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학회 '그 암이 알고싶다' 전문의 3인이 말하는 '신경내분비 종양'
전이되면 완치율 낮다?…전이 있어도 크기·범위 적으면 치료 성공률 높아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계 세포에 생기는 '신경내분비 종양'은 암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오해가 많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계 세포에 생기는 '신경내분비 종양'은 암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오해가 많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계 세포에 생기는 '신경내분비 종양'은 암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오해가 많다. 신경내분비 종양은 특별한 증상이 없고 느리게 자라는 암인 데다, 종양세포 표면에 특이하게 소마토스타틴 호르몬이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존재하면서 일반적인 암과 다른 치료가 시도되고 있는 까닭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의 유튜브채널(KSMO TV) '그 암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대표적인 신경내분비 종양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신경내분비 종양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전체 케이스로 보면 신경내분비 종양이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다만 일부 환자의 경우 신경내분비 종양의 증상이 거의 없다보니 꽤 오랫동안 몸안에서 자란 상황에서 발견이 된 경우가 많아 오랫동안 그런 인식이 일부 환자들에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신경내분비 종양은 다른 암에 비해 전이가 드물지만, 무증상에 늦게 발견돼 이같은 오해가 생긴 것이다. 이 암은 소화기관와 췌장·폐·흉선 등 다양한 장기에 생길 수 있는 암으로, 국내에서는 소화기계와 췌장에서 가장 흔하고, 소화기계 신경내분비 종양의 전이는 간과 림프절이 가장 흔하다. 유 교수는 "뼈와 복막의 경우도 처음에는 전이가 잘 안 되지만 종양이 매우 진행되는 경우 간혹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할 수 없는 전이성 신경내분비 종양일 때 완치율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유창훈 교수는 "분화도가 좋은 신경내분비종양은 전이가 있어도 비교적 크기가 크지 않거나 범위가 적다라고 하면 치료 성공률이 높은 암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일반적인 암은 5년 내에 종양 재발이 없으면 완치되었다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신경내분비종양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5년이 됐다고 해서 매우 안심할 것은 아니다"라며 "정기적으로 내시경, 초음파, CT 검사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신경내분비 종양은 소화기관와 췌장·폐·흉선 등 다양한 장기에 생길 수 있는 암으로, 국내에서는 소화기계와 췌장에서 가장 흔하고, 소화기계 신경내분비 종양의 전이는 간과 림프절이 가장 흔하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신경내분비 종양은 소화기관와 췌장·폐·흉선 등 다양한 장기에 생길 수 있는 암으로, 국내에서는 소화기계와 췌장에서 가장 흔하고, 소화기계 신경내분비 종양의 전이는 간과 림프절이 가장 흔하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4~5년 투약해도 안전한 항암제 '소마토스타틴 유도체'

일반적으로 암은 세포독성항암제 치료를 우선한다. 하지만 분화도가 좋은 신경내분비 종양에서는 세포독성항암제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다만 유 교수는 "세포독성항암제 중 캡시타빈+테모졸로마이드(켑템 혹은 템켑) 치료의 경우에는 비교적 부작용이 적으면서 다른 치료들보다 반응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되어 있다"며 "치료 반응률이 30~50%까지 보고된다"고 말했다. 

유창훈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서 소화장애가 있거나 통증이 있으면 암을 빨리 줄이기 위해서 켑템 항암치료를 우선적으로 시도하기도 한다"며 "켑템 항암치료는 소화기계 신경내분비 종양보다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에서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내분비 종양에서 항종양 효과가 입증된 '소마토스타틴 유도체' 대표 약제인 옥트레오타이드와 랜리오타이드 중 특정 약제가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현재는 어떤 약이 더 우수한지 특정하기는 어렵다. 연구에서 옥트레오타이드는 중간창자(소장·충수돌기·맹장·상행 결장) 신경내분비 종양에서만 효과를 보였다. 랜리오타이드는 소화기계와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에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구 결과에 맞춰 신경내분비 종양에서 소마토스타틴 유도체 치료가 이뤄지고 있고, 건강보험 급여 기준도 이에 따른다. 유 교수는 "옥트레오타이드는 중간창자, 랜리오타이드의 경우에는 전체 소화기와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에서 급여가 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급여 기준에 맞춰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소마토스타틴 유도체는 전이성 1~2등급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에게 전신치료로 우선 고려하는 치료다. 한 달에 한 번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 치료는 설사, 복통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아주 안전한 항암치료법으로 통한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는 "소마토스타틴 유도체는 종양의 크기 자체를 줄여주는 효과는 떨어지기는 하지만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들이 4~5년 간 잘 쓴다"며 "장기간 투여해도 안전성이 확보된 약제"라고 설명했다.

보통 암은 전이가 되면 항암치료와 같은 전신치료를 우선 진행하지만, 신경내분비 종양은 경과 관찰만 하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다. 유창훈 교수는 "분화도가 매우 좋은 일부 환자는 2~3년, 어떤 경우는 8년까지 종양 크기가 커지지 않고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며 "아주 신기한 경우인데, 이런 경우 정기적으로 CT를 찍어보면서 종양이 커지는지를 경과 관찰을 하다가 종양이 커지면 전신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좋은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법들이 많이 나오면서 경과 관찰만 하는 비율은 줄고 있다. 유 교수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약제들이 많아지면서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보다는 진단 이후 바로 적극적으로 전신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PRRT는 7~12주 간격으로 총 4회 치료한다. 치료는 정맥주사를 2곳에 놓고 한 곳으로 루테슘을 30~60분간 투여하고 다른 한 곳으로는 콩팥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아미노산 수액제를 루테슘 주입 최소 30분 전부터 투여해 4시간 이상 투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루테슘보다 악티늄?…장기 효과와 안전성 입증 아직 불충분

최신 치료제인 수티니팁, 에버롤리무스 같은 표적치료제는 신경내분비 종양에 광범위하게 쓰는 치료제이기는 하지만, 모든 신경내분비 종양에 쓸 수 있는 약은 아니다. 수텐은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연구에서 효과가 증명된 약이고, 에버롤리무스는 소화기계, 췌장, 폐 신경내분비 종양에서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다. 

2019년 국내 도입된 PRRT(Peptide Receptor Radionuclide Therapy)라는 핵의학치료는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의 어느 시점에 쓰일지, 환자 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도 뜨거운 주제로 통한다.

이 치료는 치료용 방사선 동위원소를 품고 있는 소마토스타틴 호르몬 형태의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루테슘)를 정맥으로 주사해 몸 안에 수용체가 있는 신경내분비 종양 세포를 찾아가서 치료하게 하는 원리로, 항암치료 중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으로 통한다.

유창훈 교수는 "기존의 다른 치료, 특히 소마토스타틴 저해제에 비해서는 장기적으로 썼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소마토스타틴 저해제로 수년 간 충분히 조절 가능할 것 같다고 하는 경우에는 적극 추천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소마토스타틴 저해제를 썼는데 나빠졌다던지 처음 진단됐을 때부터 종양이 너무 많이 퍼져 있어서 소마토스타틴 저해제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환자에게 1차 혹은 2차 치료로 적극 고려한다"고 언급했다. 

PRRT 역시 모든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영상 검사인 갈륨 도타톡 PET/CT 검사에서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양성 정도에 따라서 쓸 수 있을지, 치료 효과가 어느 정도 있지 예후가 나온다. 때문에 환자의 종양 특성에 따라 다른 약제와 비교해 강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고려할 수 있는 치료다. 

서울아산병원 핵의학과 김용일 교수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영상 검사인 갈륨 도타톡 PET/CT 영상에서 종양에 높은 섭취 소견을 보이는 1~2등급 환자에서 PRRT 치료 가능성 높다"며 "특히 소마토스타틴 유도체 치료에 실패한 중간창자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에게 우선 고려된다"고 말했다. 

PRRT는 7~12주 간격으로 총 4회 치료한다. 이 치료가 장기적으로 환자의 골수와 콩팥 기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골수와 콩팥 기능에 따라 치료 간격을 16주까지 늘리기도 한다. 치료는 정맥주사를 2곳에 놓고 한 곳으로 루테슘을 30~60분간 투여하고 다른 한 곳으로는 콩팥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아미노산 수액제를 루테슘 주입 최소 30분 전부터 투여해 4시간 이상 투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PRRT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사용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도 많다. 김 교수는 "환자의 몸에 투여돼 종양에 흡수되지 않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콩팥을 통해서 소변으로 빠르게 배출되고 방사능은 시간이 지나면 물리적 반감기에 따라서 소멸된다"며 "치료 후 3~7일 정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배설을 촉진하며, 가능한 주의를 하도록 권고되지만 생활방사선량을 고려할 때 환자 주변 방사능은 아주 미량으로 방사선 피폭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김용일 교수는 "가족 간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 긴밀한 접촉을 하지 않기 정도의 간격만 유지해도 큰 문제를 없을 것 같다"며 "직접 방사능 노출을 측정해 보았을 때 생활 방사선량과 비교해 크게 높은 수치는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말고 일상생활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그 암이 알고싶다'에서는 베타선 방출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슘'을 이용한 PRRT가 아닌 국내 도입되지 않은 치료인 알파선 방출 방사선 동위원소인 '악티늄' 치료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도 다뤘다. 김 교수는 "치료 원리 면에서 루테슘보다 악티늄의 장점이 있을 수 있다"며 "다른 치료법이 없는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들은 독일 등의 해외 치료를 고민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일 교수는 "악티늄 치료가 새롭고 효과가 기대되는 치료인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신경내분비 종양은 5년 이상의 관리가 필수적인데 이 치료는 아직 장기 효과 및 안전성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조금 더 연구 결과들을 살펴볼 필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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