 환자분이 거절을 하십니다. 나 : 어깨 관절을 안정시켜주는 힘줄에 문제가 생긴거 같습니다. 검사를 꼭 받으셔야 겠어요.환자 : 아니요 그냥 약이랑 물리치료만 할래요....나 : 상태가 많이 안좋으신데.... 이정도면 약이랑 물리치료로 큰 호전이 없을거 같
나의 진료실 태도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일부 병원 서비스 평가 기관에서는 진료하는 의사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서 의사의 진료시 태도를 평가를 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외부적인 평가나 점수 때문이 아니라 의사 스스로 자기의 진료시 매너나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객관적으로 관찰 수 있게 해주려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 같다.어떤 객관적인 평가도 제대로 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하는 의사의 태도, 말투, 제스처 등을 관찰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진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기준이 꼭
노트르담 (Notre Dame) 대학에서 나온 ‘Policy for the Use of Animals for Blood Feeding Mosquitoes’ 같은 것을 찾아보게 되었다.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실험 동물 한마리에 얼마나 많은 모기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가를 안전성과 윤리적 측면에서 규정해 놓은 짧은 문서다. 어쨋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꽤 많이 들어있다. 일단 "체중x0.06(체내 혈류량)x0.2(쇼크를 일으키지 않고 잃을 수 있는 일회 혈액 손실량)"을 한회 최대 한혈(?) 가능한 양으로 잡고 있다. 여기에 한마리의 모기가 일회
“선생님, 저 다음주에 우리 아들 결혼식이 있어요. 항암치료를 좀 미루면 안될까요?”“그래요? 결혼식 날짜가 언제이시지요?”“8월 18일이에요”“미리 이야기 하시지 그러셨어요 오늘 항암하면 그때가 백혈구 수치 떨어지고 컨디션이 가장 안 좋을 때 인데요. 음… 항암치료를 좀 미룹시다.”“그래요 저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행사니까, 우선 결혼식부터 잘 치르시구요, 항암은 결혼식 다 치루고 나서 직후에 합시다.”우리나라 정서상 대부분의 부모는 애들을 시집장가 보내놔야 부모로서 내 할 도리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암을 진단받고 기대여명이 수개월 혹은 1~2년 밖에 안된다고 하면, 부모로서는 자녀들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가 흔히 있다.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식을 올리고, 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