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복통·구토 원인 질환 못 찾을 땐 신경내분비종양 의심
소화기관·폐·흉선·췌장 등에 발생…국내에선 소화기계·췌장 多
35세 이하서도 발생률 높아져…최근 표적치료제·PRRT 등 도입

희귀암으로 분류되는 '신경내분비 종양' 국내 환자가 최근 10년 간 10배 늘었다는 추산이 나왔다. 2011년 약 250명으로 추정된 국내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 수가 2020년 약 2,500명 발생, 희귀암에서 '희귀'를 떼야하는 상황으로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가 폭증했다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박세준 교수는 대한종양내과학회의 유튜브채널(KSMO TV) '그 암이 알고싶다'에서 "최근 10년간 국내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 수가 10배 증가해, 2011년 약 250명에서 2020년 약 2,500명으로 추정한다"며 "최근에는 50대, 60대 뿐만이 아니라 35세 이하 젊은 연령대에서도 신경내분비 종양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어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통과 구토 등이 반복해서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특별한 원인 질환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신경내분비종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복통과 구토 등이 반복해서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특별한 원인 질환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신경내분비종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의사조차 의심하기 어려운 '신경내분비 종양'

문제는 신경내분비 종양 자체가 희귀하고, 증상 역시 특별하지 않아 이 암을 의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암이 알고싶다'에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는 "복통과 구토 등이 반복해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특별한 원인 질환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신경내분비 종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증상이나 모양만 보고서 신경내분비 종양을 의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경내분비 종양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체 기관인 내분비계를 구성하는 세포에 생기는 종양을 말한다. 호르몬을 생성하는 신경내분비 종양은 저혈당, 홍조,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경내분비 종양은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는 비기능성이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신경내분비 종양은 위, 소장, 대장과 같은 소화기관 뿐 아니라 폐, 흉선, 췌장 등 다양한 장기에 발생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률이 높은 신경내분비 종양은 소화기계와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가 건강검진 시 내시경검사를 통해 직장에서 발견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내시경검사로 신경내분비 종양이 진단되면 가장 먼저 신경내분비 종양이 시작된 부위(원발암 부위)를 찾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원발암의 조직검사를 통해 암의 특성을 파악하고, CT나 MRI 검사로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정확히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전이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신경내분비 종양은 독특하게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를 많이 발현하는 암이기 때문에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기반 도타톡이라는 PET 검사를 통해 전신 전이 여부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신경내분비 종양은 암세포의 증식능력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눈다. Ki-67 지수(1%는 100개의 세포 중 증식하는 양성 세포가 1개라는 뜻)로 3% 이하일 때 1등급, 3~20%일 때 2등급, 20% 이상일 때 3등급으로 나누는데, 지수가 높을수록 암세포의 증식 능력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암 모양이 어느 정도 형성된 '분화도가 좋은 암'과 암 모양이 형성되지 않아 제멋대로 자라는 '분화도가 나쁜 암'이든 상관 없이 Ki-67 지수가 20% 이상일 때는 3등급으로 칭했지만, 최근에는 '분화도가 좋은 암'일 때는 신경내분비 종양이라고 칭하고 '분화도가 나쁜 암'이면서 Ki-67 지수가 20% 이상일 때는 신경내분비 암종이라고 나눠서 부른다. 

환자 별 종양 특성 따라 다양한 치료 시도

신경내분비 종양은 암 부위, 분화도, 종양 크기, 전이 여부,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양성 발현 여부 등 다양한 특성에 따라서 치료요법이 달라질 수 있는 독특한 암이다. 

원격 전이가 없고 한 곳에만 암이 위치해 있는 초기 신경내분비 종양은 수술, 방사선, 고주파 열치료 등으로 제거하는 국소치료를 한다. 고주파 열 치료는 직접적으로 암에 침을 넣어서 열로 암 조직을 태워 없애는 치료다. 위나 장에 1cm 크기의 종양일 때 발견되면 내시경시술로 잘라내는 것이 치료의 끝일 수도 있다.

전이가 동반되면 세포독성치료제, 소마토스타틴 유도체, 표적치료제, PRRT 같은 핵의학 치료 등의 전신치료와 함께 국소치료를 하기도 한다. 표적치료제와 PRRT는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치료 중 하나다.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다발성인 간 전이 시에는 전신치료와 간동맥화학색전술을 같이 하기도 한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은 암으로 가는 혈관을 막아둔 뒤 혈관을 통해 항암제를 주입하는 치료다. 

분화도가 좋은 신경내분비 종양은 전이가 있어도 비교적 크기가 크지 않거나 범위가 적으면 치료 성공률이 높은 암 중 하나로 알려진다. 또 다른 종양에 비해 느리게 자라는 암으로 꼽혀서 다른 종양에 비해 완치율을 따지는 시기(5년)도 길게 잡아야 하는 암이다. 

박세준 교수는 "수술 뒤 신경내분비종양의 등급, 림프절 전이, 완전 절제, 혈관 침범 여부에 따라서 재발의 가능성이 달라진다"며 "수술 후 정기검진 주기는 1~2등급은 6개월에서 1년 주기를, 3등급은 3~6개월 주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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