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전이성 외 조기 유방암 적응증 확대…CDK4&6억제제 최초
4년 추적 연구 결과 지속적인 재발 및 사망 위험 감소 효과 확인
손주혁 교수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 진단 후 1~2년 내 재발”

8년전 조기 유방암 수술을 받은 55세 주부 A씨는 최근 추적관찰 하는 과정에서 재발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종양의 크기는 6cm로 큰 편이었지만 림프절 전이가 없었고 수술도 잘됐었기에 암 재발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았다. 

조기 유방암은 암이 유방 혹은 겨드랑이 근처 림프절에서만 발견되고,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1~3기를 조기 유방암이라고 봤을 때 2019년 기준 전체 유방암의 92.2%에 달한다. 

유방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이지만 재발률이 높다. 수술 후 보조요법을 시행하더라도 일부 환자들은 원격전이를 포함한 재발을 경험한다. 내분비요법 치료 이후 재발률은 14~23%로 보고되고 있으며, 진단 후 첫 1~2년 사이 재발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 재발 가능성은 ▲림프절 양성인 경우(유방 내 종양의 암세포가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절에서 발견된 것)  ▲종양등급이 높은 경우 ▲종양 크기가 큰 경우 ▲세포 증식 속도가 빠를 때 높아진다. 이에 림프절 전이가 4개 이상이거나 림프절 전이가 1~3개와 종양크기 5cm 이상, 종양등급 3등급, 표지자 20% 이상일 때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유방암 재발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
유방암 재발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

특히 유방암 재발을 경험한 환자의 50% 이상이 또다시 재발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환자들은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의 반복에 정신적으로도 힘든 날을 보내게 된다. 

조기 유방암은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지만 재발 고위험군의 경우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종양 크기가 5cm 넘을 경우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7%(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에서 21%(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는 것 만큼이나 수술 후 적절한 보조요법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재발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릴리의 버제니오가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에 적응증을 획득했다.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치료 옵션이 하나더 생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릴리의 버제니오
한국릴리의 버제니오

버제니오는 어떤 약?

버제니오는 세포 분열과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Cyclin Dependent Kinases, CDK) 4&6을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치료제다. 에스트로겐이 사이클린 D1의 발현을 자극해 CDK 4&6를 활성화시키게 되는데 버제니오는 CDK 4&6를 지속적으로 억제해 암의 진행을 정지시키도록 유도, 유방암 세포를 노화시키거나 사멸시킨다. 

국내에는 지난 2019년 5월 HR(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사람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 음성인 진행성 혹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버제니오가 최초 허가를 받았다. 폐경 후 여성의 일차 내분비 기반 요법으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함께 쓰거나 내분비요법 후 질병이 진행된 경우 풀베스트란트와 함께 처방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에 허가를 받았던 버제니오가 지난 11월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에도 적응증을 획득했다. CDK 4&6 억제제로는 최초다. 

버제니오는 HR+, HER2- 림프절 양성의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내분비요법 병용 시 재발 및 사망 위험 감소가 확인되면서 이제는 폐경 전 또는 폐경 이행기 여성에서 황체형성호르몬분비호르몬 (luteinizing hormone releasing hormone, LHRH) 작용제와 함께 처방이 가능해졌다.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에서의 버제니오 효과는? 

그렇다면 재발 가능성이 높았던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버제니오의 효과는 어땠을까. 

버제니오의 임상 시험(monarchE 3상)에는 38개 국 603개 지역에서 5,637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버제니오+내분비요법 병용요법'에 2,808명, '내분비요법 단독요법'에 2,829명이 참여했으며, 2년의 치료기간 동안 침습성 무질병 생존율(IDFS)과 원격 무재발 생존율(DRFS)의 절대차(absolute difference),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안전성 프로파일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전에 내분비요법으로 치료받은 HR+/HER2- 유형의 림프절 양성,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써 내분비요법 단독요법 대비 버제니오+내분비요법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임상연구(monarchE 연구)에서 침습성 무질병 생존율(IDFS)은 버제니오 병용요법이 내분비요법 단독 대비 재발 및 사망 위험을 3년차 32%, 4년차 35% 감소시켰다. 

원격 재발 및 사망 위험의 경우에도 버제니오 병용요법이 내분비요법 단독 대비 3년차 33%, 4년차 약 35% 개선 효과를 보였다.

전체 환자 대상 분석에서도 버제니오+내분비요법은 단독 대비 일관된 효과를 보였으며, 재발 및 사망 위험 감소율은 2년차, 3년차, 4년차로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버제니오+내분비요법 병용치료군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이상반응으로는 설사, 호중구감소증, 백혈구감소증, 피로 등이었다.

세브란스병원 손주혁(종양내과) 교수는 "버제니오+내분비요법과 내분비요법 단독 치료의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 및 원격 무재발 생존율 격차는 4년 추적 기간까지 지속적으로 커졌으며, 이는 2년간의 수술 후 보조요법을 마친 이후에도 버제니오의 치료 혜택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오랜 기간 치료의 발전이 더뎠던 만큼, 버제니오를 필요로 하는 HR+/HER2-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성암인 유방암은 검진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 조기에 진단 되는데, 그 중에서도 흔한 아형인 HR+/HER2- 환자의 표준 치료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 내분비요법을 시행하는 것이었다"며, "HR+/HER2- 조기 유방암의 예후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30%는 완치되지 않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가 한국릴리 버제니오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적응증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의 응답에 답변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가 한국릴리 버제니오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적응증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의 응답에 답변하고 있다.

버제니오의 건강보험 혜택은?

버제니오는 2년 동안 또는 질병이 재발하거나 허용될 수 없는 독성이 발생할 때까지 계속해서 투여해야 한다. 풀베스트란트 또는 아로마타제 억제제와의 병용 시 150mg을 1일 2회 경구 투여하며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할 수 있다. 휴약기 없이 동일한 시간에 투약해야 한다.  

베제니오의 경우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50mg, 100mg, 150mg 모두 1정당 4만9,236원으로 건강보험 약가가 정해져 있지만 조기 유방암의 경우 아직 약가가 정해지지 않아 비급여로만 투약 가능하다. 

현재 버제니오 허가 기준에 충족한 국내 유방암 환자 수는 조기 유방암 유병률을 고려했을 때 대략 1,500여명이다.  

손 교수는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는 진단 후 초기 1~2년 내 재발 위험이 상존한다. 실질적으로 버제니오로 조기 유방암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100명 중 6명이지만 고위험 군에서 재발을 막는다는 것은 결국 사망을 막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해야 한다"며 "물론 선별을 더욱 고르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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